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네이버 엑스퍼트 법률 상담이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시간당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20만 원에 전화로 상담을 할 수 있는 엑스퍼트 등장에 변호사들은 “불법”이라는 주장과 “건강한 경쟁”이라는 주장 등으로 의견이 나뉜다.
화려한 이미지로 비춰지곤 하던 대형 로펌이 위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는 물론이고 대기업 등 굵직한 검찰 수사도 새롭게 진행되는 게 없어지자 로펌들이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사진=KBS 드라마 ‘슈츠’ 홈페이지
#대형 로펌들도 긴축재정 시작
그동안 다른 기업에 비해 비교적 방만하게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대형 로펌들. 하지만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경제가 얼어붙자 반응이 심상찮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의혹, 라임자산운용 발 금융범죄 사건 등을 제외하면 현재 새롭게 돌아가는 굵직한 기업 수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7월 중 검찰 인사를 앞두고 있어 수사가 당장 새롭게 시작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힘든 상황이라 건드리기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형 로펌들은 허리띠를 졸라 매기 시작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 A 사 소속 변호사들이 기업이나 다른 법조인들을 만나서 지출하는 비용 문제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과거 변호사 개인의 판단에 맡겼다면, 이제는 과도한 비용 결제 시 회사의 지침에 따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인 B 사는 인건비 절약을 시도하고 있다. B 사는 원래 변호사 2~3명에 1명꼴로 비서를 운영했는데, 사건이 줄어든 만큼 비서 1명당 변호사 배정 비율을 더 늘리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A 사가 비용 절감을 선택하고 소속 변호사들에게 몇 가지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다른 로펌들도 이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몇 곳은 당장 이동 때 사용하는 차량 등을 일부 축소하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가 검찰 휴식기와 맞물리면서 로펌들이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고객 잡기 경쟁도 치열
레드오션인 시장에서 미래 잠재 고객을 잡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이 대표적이다. 2018년부터 판교 분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IT 기업들을 상대로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제공하기 위해서다. 수익성이 당장 좋은 것은 아니지만 미래가 창창한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관계를 미리 쌓아둬 미래 고객을 잡는 전략이다.
태평양 판교 분사무소에는 본사 변호사 8~10명이 순환 근무를 하고 있고, 세종 역시 상주 인력을 두고 꾸준히 이들과 접촉하고 있다. 접점을 늘리기 위해 스타트업들을 찾아가서 직접 명함을 돌리는 영업은 물론 법 관련 세미나 등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이는 이제 불가피한 전략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10대 로펌에 속하는 한 중대형 로펌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다른 서울 지역에 분사무소를 내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서초동이나 광화문에 본사를 두고 사건을 맡던 방식에서 탈피해 더 전문적인 경쟁을 해보겠다는 고민이다. 해당 지법·지검 출신 전관들을 배치해 지역 사건에 네트워크 등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특히 검찰보다 경찰 단계에서 시작하는 사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응력 강화도 검토 중이다.
해당 중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일반 변호사는 물론, 법원이나 검찰 출신이라는 이유로 전관으로 먹고 사는 변호사 시대는 끝났다”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변호사 수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영역을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엑스퍼트 검찰 수사까지
로펌들의 이 같은 고민은 최근 변호사 시장의 최대 논란인 네이버 엑스퍼트를 보면 알 수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치열해진 경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출시된 지식인 엑스퍼트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1 대 1 온라인 유료 상담 플랫폼이다. 그리고 현재 법률 상담 카테고리에는 약 150명의 변호사가 활동 중인데, 일평균 상담 건수는 1000여 건에 달한다. 네이버 엑스퍼트 측은 변호사 소개 수수료로 5.5%를 챙긴다.
네이버 엑스퍼트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혼 전화 상담 10분에 1만 원, 월요일은 50% 할인한다”는 문구로 스스로를 홍보하는 변호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스로 ‘이혼 전문’이라던가, ‘검찰 출신’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사진=네이버 엑스퍼트 홈페이지 캡처
경쟁은 치열하다. 네이버 엑스퍼트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이혼 전화 상담 10분에 1만 원, 월요일은 50% 할인한다”는 문구로 스스로를 홍보하는 변호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스스로 ‘이혼 전문’이나 ‘검찰 출신’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전화 상담 가격은 전문성 유무에 따라 10분에 1만 원에서 4만 원 정도에 형성돼 있는데, 기존 변호사 시장의 높은 문턱을 깨고 ‘합리적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네이버 측이 수수료 명목으로 받아가는 5.5%에서 발생한다. 현행 변호사법은 누구든지 변호사를 소개·알선해주는 대가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네이버는 이 수수료가 변호사 중개에 따른 수수료가 아니라 전자적 결제수단 이용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비 성격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5.5%의 수수료는 ‘대가성’이 있다는 게 적지 않은 변호사들의 주장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정액으로 하거나 광고로 운영하는 모델이 아니라, 상담을 연결하면서 돈을 받으면 알선이 아니냐”며 “엄격히 따지면 이는 명백히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현재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 앞서 여해법률사무소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양인철)는 최근 네이버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을 배당 받고 서울송파경찰서에 수사지휘를 내렸다. 앞선 변호사는 “검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많은 변호사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며 “불법 브로커들이 사건 소개 명목으로 30%씩 받아가던 것에 비하면 매우 합리적일 수 있다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기존 변호사 시장이 새로운 플랫폼을 더 문제삼고 견제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