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진상규명하기 위해 합동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던 서울시가 입장을 철회했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열린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서울시는 22일 ‘피해자 지원단체 2차 기자회견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내고 향후 피해자 측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면 인권위 조사에 협조하는 방식으로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서울시는 피해자 측의 의견을 수용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15일 공식 발표했다”며 “이후 직접 방문 등 4차에 걸친 공문 발송 등을 통해 피해자 보호 단체에 직접적으로 합동조사단 참여를 요청했지만 만남이 성사되지도, 답변을 받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피해자 지원단체가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불참 의사를 밝힘에 따라 합동조사단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해자 지원단체의 참여 거부에 유감을 표하며, 피해자가 인권위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대책으로 시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15일 제안했다. 이어 조사단 조사위원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지원 여성단체들에 보냈지만, 여성단체들이 이에 응하지 않자 시 관계자 없이 외부 전문가만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17일 입장을 바꿨다. 여성단체 등에 조사단 조사위원을 추천해 달라는 공문을 18일 또 다시 보냈고, 22일까지 반응을 기다린 후 조사단 출범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22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조사단 구성을 비판하며 함께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며 “인권위가 조사를 진행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피해자가 비서실에 근무한 4년 동안 20명에 가까운 상급자와 동료들에게 고충을 호소했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인권위 조사 시 다수의 서울시 전·현직 간부들이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