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사진은 전직 비서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28일 인권위 앞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 위력에 의한 성폭력사건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촉구 공동행동’(공동행동)은 28일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묵인, 피소 사실 유출 등 주요 의혹 전반에 대해 진상규명을 해달라는 내용이다.
요청서에는 2차 가해에 대한 국가·지자체의 적극적인 조치와 공공기관 기관장 비서 채용 과정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태조사, 성범죄를 비롯한 선출직 공무원의 비위에 대한 견제 조치 마련 등 제도 개선을 권고하도록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전직 비서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인권위는 피해자의 진정 없이도 직권조사가 가능하다”며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직권조사 요청서에는 피해자가 진정을 통해 판단 받으려 했던 사실관계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정이 아니라 직권조사를 요청한 이유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위를 넘어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개선할 문제에 대해 조사하고, 제도 개선 권고를 하도록 요청하기 위해서다”라며 “이 사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여러 가지 부분이 있다. 인권위의 해당 사안 조사와 제도 개선 권고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여성단체들은 지난 22일 2차 기자회견에서 인권위에 이 사건을 조사해 달라며 ‘진정’을 제기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폭넓은 조사와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인권위의 직권조사가 더 적절하다는 판단에 진정이 아닌 직권조사로 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이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그 내용이 중대하다고 인정할 때’ 인권위 직권조사가 이뤄진다.
이날 공동행동에는 여성단체 활동가와 일반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여성의 존엄을 상징하는 보라색 우산을 들고 서울시청 광장에서 인권위 앞까지 1km가량 도보 행진을 이어갔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