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김해국제공항 전경. 사진=연합뉴스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결정난 것은 박근혜 정부 때다. 당시 TK(대구·경북)와 PK 지역은 공항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결과는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안이었다(관련기사 ‘TK 김부겸도 가덕도 동조’ 동남권 관문공항 민주당 전대 변수 부상).
이후 PK 지역에선 김해공항 확장을 두고 ‘안전성’과 ‘소음’ ‘24시간 운영 불가’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PK지역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6월 ‘부·울·경 검증단’을 구성, 김해신공항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 뒤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에 재검증을 요구했다.
총리실도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12월 검증위를 출범했다. 검증위는 ‘안전’ ‘소음’ ‘환경’ ‘수요’ 등 4개 분과별 보고서를 작성한 후 총괄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8월 초 검증위 전체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시을)은 7월 27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관계부처와 협의가 제대로 안 된 채,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왔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정호 의원은 “국방부가 안전과 관제권 등으로 김해신공항 부적합 의견을 제시했다. 환경부 또한 소음피해, 환경파괴, 문화재 훼손 등 29개 문제를 지적하며 사실상 반대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묵묵부답하면서 여전히 돌려막기를 하면서 밀어붙이고 있다”며 “총리실 검증결과의 공정성 객관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결국 총리실 검증위가 국토부 입장을 수용해, 김해신공항 문제점 보완 후 계속 추진하도록 손들어 주는 것 아니냐 하는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김해신공항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기존 활주로 장애물 충돌 위험, 신설 V자 활주로 장애물 충돌 위험, 활주로 이탈사고 위험, 조류충돌 위험 등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총리실 검증위가 이러한 위험성을 검증 시뮬레이션에서 확인했음에도 국토부 의견을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검증위 안전분과가 지난 4월 시행한 실패접근절차(착륙실패로 재상승해 다시 착륙 시도) 1차 시뮬레이션에서는 비행기가 부산 금정산과 충돌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검증위는 국토부의 수정안을 받아들여 7월 23일 2차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PK 지역 정가에선 국토부가 ‘김해신공항은 안전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자 유리한 변수만 넣어 수정안을 제출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 상황이다.
가덕신공항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도 여러 차례 긍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가덕신공항을 주장하는 부울경 검증단의 주요 정치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은 친문 인사로 꼽힌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국토부에서는 여전히 김해공항 확장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회’에서 구호를 제창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왼쪽)와 김정호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PK 지역 인사들은 국토부 관료들을 향해 비판을 쏟아낸다. 김정호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토부가 세운 국책사업은 번복된 적이 없다.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되면 번복의 사례가 돼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또한 김해신공항을 추진하며 벌어진 혼란과 사회적 비용에 대해 국토부의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토부 일각에서는 지방에 관문공항이 필요하지 않다는 수도권 중심적 사고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총리실 검증위에 대해서도 불신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검증위에는 학회, 연구기관, 대학 등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은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 역시 국토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토부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PK 시민단체도 “가덕도 신공항추진운동 20년을 이제 종지부 찍자”며 문재인 정부와 국토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 등 지역 범시민단체는 7월 30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실의 검증 지연을 비롯한 전반적인 재검토 과정이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지키기’ 편향된 사고에서 비롯된 시도임을 깨달았다”며 “부처의 수장으로서 관료들의 논리에 매몰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즉각적 사퇴를 요구한다. 문재인 정부 역시 가덕신공항을 조속히 지정하지 않을 경우 정권 퇴진운동 및 국가상대 손해배상소송 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