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날 방송 내용은 조정 당시 비밀유지조항을 위반한 것이었고, 그 내용은 일요신문을 통해 단독 보도된 바 있다(관련기사 [단독] ‘비밀유지’ 조정 위반 위험 무릅쓰고…김세아 ‘상간녀 스캔들’ 전말). 결국 당시 상간녀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비밀유지약정위반’을 문제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17년 11월 8일 이뤄진 조정에서 양측은 ‘원고와 피고는 서로 재산 상 추가 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조정을 끝냈다. 김세아는 ‘일체의 발설과 억울함 호소, 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 발설이나 공개는 그 수위가 명확하지 않지만 당시 방송에서 김세아는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김세아는 “이미 모두가 아는 내용만 말했으며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사진=SBS플러스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 방송 화면 캡처
#“모두가 아는 내용만 말했다”
당시 원고였던 Y 회계법인 부회장 B 씨의 전 부인 A 씨는 7월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비밀유지약정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김세아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미 모두가 아는 내용만 말했으며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 의도는 없었다”고 반박한 뒤 “나 또한 피해자다. 나와 아이들의 앞길을 더는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방송에서 김세아는 조정 내용 자체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했다. 상간녀 위자료 청구소송에 피소됐던 2016년 당시 펼쳤던 자신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조정 상대인 A 씨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모두가 아는 내용’이라고 말한 김세아는 당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위주로 언급했던 셈이다.
#패널 질문과 편집 과정 때문?
김세아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언급한 발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패널과 제작진에 대한 부분이다. 김세아는 “패널 질문에는 조정 시 언급한 ‘비밀’이 아닌, 대중이 이미 아는 사실과 내 심경만 추상적으로 밝혔을 뿐이고 상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긴 공백 후 첫 공식 석상이었던 방송에서 패널들에 대한 질문에 최소한의 응답만 했다. 또 편집 과정에서 내 의도가 100% 전달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 당시 방송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김수미가 “확실하게 못한 점이 참 많아 그 당시에. 그렇게 억울했으면 그건 민사 말고 형사로라도 했어야 해”라고 지적한 부분이다. 이에 김세아는 “맞아요, 선생님. 그때는 소속사도 없었고요, 일처리를 제가 다 (하다 보니)…”라고 답했다. 뒷말을 흐리긴 했지만 분명 “맞아요”라고 답했다. 이처럼 패널들의 질문은 대부분 김세아가 억울하게 상간녀 위자료 청구소송에 휘말렸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했고 김세아 역시 당시의 억울한 상황을 언급한 뒤 “조정으로 잘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은 ‘김세아는 상간녀가 아니’라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었다.
당시 방송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김수미가 “확실하게 못한 점이 참 많아 그 당시에. 그렇게 억울했으면 그건 민사 말고 형사로라도 했어야 해”라고 지적한 부분이다. 사진=SBS플러스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 방송 화면 캡처
물의를 빚어 활동을 중단했다가 컴백하는 연예인에게 이런 MC와 패널들의 질문은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당사자가 정한 선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방송이 진행된다. 철저히 반성과 사죄의 톤으로 갈 것인지, 억울함을 호소하며 당시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 잡는 방식이 될지 등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분명 당시 방송의 공감대는 ‘김세아는 한 부부의 이혼 과정에서 오해를 사 상간녀 위자료 청구소송에 휘말렸지만 조정으로 잘 마무리됐다’였고 김세아의 심경은 ‘당시 나쁜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김세아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패널들의 질문과 제작진의 편집 과정까지 건드렸다.
#명예훼손 형사소송 가느냐가 관건
관건은 A 씨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형사 소송까지 진행하느냐다. A 씨 측은 디스패치 인터뷰에서 “김세아가 고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언급, A 씨의 명예도 훼손시켰다”며 민사는 물론이고 형사 대응도 예고했다.
명예를 훼손당했다면 방송 내용 때문일 텐데 김세아는 방송에서 A 씨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A 씨와의 소송과 조정 성립에 대해서만 말했다. 애초 상간녀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A 씨는 김세아가 자신의 남편 B 씨와 불륜관계라고 주장했지만 이혼과 함께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방송 내용은 김세아가 A 씨와 B 씨의 이혼에 엉뚱하게 연루돼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는 억울함의 호소였다. 결국 A 씨가 ‘허위 사실’ ‘명예훼손’ 등을 언급한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김세아가 이혼의 원인이 된 상간녀라는 주장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김수미가 언급한 ‘민사 말고 형사로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 엄청난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편 김세아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A 씨가 계속 소송을 제기할 시에는 나도 두 아이의 엄마로서 떳떳하게 살기 위해 맞서겠다”고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