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QR코드 미준수 시설에 대한 단속이 가능해졌다. 6월 1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한 헬스클럽에서 전자출입명부 도입 실내 체육시설 현장점검을 하는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여기는 (코로나19) 청정지역이에요. 그러니 마음 편히 놀다 가시면 돼요.” 강남의 한 룸살롱 마담이 손님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했다.
그 룸살롱을 최근 다녀간 손님에 따르면 과거와 달라진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우선 대형 공기청정기가 눈에 띄었고 피톤치드 향이 룸 안에서 느껴졌다. 피톤치드 향은 연무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소에선 매번 룸을 연무기로 소독하고 고성능 공기청정기도 항시 켜놓고 있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그러면서 QR코드 요구를 하지 않았다. 당연히 손님 입장에선 QR코드를 찍지 않는 게 여러모로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찜찜하기도 하다. 게다가 발열 체크도 하지 않았다. 손님이 이에 대해 물어보자 마담은 다시 한 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는 청정지역이에요. 괜찮아요.”
물론 룸살롱 한 곳의 이야기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유흥업소와 관계를 맺는 보도방 업체 관계자는 “아가씨(접대여성)들 얘기를 들어보면 QR코드 요구를 안하는 업소가 꽤 있다고 한다”며 “집합금지 명령이 집합제한 명령으로 한 단계 낮아졌지만 QR코드 의무화로 손님이 그리 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QR코드를 찍지 않는 업소가 많아지면서 유흥업계는 요즘 한창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예상은 초고가 일부 룸살롱에서만 고객 서비스 차원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QR코드를 찍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게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보다 대중화된 중저가 룸살롱에서 QR코드를 덜 요구하는 편이라고 한다. 손님의 발길이 아예 끊길 판이라 그런 위험수까지 두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의 한 룸살롱 관리자는 “사실 적발돼도 벌금형이기 때문에 업주들이 과감하게 QR코드를 찍지 않고 손님을 받는 것 같다”면서 “게다가 별다른 단속도 없는 것으로 안다. 오히려 계도기간에는 보여주기식 단속이라도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어차피 단속 뜨면 걸릴 건 QR코드 말고도 많기 때문에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얘기했다. 게다가 이런 중저가 룸살롱 가운데에는 더욱 밀접 접촉이 이뤄지는, 소위 말하는 2차(성매매)가 있는 곳도 많다.
일각에선 당국의 단속 의지가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굳이 업소를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단속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유흥업소 QR코드 시스템은 이용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개인별로 암호화된 일회용 QR코드를 발급받아 유흥업소 관리자에게 제시하는 방식이다. 관리자가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QR코드를 스캔해 방문 기록을 만들면 그 정보는 공공기관인 사회보장정보원으로 자동 전송된다. 따라서 영업을 재개한 유흥업소인데 QR코드 방문 기록이 전혀 전송되지 않는 곳은 의도적으로 QR코드를 찍지 않는 것으로 의심해 현장 단속을 시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흥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접대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폐쇄됐던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업소 입구. 사진=일요신문DB
그렇지만 이런 과정이 그리 단순하진 않다고 한다. QR코드를 활용한 방문 기록은 사생활 영역이라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자동 전송된 방문 기록이 QR코드 발급회사와 공공기관인 사회보장정보원에 분산돼 저장돼 있는데 역학조사가 필요할 때만 방역당국이 이 두 정보를 취합해 이용자를 식별하도록 돼 있다. 결국 일각의 주장과 달리 QR코드를 통해 자동 저장된 방문 기록을 바탕으로 단속 대상 유흥업소를 선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흥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QR코드보다 더 중요한 건 방역을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남의 한 텐프로 업주는 “QR코드를 찍지 않고 위험한 영업을 하는 가게들도 있지만, 방역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룸을 자주 소독하고 직원들과 접대여성들의 건강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가게가 망하고 유흥업계 전체가 다시 영업을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철저히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