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국공유지 가운데 택지로 개발이 가능한 곳을 모두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릉골프장과 강남구 대치동의 서울무역전시장(SETEC), 신이문차량기지, 도봉구 운전면허시험장, 서초구 예비군훈련장, 판교 코이카(KOICA) 부지, SH서울주택도시공사 부지, 서부터미널 등이다.
정부가 택지 개발을 논의 중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인근 지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태릉골프장이다. 그동안 국방부 반대로 이전이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청와대에서 유력 검토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육군사관학교다. 이전한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육사 이전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릉골프장이 개발되면 군사 시설인 육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집이 세워지게 된다. 두 곳을 합치면 149만 6979㎡ 규모다. 약 1만 2000가구 가량이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인근 태릉선수촌 터까지 합치면 면적은 250만㎡로 늘어난다. 공급 가능 가구수도 2만 호까지 늘어날 수 있다. 태릉에 주택단지가 들어선다면 육사 이전 문제는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태릉골프장이 개발되면 성남골프장 터 개발 논의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성남골프장은 위례신도시 동쪽 경계선과 맞닿아 있으며 학암산 중턱 90만㎡ 규모다. 정부는 성남골프장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매각해 공공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어왔다. 실제로 2017년 LH가 매입을 시도할 때 청와대 국민청원에 ‘성남 골프장의 녹지를 보존해주세요’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SETEC은 대지면적 4만㎡ 정도로 인근 동부도로사업소 부지(5만㎡)를 연계해 개발하는 방안이 서울시의 주택공급확대 과정에서 단골로 논의돼왔다. 도봉구 운전면허시험장은 이미 의정부로 이전 계획이 잡혀 있어 용도만 변경하면 가장 신속하게 주택공급이 이뤄질 곳으로 평가된다. 판교 KOICA 부지도 일단 이전만 결정되면 판교 밸리와 인접해 주택단지 조성에 어려움이 없다.
개발이 예정된 국공유지의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정부가 서울 용산역 정비창 부지를 중심상업지역으로 지정해 용적률을 최대 150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급가능 물량이 공공·민간주택 8000가구가량에서 최대 2만 가구로 늘어날 수 있다.
그래도 3기 신도시 공급물량이 17만 호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공급규모가 턱 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도심고밀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공공 재개발 및 재건축 추진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도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도시계획 규제 개선이다. 쉽게 말해 용적률을 높여 면적당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법이다.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 해결책으로 꾸준히 제기된 방안이다.
용적률 상향은 공공재개발에 한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노후 임대아파트 재건축이 첫 대상으로 꼽힌다. 2025년까지 준공 30년이 도래하는 서울의 노후 임대아파트는 3만 4000여 가구다. 강서구와 노원구에 각각 1만 가구 넘는 물량이 있다. 강남구와 송파구, 양천구 등에도 5000가구 이상씩 대기 중이다.
임대아파트 용도를 현행 일반주거 2·3종에서 준주거 용도로 상향하면 평균 140% 수준인 용적률이 400%까지 올라가 5만 가구 이상의 추가 공급이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투기 수요와 집값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제도 완화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강남 재건축단지 등에 대한 규제는 풀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부지를 중심으로 공급택지를 찾는 것도 최대한 사업을 정부가 주도해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규제개선을 위한 공급대책도 같은 시각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