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 롯데지주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임금 동결, 복지 축소 등의 상호협력을 골자로 한 노사협력 선언식을 진행했다. 사진=일요신문DB
지난 7월 17일 롯데지주는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지속성장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사가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용자 대표 송용덕 부회장과 근로자 대표 김봉세 수석을 비롯한 노사협의회 위원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지주 노사협력 선언식’이 열렸다. 롯데지주 노사는 임금 동결을 합의했다. 추후 협의를 통해 복지제도 중단 범위와 각종 제도 개편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연봉협상은 하반기 첫 달에야 마무리됐다. 롯데그룹은 당해 연봉을 지난해와 똑같이 지급하고 연봉협상을 통해 증액된 걸 내년에 지급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앞서 2018년 실적을 바탕으로 한 2019년 롯데쇼핑 연봉협상이 당해 11월에 마무리된 것이 한 예다. 하지만 매년 직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악화가 연봉협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직원들은 이 점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근로자 대표의 대표성과 직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사측과 합의했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계열사 한 직원은 “회사가 어려운 걸 알아서 동결 취지는 이해하지만, 직원들에게 최소한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며 “특히 어떻게 뽑혔는지도 모르는 노사협의회 위원들이 직원들을 대표해서 합의했다는 사실을 기사로 접했다”고 말했다.
롯데지주에 대한 계열사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계열사 로열티로 매출을 올리는 롯데지주는 그룹 내에서 연봉, 복지, 성과급을 최상위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7년 10월 설립된 롯데지주는 계열사로부터 3개월 동안 받은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235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주 전체 매출액의 73.15%를 차지했다. 2018~2019년 롯데지주는 1039억 원의 상표권 수익을 올렸다.
롯데지주의 결정은 계열사 전체 연봉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사 입장에서는 임금을 동결한 지주사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일부 사측과 우호적인 계열사 노조의 경우 지주사의 발표 이후 연봉협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동결을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복리후생을 축소하고 직원을 줄인 계열사도 있다. 롯데쇼핑e커머스는 여름 휴가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직원들에게 7월부터 12월까지 순차적으로 무급휴가를 진행하고 휴가비, 연말 선물 등의 복리후생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롯데슈퍼는 장기근속포상으로 주던 금 대신 상품권을 지급했다. 롯데시네마는 15명의 직원을 권고사직했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노동조합이 있어서 노사협의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하고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복지를 줄이는 건 직원들의 동의를 무조건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번 노사협의가 롯데지주 외에 다른 롯데그룹 계열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지주는 노조가 없지만, 롯데쇼핑 등의 계열사는 노조가 있다 보니 노사 간의 연봉협상이 길어지면서 내년에 지급하게 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