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에는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하이트진로는 2010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이렇게 하이트진로는 대한민국 대표 장수기업이자 대기업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계열사 신고 등 그 책임은 다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일요신문DB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은 매년 5월 지정 전 자료를 제출하게 돼 있는데 이때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총수(동일인)의 특수관계인(친족 8촌, 인척 4촌 이내)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2010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하이트진로는 당시 이미 4개의 특수관계인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설립돼 있었지만 이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았다. 송정, 연암, 대우패키지, 대우화학 등이다. 2016년 대우컴바인이 대우패키지에서 분할돼 지금은 특수관계인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모두 5개다. 따라서 4개 회사는 2010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당시, 그리고 1개 회사는 2016년 분할 설립 이후 계열사로 신고했어야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신고하지 않았고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직권조사를 통해 그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하이트진로에 연암과 송정을 계열사로 신고할 것을 요청했고 하이트진로는 이 두 회사에 대우패키지, 대우화학, 대우컴바인 등 3개 회사를 추가해 모두 5개의 회사를 계열사로 뒤늦게 신고했다. 이 가운데 연암과 송정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형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의 아들 세진 씨와 세용 씨가 지분 100%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 대우패키지, 대우화학, 대우컴바인 등 세 회사는 박문덕 회장의 사촌 이상진 씨와 그의 자녀 동준 씨 등이 지배하고 있다.
관건은 이들 5개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은 게 고의인지 실수인지 여부다. 현재 하이트진로 측은 실수라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측 관계자는 “동일인이나 직계존비속이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독립된 회사라 실수로 신고를 누락한 것”이라며 고의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5개 사는 하이트진로와 무관한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닌 하이트진로와 거래가 활발한 회사들이다. 이런 까닭에 고의적으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우리와 거래하는 거래처가 워낙 많은 데다 문제가 된 5개 사는 거래 금액도 크지 않아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이트진로의 주장대로 ‘실수’라면 과태료 처분으로 마무리되지만 만약 ‘고의’라면 박문덕 회장의 검찰 고발이 이뤄진다. 현재 공정위는 박문덕 회장 검찰 고발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일요신문DB
공정위는 2018년 1월 하이트진로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적발해 79억 4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 조치한 바 있다. 검찰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맥주캔을 유통하면서 박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 서영이앤티를 거래 과정에 넣어 수십억 원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가 박 부사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다고 봤다.
지난 4월 박 부사장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5월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부장판사는 박태영 부사장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다.
아들 박태영 부사장의 항소심이 예정된 상황에서 아버지 박문덕 회장까지 검찰에 고발당할 위기를 맞게 된 하이트진로가 ‘오너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