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2:정상회담’은 남·북·미 정상이 북한에서 회담을 벌이는 도중 쿠데타 세력에 의해 북한 핵잠수함에 납치된다는 설정이다. 2017년 12월 개봉한 ‘강철비’의 후속편으로 주연 배우와 감독, 제작진이 다시 뭉친 두 번째 작업이지만 이야기가 연결되거나 등장인물이 동일하지 않다. 제작진은 “상호보완적 속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1편은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의 패권을 그렸다면 2편은 북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남·북·미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담는다. 실제로 한반도와 그 주변국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상당히 겹치는 만큼 대통령 역의 정우성, 북한 지도자 역의 유연석이 도전한 연기변신에도 시선이 향하고 있다. 관객이 내놓을 반응에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정우성은 “대통령 역할이라는 말에 출연을 고민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며 “준비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고, 사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난감했다. 그저 상상하면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부담 갖고 시작”
정우성은 ‘강철비’ 1편에서 한반도 핵전쟁 위기 속 남한으로 내려온 북한요원 역을 맡아 활약했다. 작품성으로도 호평 받았고, 만족스러운 흥행 결과(445만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도 얻었다. 이후 후속편 제작 논의가 시작되고 다시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정우성은 흔쾌히 응할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오히려 “나한테 왜 이런 숙제를 주는 건지”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역할 때문이다.
극 중 정우성이 연기한 한경재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 중재자를 자임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젊은 북한 지도자를 외교 무대로 이끌고, 자신의 이익 추구가 먼저인 미국 대통령과도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는 인물이다. 각 정상의 설정과 성향, 정상회담까지 ‘강철비2’ 소재는 최근 2년여 동안 한반도를 중심으로 실제 벌어진 일들과도 겹친다. 정우성이 출연 제안에서부터 극심한 부담을 겪은 배경이다.
이에 정우성은 최근 열린 ‘강철비2’ 제작보고회에서 “대통령 역할이라는 말에 출연을 고민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며 “준비하기 어려운 캐릭터이고, 사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난감했다. 그저 상상하면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준비를 안 할 수도 없는 입장. 그가 택한 방법은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을 주도한 대통령들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이다.
정우성은 “회담을 이끈 대통령들이 어떤 마음과 정서로 한반도를 들여다봤는지, 철학이나 사명을 생각했다”며 “얼마만큼 우리 민족과 역사에 대한 연민을 가졌는지 등도 떠올리며 대통령 역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유연석의 외모 변화부터 눈에 띈다. 헤어스타일을 ‘북한 스타일’로 연출했다. 감쪽같은 변신 탓인지 개봉 전 공개된 예고편에 유연석이 등장했는데도 ‘유연석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관객에 상상의 영역 넓혀주자”
유연석의 도전도 관객에는 ‘뜻밖’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훈훈하고 다정한 매력을 과시, 더욱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가 북한 최고지도자 역할을 맡은 건 그 자체로 ‘반전’이기 때문이다. 유연석 역시 ‘강철비2’ 시나리오를 받고 의아한 생각에 “나한테 제안한 역할이 맞나요?”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가 느낀 부담과 정우성이 가진 고민은 비슷하다. 유연석은 “지도자 역할을 한다는 게 스스로도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연기하는 자신은 물론 보는 관객들까지도 무한한 상상이 가능하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영화가 상상의 공간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펼칠 수 있으려면, 관객에게도 상상의 영역을 넓혀주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임했다.
일단 극 중 유연석의 외모 변화부터 눈에 띈다. 헤어스타일을 ‘북한 스타일’로 연출했다. 감쪽같은 변신 탓인지 개봉 전 공개된 예고편에 유연석이 등장했는데도 ‘유연석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북한 사투리를 익히는 혹독한 과정도 거쳤다. 외모도, 언어도, 역할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기대도 크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실감나게 그린 이야기이고, 위트 넘치는 상황이 많다”고 강조한 유연석은 “북한 체제에서 지금 내가 만약 그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라면 어떤 마음일까, 나이도 차이 나고 생각도 다른 정상들과 만났을 때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 마치 청년이 느낄법한 고민으로 보이면 좋지 않을까” 꼼꼼히 설계하면서 인물을 완성했다.
정우성은 “한반도라는 지정학적인 문제와 분단 현실에 던지는 질문은 현실적이고 이상적이지만 극 중 세 명의 정상이 잠수함에 갇힌 뒤 상황은 해학과 풍자가 많다”며 “마치 콩트를 보는 것처럼, 인간적인 모습을 관객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치적 메시지와 관객 평가는?
‘강철비2’는 연중 극장 최대 성수기인 7월 말 개봉해 8월까지 이어지는 빅 시즌에 관객을 공략할 예정이다. 비슷하게 여름 극장가에 나선 강동원 주연의 좀비영화 ‘반도’부터 하드보일드 액션을 내세운 황정민 이정재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코미디로 출사표를 던진 엄정화의 ‘오케이 마담’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르가 뚜렷한 이들 영화와 비교하면 ‘강철비2’의 주제는 묵직하다. 아무리 국내 관객이 현실을 반영한 영화들을 선호한다고 해도, 남·북·미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까지 얽힌 한반도 문제를 상업영화에 걸맞게 얼마만큼 흥미롭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이다.
1·2편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은 “1편은 판타지 같았다면 2편은 더욱 냉철하게 한반도의 문제를 바라보고자 했다”며 “한반도의 문제를 우리가 결정할 수 없고, 통일도 우리 손으로는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살펴야 하는지를 물어보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주제의식이 분명하지만 곳곳에 풍자의 웃음을 곁들였다는 게 주연배우들의 설명이다. 정우성은 “한반도라는 지정학적인 문제와 분단 현실에 던지는 질문은 현실적이고 이상적이지만 극 중 세 명의 정상이 잠수함에 갇힌 뒤 상황은 해학과 풍자가 많다”며 “마치 콩트를 보는 것처럼, 인간적인 모습을 관객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