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신천지교회 연수원을 찾은 이재명 지사 사진=경기도청
[일요신문]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가 한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법원은 이미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나눠 판결문을 썼을 것이고 내부적으로 결과는 나와 있는 상태다. 대부분의 언론이 유죄일 경우 피선거권 제한, 선거비용 반환, 무죄일 경우 대권 가도 탄력 같은 기사를 내놓고 있다. 언론의 관점에서 이재명을 해석한 것들이다.
경기도민의 관점에서 이재명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재명이 지사직을 잃게 된다는 건 경기도민에게 어떤 의미일까. 경기도민의 입장에서 이재명은 도민을 주권자로 만들어준 정치인이었다. 이재명은 4년에 한 번씩 선거 때만 그럴듯한 공약을 내놓고 당선 후 입을 씻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이재명은 수십 년간 뿌리내린 경기도 계곡의 불법 시설물을 처음으로 정비했다. 그동안의 도지사와 시장, 군수가 손을 대지 못한 일이다. 공무원들은 민원이 두려워서, 정치인은 표를 잃을까 봐, 불법 시설물을 세우고 장사하는 이들은 각 정당의 하부조직에 인맥을 두고 자신들의 이익을 쌓아갔다. 국민들의 불편함은 정치인들의 표 계산 앞에서 무력했다.
이재명은 달랐다. 그에게는 표보다 약속과 원칙이 중요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부터 190개 계곡과 하천의 불법시설물 1,482곳을 적발하고 95%가량 철거를 완료했다. 계곡에는 문화관광해설사를 배치하고 관광상품,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도민에게 돌려줬다. “원래 도민 것이었으니까”라는 것이 이재명의 생각이다.
코로나 19 사태 초기에는 신천지 교회가 교인 명단을 주지 않고 버티자 이재명은 신천지 총회 본부를 직접 찾아 강제 역학조사에 들어간다.
정치인은 종교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깬 것이다. 이재명의 과감성에 당시 언론도 현상만을 보도했을 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지 못했다. 정부도, 당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던 대구시도 하지 못한 일이다.
이재명은 명단을 받아 경기도에 있는 모든 신천지 교회를 공개하고 긴급행정명령을 발동해 도내 시설 353곳을 폐쇄하거나 집회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언론이 아닌 국민들이 반응했다. 이재명이 차기 대권 후보 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부터다. 이재명은 국민이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하는 일은 반드시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단단해졌다.
이재명은 노동자의 친구였다. 사회에서 가장 천대받고 소외된 이들의 곁에 그가 있었다. 산하기관 외주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생활임금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도운 것은 그의 노동 존중 기조의 일부에 불과하다.
한익스프레스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합동 영결식에서 눈물을 보이는 이재명 지사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건이 터지자 “소방이 아니라 산업안전 문제, 돈 때문에 사람이 죽어서는 안 된다”며 지방정부에 근로감독권을 나눠 달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생생하다. 가난하고 못 가진 사람 편에 가장 기울어져 있던 도지사였다.
이재명은 SNS에서 자신을 머슴이라고 표현한다. “주권자께서 시키면 해야지요”라고 말한다. 경기도민은 이재명을 통해 선거의 힘을 알았다. 선거는 지도자, 국민이 상전으로 모셔야 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고 나를 대신해 일을 시킬 사람을 뽑는 것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 정치인이다. “우리 일꾼을 뺏어가지 마라”는 호소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