제3기 용성전 4강에서 신진서(왼쪽)와 신민준이 격돌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결승 대진도 흥미롭지만 4강에서 신진서와 신민준의 대결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절대자’ 신진서가 유일하게 제압하지 못한 반란세력이 신민준이었기 때문이다. 신진서가 올해 상반기(6월까지)에 둔 39판 중 패배는 단 4판. 신민준에게 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맥심커피배 4강 등 중요한 길목에서 연달아 패했다. 이번 용성전 4강도 아주 위험했다. 초반에 끝날 뻔한 내용이었다. 대국 후 신진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승부처를 해부했다.
[제3기 용성전] 4강 2020.07.09. ●신민준 ○신진서 146수 백불계승
실전1
#실전1
초반 포석은 평범했다. 신진서는 백6, 8로 간명하게 선수를 잡았다. 흑9 이후에 백은 A, B 등의 수를 본다. 이 바둑은 상변에서 벌어진 접전이 포인트다.
참고도1
#참고도1
흑1로 백 한점을 압박하자 신진서는 바로 움직였다. “만약 흑이 5로 막아주면 참고도1처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백8로 뻗는 자세가 훌륭하다. 좌상귀 흑돌(세모 표시)이 세력인지 곤마인지 알 길이 없다. 혼자만의 수읽기였다.
실전2
#실전2
흑1로 꼿꼿하게 늘자 백이 위태롭다. 신진서는 “흑13으로 찝혀서 망했다”라고 표현했다. 맹공을 가하다 흑17로 막은 수가 소극적이었다. 여유가 생긴 백은 일단 흑(네모 표시)을 잡고 안정했다. 흑17보다는 C자리가 급소였다. 흑이 21로 다시 우상귀 백돌을 가두었지만, 쉽게 잡히는 돌이 아니었다. 줄곧 흑에 쏠렸던 승률그래프가 50 대 50이 되었다.
참고도2
#참고도2
신진서는 “먼저 백2, 흑3 교환이 필요했다. 백8까지를 실전과 비교하면 수상전에서 한 수 이상 차이가 난다. 형세가 좋진 않지만, 그래도 이 길은 둘 수 있는 진행이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도3
#참고도3
신진서는 “흑이 1로 밀면 끝났다. 참고도3 같은 진행은 백이 바로 던져야 한다. 만약 장고대국이었으면 당했을 거다. 위험했다”라고 말한다.
참고도4
#참고도4
실전에서 신진서는 흑1로 잇는 수읽기를 하고 있었다. 이것도 난감했다. “흑이 이렇게 버티면 선수로 외곽을 다 봉쇄하고 우상 백돌을 공격할 수 있어 이기기 어려웠다”라고 말한다.
실전3
#실전3
흑은 1로 가두고, 3으로 공격했지만, 백4로 뚫고 12까지 두고 나니 잡을 수가 없다. 신진서는 “상변이 다 살았지만, 인간의 감각으론 백이 약간 편한 정도다. 만만치 않다”라고 표현했다. 이후 흑이 13과 15 등으로 우변 모양을 키웠지만, AI가 평가하는 흑 승률은 조금씩 떨어졌다. 신진서는 “흑19도 실수였다. 이때는 E, F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급소다”라고 말했다.
참고도5
#참고도5
신진서가 일갈했다. “우상 공격에선 흑1로 먼저 두었어야 했다.” 백10까지 두어진 수순은 ‘양신’이 절예 참고도를 참조하며 복기를 오래하며 찾은 수순들이다. 백2로 중앙(백10)으로 먼저 탈출을 시도하면 흑은 바로 D로 끊어가서 안 된다. 신진서는 “참고도5는 긴 바둑이다. 백2가 대악수라서 인간이 실전에서 두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실전4
#실전4
신진서는 “흑1이 패착이다. 인공지능은 흑1 대신 G자리를 추천한다. 나는 H로 중앙을 넓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실전에서 우중앙 흑집이 많 줄어들었다. 비세에 몰린 흑은 계속 강수로 버티다가 하변 흑돌(X표시와 연관된 돌)이 모두 죽어서 불계패했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