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일시멘트 본사. 사진=연합뉴스
최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검찰과 함께 허기호 한일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자택과 회사, 계열사인 한일시멘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번 수사는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인위적인 시세조종 혐의 때문으로 알려졌다. 특사경은 출범 1년 만에 처음으로 비 금융회사에 대한 수사를 나섰다.
한일시멘트는 지난 5월 비상장 계열사 HLK홀딩스와의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과 부채는 한일시멘트가 8871억 원, 4965억 원이고 HLK홀딩스가 3356억 원, 2871억 원이다. 순자산 기준 비율은 1:0.378이다. 하지만 합병가액은 8만 5787원 대 4만 3105원으로 1:0.525로 정해졌다. 한일시멘트 측은 6월 5일 합병 주요사항을 보고하면서 상장사인 만큼 5월 13일 기준 1개월, 1주일, 최근 종가를 산술평균해 합병가액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일시멘트 주가는 9만~10만 원 사이에 형성됐다. 올 들어 주가가 하락했고, 3월 코로나19 충격으로 5만 원선이 위태롭다 이후 7만~8만 원 선으로 반등한 상태다. 문제는 거래량. 올 4월 14일 이전 6개월간 한일시멘트의 일평균 거래량은 3503주다. 하지만 합병가액 산정기간인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일평균 거래량은 1만 7318주다.
허기호 회장은 한일홀딩스 지분은 30% 갖고 있지만 한일시멘트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 지분은 34.67%를 가졌지만, 피합병법인인 HLK홀딩스 지분은 100%를 확보하고 있다. 한일시멘트 기업가치가 낮을수록 합병 이후 허 회장이 직접 지배하는 한일홀딩스의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이 높아지게 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의 경우 주가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정해지는 만큼 주가 변화에 따라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특히 총수 일가와 관련된 회사와의 합병은 의심을 살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