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의 한 중학교에서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한 김 아무개 군(14)이 동성 동급생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추행 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연합뉴스
7월 28일 영광 교육지원청 영광학폭사고처리대책본부(대책본부)에 따르면 7월 3일 급성 췌장염으로 숨진 영광의 한 중학교 1학년 김 군은 6월 10일부터 17일까지 7일 동안 기숙사에서 동급생들로부터 반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앞서 유족은 김 군이 “성폭력 후유증으로 사망했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한 바 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군은 학교 기숙사 자신의 방에서 7일 동안 매일 밤 10시부터 12시 사이 같은 학년 남학생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생은 총 4명으로 이 가운데 일부는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의 부실한 관리 감독이었다. 가해자로 추정되는 학생 4명 가운데 2명은 김 군과 다른 방에서 기숙하는 학생이었다. 이 학교의 기숙사 운영 관리 규정에 따르면 밤 10시는 취침시간이다. 일부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밤 11시까지 ‘자율묵학’이라는 이름의 자율학습을 하러 묵학실을 가기도 했다. 이 시간 당직교사는 묵학실을 지켰다. 범행은 이 틈에 일어났다.
기숙사감도 있었으나 유명무실했다. 학생들은 밤이 되면 기숙사를 자유로이 돌아다녔다. 김 군의 어머니 김시영 씨(39)는 28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직교사와 사감의 부재와 다름없는 관리가 소홀한 시간이 있었다. 밤 10시부터 12시 사이, 그때 사건이 벌어졌다. 아들과 같은 방을 썼던 아이들 3명 가운데 2명이 가해자였는데 가해자가 아닌 나머지 1명은 밤 11시 자율학습이 끝나면 다른 친구의 방에 가서 잠을 잤다고 한다. 성추행이 벌어지는 7일 동안 기숙사 관리를 담당하는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아들을 포함해 5명의 아이들은 한 방에서 유사성행위 및 성행위를 했다. 아들에게 ‘2차 성징이 시작되면 다 하는 것’이라며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당시 우리 아들은 2차 성징이 오지도 않았고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가운데 3명은 아들의 몸에 올라타서 몸을 비비고 성기를 잡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 아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의 몸을 핥으며 이상한 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 말라”는 김 군의 거부의사에도 가해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일부 가해자들은 김 군이 저항하면 화장실에 들어가 자위행위를 하고 오거나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추행을 이어나갔다.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은 “(성추행 사실을) 말하면 너희 부모님은 가정법원을 가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아들은 부모가 이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욱 말을 하지 못 했다고 한다. 그렇게 첫 주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주말에 피해 사실은 말하지 못하고 ‘눈을 감아도 너무 밝다’며 ‘안대와 귀마개를 사달라’고만 했다. 내게 ‘게이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그땐 그런 질문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흐느꼈다. 그러나 김 군은 이 안대와 귀마개마저 가해자들에게 빼앗겼다고 진술했다.
학교의 대처는 미흡했다. 대책본부의 진상 조사에 의하면 학교는 성추행 사건이 있었음을 인지하고도 조사 시기를 미루고자 피해자 가족과 수사기관 및 교육당국에 상이한 내용을 안내했다. 피해자 쪽에는 기관에서 조사 날짜를 뒤로 잡고자 한다고 전달하고, 기관에는 피해자가 이를 원한다고 말한 것이다. 대책본부 조사 결과 발표에 참여한 유족은 보고 역시 전화로만 이뤄졌다고 밝혔다.
학교 안에서 2명 이상이 성폭력을 행사했을 때 ‘출석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타인에게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초래한 자’는 퇴사할 수 있다는 기숙사 운영 규정도 있었으나 일부 가해자들은 학교에 출석했다. 학교는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가해자의 학습권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교가 가해자에게 내린 조치는 피해자에 대한 보복행위 금지와 심리치료 등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대책본부는 28일 “피해자 측은 가해자를 4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과 학부모의 진술이 약간 다르지만 성추행 사실은 확인됐다”며 “정확한 전남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신고를 받은 학교의 사후 대처가 미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학교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예정이다.
김 군의 첫 등교일은 6월 7일이었다. 코로나로 개학이 여러 번 미뤄진 탓이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기숙사 입소 나흘 만에 동급생들의 성추행에 의해 깨졌다. 계속된 조사와 2차 가해에 고통을 호소하던 김 군은 6월 30일 복통을 호소해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결국 3일 만에 급성 췌장염으로 숨졌다.
김 씨는 아들의 사망 이후 영광 교육지원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미흡한 대처를 한 학교와 가해자에 응당한 처벌을 묻기 전까지는 자책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가해자들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했다. 가해자 가운데 한 명은 “김 군이 성적 행동에 동조했다”는 취지로 맞고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