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 박진 미래통합당 의원과 북한인권 및 탈북민 단체 대표들이 7월 23일 국회에서 ‘북한인권 탈북민 지원단체 억압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7월 16일 통일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통일부에 등록된 북한 인권 및 탈북민 정착지원 민간단체 25곳을 선정해 사무검사를 우선 실시한다”고 밝혔다. 복수 북한 관련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통일부는 7월 17일부터 20일 사이에 64개 북한 관련 단체에 비영리민간단체 요건 충족 여부를 증빙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25개 북한 관련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사무검사를 거부하는 이유를 명시했다. 단체들은 “통일부는 사무검사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고 그 판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밝히지 않았다”면서 “그 과정이 자의적이거나 의도적이거나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체들은 “이제까지 단체 등록과 변경 시 통일부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면서 “그럼에도 통일부는 등록단체 중 북한 인권과 탈북민 정착 지원단체만을 뽑아 사무검사를 하고, 단체 유지 조건을 갖췄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통일부의 이런 조치는 명백한 차별이며 탄압”이라면서 “일종의 블랙리스트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단체들은 “통일부가 최근 대북전단 사건을 빌미로 일부 단체 등록을 취소하고 북한 인권 및 탈북민 정착지원 단체에 한해 사무검사를 발표한 건 북한 인권을 위해 힘쓰는 단체들을 손보고 정리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공인해온 (북한) 인권문제를 국내 정치문제로 축소하고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서 말미엔 표적 사무검사 중단, 사무검사 목적 및 과정 공개, 통일부의 정치적 행위 및 시도 중단 등 25개 북한 관련 단체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국내 북한 관련 단체들이 통일부 사무검사 결정에 반발하는 가운데, 7월 22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논란을 계기로 시행되는 소관 비영리법인 일체 등록요건 사무검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7월 22일 자유아시아방송, 미국의 소리 등 미국 복수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인권단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진행하는 사무검사 관련 상세 내용을 듣기 위해 한국 정부와 접촉할 것”이라고 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모든 국가는 자국 시민단체에 대한 행정적 통제와 규제 등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어떤 조치도 이 단체들의 임무수행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 단체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이라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퀸타나 보고관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퀸타나 보고관이 말한 건 우선 우리 정부 입장을 듣겠다는 것”이라면서 “면담을 통해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여 대변인은 “표현의 자유나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보장 등이 중요한 가치임은 분명하나 접경지역 주민 등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한다”면서 “앞으로 국제사회에 정부 입장을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 대변인은 “아직 (유엔 측으로부터) 설명 자료 요청이 온 것은 없다”면서 “면담 요청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