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거래소에서 옥수수, 돼지고기, 원유, 가스, 나스닥 등 다양한 선물상품이 오를지 내릴지에 투자하는 ‘해외선물’은 최근 유튜브를 타고 ‘붐’이 일고 있는 추세다. 유튜브에서 해외선물을 검색하면 투자 방송을 소개하는 유튜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투자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대여계좌’를 쓰고 있다.
유튜버 빅보스맨이 최근 잠적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그는 대여계좌 뿐만 아니라 불법 개인렌트를 운영했다는 의혹이 있다.
대여계좌는 말 그대로 계좌를 대여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정식 증권사를 대신해 계좌를 터주고 자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제공한다. 이후 돈을 입금받아 선물 계약을 진행한다. 대여계좌 업체는 엄연한 불법이다. 과거 김나영 전남편이 대여계좌 업체를 운영하다 도박장 개설죄와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처벌받은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200억대 부당이득?’ 판결문으로 본 김나영 전남편 구속 사건).
유튜브에 ‘빅보스맨’이란 채널이 있다. 채널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도 해외선물 대여계좌를 홍보하는 유튜버다. 빅보스맨 채널은 구독자 약 3만 명으로 해외선물 유튜버 업계에서는 2위 정도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대여계좌 홍보 유튜버는 업체와 일정 커미션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한다. 다소 특이한 건 빅보스맨은 본인이 직접 대여계좌 업체를 운영한다고 알려진 점이다. 빅보스맨 대여계좌를 이용했다는 한 고객은 “빅보스맨이 대여계좌 업체의 실질적 경영자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영상 속 빅보스맨은 화려한 삶을 자랑하고 있었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롯데월드타워 오피스텔인 시그니엘에 살며 롤스로이스 같은 고급차를 몇 대씩 보유하고 있었다. 자랑하듯 열어 본 서랍에는 슈퍼카 키나 고급시계가 가득 차 있었다. 40대 초반인 빅보스맨은 대여계좌 업체 운영 외에 다양한 불법 사업을 하면서 큰돈을 벌었다고 알려졌다.
최근 빅보스맨 고객들 사이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빅보스맨은 ‘미르’라는 HTS 프로그램을 통해 대여계좌 영업을 해왔다. 최근 이 미르를 이용하는 빅보스맨 고객들은 ‘빅보스맨은 왜 나타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7월 초부터 빅보스맨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빅보스맨이 사라지면서 미르 고객 일부가 언론과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제보하고 있다.
빅보스맨 채널을 운영하는 직원들은 그가 홍콩으로 해외 출장을 갔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가 사라지면서 대여계좌를 이용하던 사람들 사이에선 ‘먹튀’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지배적이다. 대여계좌 업계에서는 돈을 받아놓고 사라지는 먹튀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으로 출장을 갔다는 업체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빅보스맨의 갑작스런 잠적은 대여계좌와 무관한 형사 사건에 휘말리면서다. 그는 수배 중이었다가 최근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되면서 구속됐다. 또한 빅보스맨과 연관돼 수사 중인 더 큰 사건은 따로 있었다. 바로 차량 명의대여 계약 혐의다.
현재 대여계좌 업체에서는 빅보스맨이 홍콩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사실과 달랐다.
A 씨 말처럼 빅보스맨은 명의를 대여한 뒤 출고된 차 리스비는 대납해주고 차를 렌트 돌려 번 수익금을 나눠서 입금해주겠다고 말했다. 처음 몇 달은 정상적으로 수익금이 지급된다. 피해자에 따라 다르지만 약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수익금 입금이 차일피일 미뤄지거나 입금이 되지 않는다. 이후 리스비도 더 이상 대납해 주지 않는다.
A 씨는 “고소하려고 했지만 빅보스맨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이 명의를 빌려 준 가족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협박해 소송도 망설였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가 빅보스맨과 녹취한 통화에는 ‘살려달라’며 원금만 달라는 B 씨에게 빅보스맨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으며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빅보스맨에게 차량 명의대여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다. 100명이 넘는다고 알려진다. 피해자들이 출고한 차량 대수는 150대 정도로 전해진다. 빅보스맨은 이들 명의로 대부분 슈퍼카나 고급 세단 등을 출고했다. 이들이 한 달에 내야 하는 금액은 대당 100만 원 후반이 대부분이었다. 두 대를 출고한 피해자는 한 달에 리스비로만 300만 원 이상을 납부하고 있었다.
개인렌트 관련 원금을 돌려달라는 피해자의 말에 빅보스맨은 못 주겠다며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100여 명까지 피해자가 늘어난 건 입소문의 영향도 있었다. 한 피해자가 전한 말에 따르면 강남 한 음식점에서 빅보스맨에게 명의를 빌려주면 한 달에 최소 1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다는 말이 퍼졌다. 이에 직원 대다수가 명의를 넘겼다가 피해를 보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빅보스맨을 고소한 상태다.
대여계좌 업체는 빅보스맨이 사라진 것을 두고 ‘빅보스맨 개인 문제일 뿐 업체와는 무관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빅보스맨이 실질적 운영 주체인데 그가 구속되면서 업체에도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라는 게 미르 대여계좌를 쓰는 고객들의 걱정이다. 일요신문은 빅보스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그가 쓰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