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돌 출신 연예인이 에토미데이트를 구매하려 한 정황이 경찰에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여성 실루엣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그렇지만 2009년 4월 마약류 지정이 유보됐다. 정부의 마약류 지정 추진에 대해 의료계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의료현장에서 마취 유도시 90~100%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점, 외국에서 마약류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점, 부작용보다는 유익함이 훨씬 많다는 점, 대체의약품이 없다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2009년 6월 이 약물이 초대형 사건에 등장하면서 확실한 유명세를 치렀다. 2009년 6월 25일 사망한 마이클 잭슨의 집에서 이 약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바로 프로포폴 얘기다. 세계적인 스타가 프로포폴 과다 투여로 사망하자 2009년 8월 다시 프로포폴의 마약류 지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10년 6월 식약청이 프로포폴의 마약류 지정 재심의에 돌입했고 결국 그해 8월 마약류 지정을 결정했다. 논란 끝에 마약류 지정이 이뤄진 결정적 원인은 프로포폴이 ‘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한다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에토미데이트라는 약물이 논란의 한 가운데 섰다. 프로포폴과 유사한 전신마취 유도제로 수면내시경 검사 등에 주로 쓰인다. 정맥주사로 전신마취를 유도하는데 과다 투약하면 구토·오한·혈압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호흡 정지가 올 수도 있다. 당연히 의사 처방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중독성과 환각성이 확실하게 발견되지 않아 마약류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과를 가진 약물이지만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터라 이를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연예계에서도 에토미데이트 관련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휘성이다.
휘성은 지난 3월 서울 송파구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뒤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틀 뒤에는 광진구의 상가 화장실에서 또 다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채 발견됐다. 엄청난 화제를 양산했지만 별다른 처벌은 받지 않았다.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탓이다. 결국 휘성은 입건조차 되지 않고 귀가 조치됐고 대신 판매책 남 아무개 씨가 긴급 체포됐다.
1심 재판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 씨에게 징역 1년은 선고했고, 전신마취제를 제조한 박 아무개 씨에게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휘성이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기 전 남 아무개 씨에게 에토미데이트를 구입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사진=MBN 뉴스 화면 캡처
최근에도 아이돌 출신 연예인 A가 에토미데이트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SBS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행여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했을지라도 A는 휘성과 마찬가지로 입건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대마초와 에토미데이트 불법 판매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해 소환조사를 벌였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는 “에토미데이트 구매를 알아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구입하거나 사용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발 검사도 받았지만 음성이었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선 에토미데이트의 위험성을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프로포폴처럼 ‘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휘성의 사례가 이를 제대로 입증한다고 설명한다.
“건물 화장실 에토미데이트를 투여하고 쓰러진 채 발견됐던 휘성이 단 이틀 만에 또 다른 상가 화장실에서 같은 약을 투여하고 발견됐다. 그만큼 정신적 의존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처벌은 안 받았지만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요즘 에토미데이트라는 약물이 화제다. 프로포폴과 유사한 전신마취유도제로 수면내시경 검사 등에서 주로 쓰인다. 사진=서울 강남경찰서 제공
문제는 3월 휘성과 A의 사례를 통해 연예인들이 에토미데이트에 더 빠져들 위험성이 커졌다는 부분이다. 어차피 구매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A는 구매를 알아보기만 했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구매했다고 해도 처벌 대상이 아니며 실명이 공개될 가능성도 낮다. 결국 휘성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 투여한 채 발견되는 최악의 상황만 피하면 된다는 나름의 계산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의 연예인이 에토미데이트를 찾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려오고 있다. 연예계에선 요즘 분위기가 프로포폴 마약류 지정 직전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예기획사 한 임원은 “의사 처방에 따라 병원에서 쓰이는 용도 외에 불법 유통과 불법 투여가 이뤄지고 있다면 당국의 확실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