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현준은 20년 지기 친구이자 자신의 전 매니저 김광섭 대표와 ‘갑질 폭로전’ 끝에 결국 법정으로 향하게 됐다. 사진=HJ필름 제공
김광섭 대표는 1990년대 신현준의 데뷔 초기 매니저를 맡아 약 13년간 매니지먼트 업무를 봐줬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신현준 측으로부터 제대로 급여도 받지 못했으며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신현준이 수익을 1 대 9로 나누기로 구두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고, 신현준의 어머니 일까지 챙겨야 했다고도 했다. 신현준 측 판단에 조금이라도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 같다고 여기면, 모바일 메신저로 폭언과 욕설을 들어야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또 지난 13일 신현준에 대한 2010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요청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 번 조명을 받았다. 김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2010년 6월께 마약수사관으로부터 신현준의 프로포폴 투약 수사 연락을 받았다. 이후 모처에서 신현준, 김 대표, 마약수사관이 삼자대면해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신현준은 허리 부상으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고 진술했고, 마약수사관은 관련 증빙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종결됐는지 알지 못한다며 신현준이 어떤 조사를 받았고,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에 대해 밝혀달라는 취지로 고발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광섭 대표가 주장하는 신현준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는 사실상 재수사가 불가능하다. 수사가 이뤄졌다는 시기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2011년 2월)되기 이전의 일이기도 하며, 만일 치료 외 용도로 프로포폴을 과다 투약했다는 점이 인정되더라도 현행법상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에 이미 시효가 만료된 상황이다. 수사기관 역시 “시효가 만료된 사안이라면 재수사 여부를 따져 봐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신현준은 지난 10일 KBS2 ‘연중라이브’에 출연해 전 매니저인 김광섭 대표의 주장을 직접 반박했다. 사진=KBS2 ‘연중라이브’ 캡처
신현준 측도 김 대표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20년 지기 친구 간의 갈등이 결국 법정싸움으로 이어지게 됐다. 신현준은 최근 출연을 결심했던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촬영 잠정 중단 의사를 밝혔으며 당분간 소송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니지먼트와 또 다른 갈등을 빚고 있는 배우는 김서형이다. 김서형은 친분관계가 있던 마디픽처스 전성희 대표와 전속계약 해지를 놓고 공방이 붙었다. 지난해 10월 계약 체결 후 9개월 만이다.
배우 김서형은 9개월 만에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마디픽쳐스에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마디픽쳐스 측은 김서형의 폭언과 욕설 등을 폭로하며 맞섰다. 사진=박정훈 기자
당시 김서형 측이 “매니저(전 대표)가 제3자에게 배우에 대한 악의적인 이야기를 해 신뢰가 깨졌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것에 대해 마디픽쳐스 측은 “정상적인 매니지먼트를 해 왔는데 일방적으로 해지 통보를 한 것”이라고 맞섰다. 김서형은 지난 6월 마디픽쳐스 측에 내용증명을 보낸 뒤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김서형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게이트는 이 사건에 대해 “전 대표가 김서형에 대한 비방과 험담을 제3자에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신뢰관계가 깨진 상태에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해 소명을 요구하자 전 대표는 ‘그런 점들이 매니저 일에 중요하지 않다’고 답변했다”며 “계약 해지도 전 대표가 ‘면목없다’며 먼저 해주겠다고 얘기를 꺼냈지만 나중에 말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우의 입장 발표가 있고 난 직후 전성희 대표는 김서형의 폭언과 갑질을 문제 삼았다. 전 대표는 “저희는 전문 매니지먼트사가 아니고 김서형의 요청으로 매니지먼트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계약서도 배우의 요구대로 작성해 줬는데 (배우가)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다든가 힘든 일이 많았다. 일하는 내내 폭언을 감내해야 했다. 광고 계약금을 3배 높여서 왔더니 ‘뒷돈을 얼마 받았냐’고 하고, 디지털 성범죄 관련 공익광고를 제안했더니 ‘얻다가 몰카 관련 공익광고를 들이대냐’며 욕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서형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광고 위약금 등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서형과 전성희 대표는 언니 동생 사이로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사이로 알려졌다. 이들도 결국 법정 공방으로 향한 상황이다. 이처럼 친분이 있는 사이에서 출발한 배우와 매니지먼트 관계자 간 진흙탕 싸움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친분이 있을수록 더 곪기 쉬운 연예계 구조 탓”이라고 문제를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처음에야 아무 것도 모르고 기획사들과 계약을 맺지만 어느 정도 ‘짬’이 차면 친분이 있는 종사자들과 1인 기획사를 차리거나 ‘특급 대우’를 받고 그들이 운영하는 소속사로 적을 옮기는 게 일반적”이라며 “대부분 중소 연예기획사는 연예인이 갑이고 관계자들은 을인 경우가 많은데, 친분관계에서 파생된 관계라면 갑을관계가 오히려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로 “원래 친분관계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공사 구분을 제대로 못하기 일쑤고 욕설이나 폭력적인 행위를 한다 해도 ‘친해서 그랬다’고 슬쩍 넘어가는 일이 많다”며 “오랜 친분에서 비롯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행위가 과연 ‘직장 갑질’로 판단될 수 있는지 법적 결론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