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청 전경. 사진=천안시청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천안시 부동산 정책 주무부서 소속으로 근무한 공무원 A 씨는 신부3구역 재개발 조합원이다. 신부3구역은 2008년 8월 31일 천안시장으로부터 재개발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앞서 같은 해 6월 건설사업소 6급으로 승진한 A 씨는 그해 7월 신부3구역 재개발 내 맹지를 아내로부터 증여받아 조합원이 됐다. 이 맹지는 경매로 시세보다 싸게 매입했다.
A 씨는 2016년 1월부터는 천안시 주거정비팀장으로 일하며 재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2016년 8월 1일 천안시는 신부3구역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고시를 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조합원 65%에 해당하는 86명이 재개발정비사업 반대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자칫 재개발이 무산될 수도 있었던 상황. 당시 해당 업무 팀장인 A 씨는 공문을 보내고 주민들을 만나서 민원을 처리했다. 결국 지정 해제는 불가하다는 결론이 났다.
당시 주민들은 “A 씨가 해제 불가를 통보하면서 반대자가 많고 오는 2020년 일몰제 대상이니 재개발정비구역이 자연스럽게 해제될 것이라고 설명했기에 법률적으로까지 나서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2015년 9월 개정돼 이듬해 시행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법이 도입된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추진위가 승인되고 정비계획이 수립된 구역만 2020년 3월 일몰제 대상이다. 신부3구역은 2008년에 추진위가 승인됐지만 2016년에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고시 됐다. 일몰제가 아니라 천안시장에게 지정 해제 권한이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3월 2일 지정 해제를 앞둔 천안시 신부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해제되지 않고 기간이 연장됐다.
재개발 반대 측이 주장하는 A 씨의 행적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이해충돌 방지 의무)에 따르면 공직자는 수행하는 직무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지 않도록 공정성·적정성을 확보해야 하며 사익이 아닌 공익을 우선으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중 이해충돌에 해당하지만, 처벌 유효기간 3년이 지나서 인사상 불이익 조치 정도만 시에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재개발 관련해서 외압을 행사한 적도 없고 이득을 취하지도 않았다”며 “지난해 매물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서 갖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결국 천안시와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반대 조합원이 41명만 남으면서 조합설립에 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대형 건설사 직원들이 재개발 구역 땅을 사기 위해 이 지역을 찾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전언이다. 주민들은 시세의 절반을 제시한 보상안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개발정비사업 반대 추진위원회는 “소송을 준비하면서 풍문으로 들리던 A 씨의 비위를 발견하게 됐다”며 “더 높은 직급의 공무원도 재개발 추진에 외압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천안시 관계자는 “지난 6월 주민들의 청원으로 A 씨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까진 징계 수위가 정해지지 않았다”며 “당시 담당 공무원의 이해관계 충돌만 청원서에 기재돼 조사하고 있으며 고위공무원 외압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