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은 16일 이스타항공이 인수를 위한 선행조건을 완료하지 못해 SPA(주식매매계약) 해제가 가능해졌다고 밝히면서 이스타항공 인수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스타항공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한 이스타항공 노조. 사진=박은숙 기자
앞서 지난 1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선행조건 해결을 요구한 바 있으며 15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통보한 바 있다. 15일이 지나도록 선행조건은 해결되지 못했고, 결국 제주항공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이스타홀딩스가 보낸 공문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계약 선행조건 이행 요청에 대하여 사실상 진전된 사항이 없었다”며 “따라서 제주항공은 계약 해제 조건이 충족됐음을 밝힌다”고 전했다(관련기사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선행조건 완료 못해 계약 해제 가능”).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요구한 조건 중 하나인 3월 이후 발생한 부채 해결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제주항공은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 해제 최종 결정 및 통보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여 당장 계약을 해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언급했듯 최근 정부가 이스타항공 인수를 종용한 것이 제주항공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을 만났고, 고용노동부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또 제주항공이 인수하지 않으면 이스타항공은 파산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제주항공이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 선언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스타항공 측은 선행조건을 완료했다며 제주항공의 인수를 촉구했다.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상 선행조건을 완료했다”며 “속히 계약 완료를 위한 대화를 제주항공에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은 이어 “주식매매계약서상으로 의무가 아니지만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미지급금 해소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선행조건 완료 여부를 놓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당장 문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