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대웅바이오 등을 자회사로 둔 대웅그룹이 보험급여 축소, 소송, 판매 중지, 불법 영업 의혹 등의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매출에 직격타를 맞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급여축소로 직격탄 맞은 대웅바이오
지난 7월 24일 보건복지부는 2020년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건강보험 혜택 범위를 축소했다. 이는 전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7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의 급여 범위에 대해 재심의한 결과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급여기준은 20일간 의견조회 후 오는 8월 개정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월 11일 제6차 약평위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해 치매 외 환자의 약값 부담률을 기존 30%에서 80%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 정서불안과 자극 과민성 등 감정·행동 변화나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의 질환자는 금전적 부담이 증가하게 됐다. 복지부는 “근거 기반의 임상적 유용성을 우선 평가하되 비용효과성과 사회적 요구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며 “3년 후 급여 적정성에 대해서 재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약값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수요도 줄어든다. 이 약은 지난해 185만여 명의 환자가 3500억 원 상당을 처방받아 복용한 약이다. 130개 판매사의 해당 약품 매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이 직격탄을 맞았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성분으로 한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과 종근당의 글리아티린이 각각 947억 원, 761억 원가량 처방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 중 글리아타민과 글리아티린의 치매 외 매출이 각각 약 785억, 631억 원을 차지했다.
결국 제약사들은 복지부의 급여 축소에 대해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지난 7월 2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약을 판매하는 제약사에 소송 참여 여부와 소송대리인을 맡을 법무법인 선정 등과 관련한 내용을 발송했다. 그러나 130개 제약사 중 81곳이 급여 축소에 반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과 달리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약평위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기도 여의치가 않다. 제약회사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시험 재평가를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도 업계 추산 500억 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일 큰 타격을 받은 대웅바이오는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윤재승 전 회장이 검찰 출신 경영인이라 법률팀에 강점이 있고 다른 제약사와 달리 정부를 상대로 수차례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웅바이오와 종근당을 제외한 제약사는 매출 타격이 크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대웅제약은 악재가 연이어 겹치며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도 어두운 상황에서 약 480억 원에 달하는 전환사채 인수에 나설 전망이다. 사진=일요신문DB
#대웅제약의 끊임없는 악재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의 국내외 소송에서 패색이 짙어졌다.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ITC는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다며 10년간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예비판결을 내렸다.
대웅제약은 수백억 원을 소송에 쏟아 붓고도 메디톡스에 막대한 규모의 손해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오는 11월 ITC의 최종 판결이 남았지만, 예비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형사상 소송에서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에 관한 혐의를 밝힐 계획이다. 국내 재판부도 ITC의 결과를 참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 중인 대웅제약의 기술침해 조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오히려 미국 시장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예비판결 당일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로부터 480억 원의 전환사채(CB) 인수를 결정했다. 지난 7월 22일 대웅제약은 500억 원을 단기차입했다고 공시했다. 대웅제약은 차입 목적에 대해 연구개발비 증가로 인한 운영비 조달이라고 설명했지만, 오는 7월 31일 CB를 취득하기 위한 자금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 1분기 기준 대웅제약의 현금성 자산은 548억 원으로 CB를 취득하게 되면 유동성 여력이 약 70억 원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미국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으로 계약서 조항이 꼽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개된 계약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고의적인 위법행위 또는 중대한 과실이나 태만 행위를 하면 에볼루스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이 ICT에서 확정되면 메디톡스뿐만 아니라 에볼루스까지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ITC에서 최종 판결을 뒤집지 못하면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로 인해 대웅그룹의 파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미국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된 상황에도 자금을 계속 투입하는 것도 지면 끝이라는 기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웅제약 영업사원들이 보험 청구심사시스템인 지누스를 이용해 처방통계를 불법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업계에서 영업이 강하기로 유명한데 이번 의혹을 통해서 그 비결을 알게 됐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26일 식약처는 라니티딘 성분이 함유된 모든 의약품에 대한 판매를 중지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269개 품목에서 발암 추정물질인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기 때문이다. 2018년 58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대웅제약의 알비스정·알비스D정도 판매 중지됐다.
악재가 연이어 겹치며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대웅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줄어든 2284억 원, 영업이익은 87% 감소한 13억 원을 기록했다. 유안타증권은 대웅제약이 2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2289억 원, 영업이익 23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3.1%, 영업이익은 86.6% 감소한 것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 예비판결은 일방적인 주장을 토대로 한 추론만으로 중대한 오류들이 발견되었고 오판의 근거들을 명백하게 제시해 최종결정에서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며 “지누스 관련해서는 영업사원 개인의 문제로, 회사 차원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