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 맡기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다. ‘부하직원이 답답하다’고 상사 혼자서 일을 다 끌어안을 수도 없는 일. 자칫 조직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만다. 직원은 성취감을 느끼지 못해 괴롭고, 상사는 상사대로 허덕이게 된다. 일본 매체 ‘동양경제온라인’은 “부하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맡기는 방식도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4개의 유형이 존재한다.
‘부하직원이 답답하다’고 상사 혼자서 일을 다 끌어안을 수는 없다. 일을 잘 맡기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다.
①지시형
일을 맡길 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등 지시를 내린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신입에게는 최적인 유형이다. 반대로 업무에 익숙한 경력사원에게 계속 지시를 내리면, ‘날 신뢰하질 않는다’ ‘일을 맡겨주질 않는다’는 불만을 사기 쉽다. 또 자율적으로 일하는 사원으로 육성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②제안형
‘이걸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떤가’ ‘이런 선택지도 있지 않을까’라며 제안하는 스타일이다. 지시형과 마찬가지로, 상사가 답을 제시한다. 하지만 부하직원이 결정하도록 한다는 점이 다르다. 다짜고짜 일을 시키는 것이 지시형, 부하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제안형이다.
③원조(지원)형
‘뭘 하면 좋을 것 같나’ ‘괜찮다고 생각해, 한번 해봐’ 등등. 상사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의견을 이끌어내고, 격려해주는 식으로 부하직원의 동기부여를 높인다. 직원이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자신 없어 하는 경우 효과적이다.
자신감이 떨어진 직원은 누군가 인정을 해준다든지, 등을 떠밀어 주는 것으로 힘을 얻게 된다. 그러한 원조를 상사에게 기대하고 있다.
④위임형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능력도 있고, 자신감도 충만한 직원이라면 믿고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다. 즉 사소한 일까지 통제하고 관리할 필요는 없다. 이럴 땐 서로 목표만 조율한다. 무엇을 완수해야 하는지, 달성 기준은 어디쯤인지, 시한은 언제까지인지, 큰 줄기만 협의하고 세부 사항은 직원에게 위임한다.
위임형이 어울리는 직원에게 일일이 참견할 경우 상사를 오히려 ‘귀찮은 방해꾼’ 혹은 ‘족쇄’로 여길 수 있다.
많은 리더들이 지시형이나 위임형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부하 입장에서는 “세세한 지시로 사기를 꺾는 상사” “방치한 채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상사”라는 푸념이 나오기 일쑤다. 왜 이런 불만이 생기는 걸까.
조직개발 전문가인 다카노 슌이치는 “구성원들의 상황에 따라 리더십도 맞춰 달라져야 하는데, 상사가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익숙한 스타일만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반감이 생기고 동기부여도 하락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포인트는 직원의 업무 숙련도와 상황에 따라 리더십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이른바 일을 잘 맡기는 실전 리더십이다. 이는 4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부하직원을 바꾸려하지 말고, 먼저 직원의 능력을 끌어내라.” 일을 맡기는 방식이 유연해지면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해진다.
#1기 : 처음 일에 착수하는 새내기 → ①지시형
흔히 새로운 일에 임하는 직원들은 의욕적이다.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 가르쳐 달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시형 리더십을 적용해도 별다른 불만이 없다. 오히려 모르는 입장인데 질문을 던진다든지, 반대로 방치하면 사기가 떨어지기 쉽다. 새내기에게는 지시형으로 티칭을 해주는 리더십이 가장 효과적이다.
#2기 :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력직원 → ②제안형
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기대감이 사라지고, 일에 대한 기쁨도 줄어든다. 특히 성과를 내지 못하는 직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 제안형이 알맞다.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해 지시를 받고 싶은 한편, 막상 상사가 “이렇게 해!”라고 명령하면 ‘초짜’ 취급을 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 요컨대 자율성이 생긴 아이가 뭐든지 ‘싫어 싫어’ 하고 거부하는 1차 반항기와 비슷하다. 제안형으로 제시한 뒤, 직원 스스로 선택하게 하면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문제는 ‘많은 리더들이 제안형에 서툴다’는 데 있다. 적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명령형이 아니라 권유하듯이 종결어미만 바꾸면 된다. 가령 “이렇게 해라”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로 말한다. 제안형을 잘 활용하면 부하 육성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3기 : 능력은 있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중견 → ③원조형
어느 정도 경력이 되고, 일도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능력에 확신이 없는 부하직원이 있다. 이런 경우 지시형이나 제안형처럼 상사로부터 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또 위임형도 적합하지 않다. 상사는 그저 대화를 통해 직원의 불안감을 낮춰주면 된다.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어 답을 이끌어내고, “괜찮은 생각이군”하며 승인해준다. 그뿐이다.
일을 잘 맡기지 못하는 상사들은 ‘부하직원에게 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원조만으로 충분한 직원이 분명 있다. 성과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면 떨어진 의욕을 되돌리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4기 : 능력도 의욕도 높은 인재 → ④위임형
능력도 의욕도 충만한 인재에게는 위임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다만 ‘나 몰라라’ 방치하는 것과는 다르다. 직원이 스스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시나 제안을 최소화하지만, 전반적인 맥락은 짚어주어야 한다. 서로 목표를 조율했는지가 관건이다. 내버려둬도 성과를 올리는 직원이라고 해서 방치하면 ‘저 상사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상사’라는 불만을 사고 만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단순히 ‘부하의 경험’만 보고 단계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그는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으니 위임형일 것이다’ ‘저 사원은 이직 전에 엄청난 실적을 냈으니 위임형으로 하자’ 등등 경력만 보고 리더십 유형을 선택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오래 근무한 사원이라 해도 새로운 일에 착수할 때는 1기일 수 있다. 신입이라고 해도 맡겨보면 능력도 의욕도 높은 인재일지 모른다. 결국 “신인인지 베테랑인지보다 목표, 상황, 동기부여 정도에 따라 리더십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카노 슌이치 컨설턴트는 “사실 자율적으로 일하는 사원을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부하직원을 바꾸려하지 말고, 먼저 직원의 능력을 끌어내는 상황별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조언이다. 일을 맡기는 방식이 유연해지면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가능해진다. 일을 잘 맡기는 리더는 스스로도 숨통이 트이며, 부하직원도 발전시킬 수 있는 법이다. 아울러 ‘조직이 활기차게 살아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