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챗 상위권에 위치한 명천TV(위)는 하루 약 80만 원을, 창기TV는 약 65만 원을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사진=플레이보드
명천TV, 창기TV, 현송TV 등 ‘건달·조폭 출신’을 태그로 거는 유튜버가 슈퍼챗 순위권에 등장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인기 있는 명천TV의 김명천 씨는 유튜브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레이보드’ 기준 1억 원 이상을 받았고 매일 방송을 켤 때마다 약 50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 수입을 올리고 있다. 창기TV의 김창기 씨도 플레이보드 기준 슈퍼챗 수입만 8000만 원 이상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국내 슈퍼챗 순위 20위 권 안에 꾸준히 진입하고 있다.
김명천 씨는 우리나라 최대 마약판매 사건으로 1990년대를 뒤흔들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1997년·1999년 필로폰 3.6kg를 밀수하다 발각돼 징역 10년 추징금 30억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현송TV 이경화 씨는 국내 최대 조폭 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광명사거리파 사건의 주범이었다.
조폭 출신 유튜버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과거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장본인들인 만큼 반발도 있다. 반면 이들은 “조폭 출신들은 유튜브도 하지 말란 법 있느냐”고 항변한다. 죗값을 치르고 나온 만큼 헌법대로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주장이다.
학생들도 이들에게 슈퍼챗 후원을 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조폭 유튜버들 채팅창에서는 “경찰은 재수 없다” 등의 발언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자신의 아들이 명천TV에 후원했다는 A 씨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A 씨는 “어느 날 요금서에 이상한 사용 내역이 있어 확인해 보니 아들이 명천TV에 20만 원 정도 후원했다는 것을 알았다. 방송에는 욕설이 난무했다”면서 “자식이 그런 방송을 보는 것도 모자라 후원까지 했다니 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이어 A 씨는 “조폭 출신 유튜버들을 보고 애들이 뭘 배우겠느냐. 19금 제한도 걸지 않고 방송하는데 애들 망칠까 겁난다”고 말했다.
조폭 출신 유튜버들끼리 서로를 고소·고발하거나 비난하면서 충돌을 빚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런 갈등은 이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이대우 춘천경찰서 형사과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범죄사냥꾼에서 조폭 출신 유튜버를 비판했다.
조폭 출신 유튜버들은 ‘범죄사냥꾼’으로 알려진 이대우 춘천경찰서 형사과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대우 형사과장이 이들을 상대로 한 수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대우 형사과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범죄사냥꾼에서 ‘조폭들 유튜브 진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이들을 비판한 바 있다. 이 형사과장은 “전·현직 조폭 출신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과거 자신들의 사건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면서 쌍욕을 쏟아낸다. 과연 전·현직 조폭들이 지향하는 바가 뭐냐”고 물었다.
이어 “죗값을 치렀다고 해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과거 나쁜 짓을 무용담 삼아 감성팔이·추억팔이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후원금을 받고 있다. 학생이나 청년이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떤 걸 배울 수 있겠나. 또한 과거 조폭들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이 영상을 보면 뭘 느끼겠느냐”면서 “조폭 출신 유튜버들에게 피해를 당한 사실이 있는 분은 제보 달라”며 메일 주소를 공개했다.
최근 명천TV 김명천 씨에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자 김 씨는 이대우 형사과장을 지목해 비난을 퍼붓고 있다. 김 씨는 이 형사과장을 향해 “나를 표적수사하는 것 같다. 개인 감정으로 나를 죽이기 위해서 대한민국 공권력을 동원했다”며 “나를 지칭해 범죄자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기소도 안됐는데 무죄추정원칙도 모르냐”며 항변했다. 조폭 출신 유튜버를 비난하는 이대우 형사과장의 유튜브 방송에 반발해 현송TV 이경화 씨는 춘천경찰서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 씨는 ‘이대우 형사과장을 만나겠다’며 항의 방송을 하기도 했다.
과거 김두한·조양은 등을 소재로 다뤘던 이기호 소설가는 “현재 약 30명의 조폭 유튜버들이 방송을 하는 것 같다. 이들은 과거 사건을 미화하기도 하고 조폭 유튜버끼리 고소·고발하며 슈퍼챗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면서 “모든 조폭 유튜버들을 비난할 순 없다. 다만 현재 많은 조폭 유튜버들이 욕설로 점철된 방송을 하고 있고 이런 방송을 권장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대우 형사과장은 조폭 유튜버들의 반박에 대해 “그들은 그들의 범죄 혐의를 감추려고 시청자들을 선동하며 후원을 끌어내기 위해 어그로를 끌고 있는 것뿐”이라며 “수사결과를 지켜보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