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구제 방안을 이끌어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최근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 등 이어지는 금융 사고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사진=전재수 의원실 제공
사모펀드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지만, 현행법에는 배상액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다. 전재수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판매사(금융사)의 위법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다. 전 의원과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산운용사와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가 아닌 판매사에만 사태의 책임을 묻는 이유는.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중단 등 최근 터진 금융 사고의 형태를 살펴보면 판매사의 책임이 가장 크다. 판매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기에 앞서 이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고, 불완전 판매를 강행하며 금융사로서 ‘모럴 해저드’까지 더해졌다. 고객들에게 펀드의 위험성을 고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없었다. 상품 판매로 얻는 수수료를 끌어 모으는 데 급급한 채 고객과 신뢰를 저버린 것이다. 판매사들의 탐욕으로 이 사태가 시작됐다.”
―모든 책임을 판매사에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자산운용사의 잘못을 덮자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제도와 빈틈을 노린 자산운용사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개인 투자자들 배상에 대한 문제다. 자산운용사의 사기적 행태는 향후 민‧형사적으로 해결할 부분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구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또 신뢰를 바탕으로 상품을 판매해온 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의미다.”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은 판매사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상해야 하는 금액이 펀드 손해액의 최대 3배라는 점에서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전혀 과하지 않다. 최근 옵티머스나 라임 펀드 사태를 비추어 볼 때 판매사는 금융상품 판매시 전체 수수료의 60~70%를 가져가곤 한다. 이런 수익구조에서 피해자가 손해액의 최대 3배 범위 내에서 판매사에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도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만약 운용사의 과실이 더 명확하다고 판단되면 판매사는 향후 운용사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해 앞으로 자산을 회수할 수 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배상은 판매사가 책임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잇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사모펀드 규제 완화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2015년 규제 완화가 환매중단 사태를 초래한 것은 사실이다. 모든 규제에는 양면성이 따르기 마련인데, 규제 완화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진단하고 예방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무시된 채 추진됐다. 지금이라도 법 개정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완화된 규제를 다시 강화하면 또 다른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사태 해결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사모펀드 활성화에 따른 순기능을 감안할 때 규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보다는 대주주 요건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2015년 규제 완화 당시 동시에 추진됐어야 할 피해자 보호 방안들이 다시 활발히 논의되는 계기가 필요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규제 완화 당시 금융당국의 감시통제 기능이 함께 보완돼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잇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고와 관련해 판매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전재수 의원실 제공
―지난해 국정감사 때 ‘행장 봐주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는데.
“총수나 행장 봐주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것은 사실이다. 은행장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간사들의 협상 과정에서 출석 요구 명단에 빠지는 일이 다반사인데, 증인신청이 협상 과정에서 누락될 경우 그 경위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조사 중인 사안들이 남아 있는 만큼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들이 출석해야 할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의 ‘캄코시티’ 부실 투자로 인한 파산 사태와 관련, 최근 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가 최종 승소하며 국내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전 의원이 직접 지원 사격에 나섰지만 재판이 해외에서 진행돼 쉽지 않았을 텐데.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사건이어서 그런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더라. 저의 지역구가 부산이니만큼 더욱 신경 썼다. 피해 구제를 위해 피해자들과 함께 움직였는데, 노력한 결과 사건의 주범이 국내로 송환되고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했다. 피해자들 모두 뒤에서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왔다. 이번 총선에서 자원봉사를 해주시기도 했다. 아직도 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태가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나.
“대법원 판결에서는 승소했지만, 채권을 회수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아직 제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이를 위해 21대 국회 전반기에서도 정무위원회를 희망해 들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채권 회수가 늦어지고 어렵다고 하더라. 하지만 최선을 다해 채권을 최대한 회수하고 싶다.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예금보험공사의 사업 정상화 업무 추진방안 논의 등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 및 정부 차원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정무위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또 민주당 원내선임부대표로서 부산저축은행 피해자의 완전한 피해 보상 쟁점이 정부 및 중앙당 핵심 의제로 다뤄질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다.”
―이외에도 관심을 가지는 경제 관련 사안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며 온라인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의 덩치는 커졌지만, 소상공인(납품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중개사업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커머스 시장의 올바른 순환 구조를 위해 이 같은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어떤 대책을 준비 중인지.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2002년 제정된 것으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여러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때문에 20대 국회 후반기 당시 규율의 범위와 대상을 명확히 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이를 다시 발의해 적극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