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국가산단 조성계획안. 남윤모 기자
[청주=일요신문]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충북 청주시 옥산면 국사리 산 220번지 일원의 국사산업단지 조성이 청주시와 사업시행자, 주민들 간의 갈등 끝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논란의 대상인 국사산단은 총 95만6229㎡에 산업용지 50만3663㎡, 나머지는 상업용지와 주거 및 다른 용도의 토지로 개발돼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던 곳이다. 총 사업비 2129억7200만원이 투입되며 보상비 745억5200만원, 공사비 1147억9300만원, 기타 236억2700만원 등으로 계획됐었다.
초기 사업시행자는 국사산업단지㈜ 대표 이모 씨이며 지분은 ㈜지에이치산업개발 35%, 대우건설 20%, 교보증권 10%, 대흥종합건설 15% 등이었다. 지정 관리자는 청주시장으로 지정돼 진행됐다.
국사산단은 지난 2014년 1월 투자의향서를 청주시와 충북도에 제출하고 이듬해인 2015년 4월 환경영향평가 협의회를 열었다. 이어 2017년 1월 산업단지계획 승인서를 청주시에 재출하고 2월 관계기관 협의 및 주민 의견 청취 후 합동 설명회를 개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1월 국사일반산업단지계획 승인고시를 했다.
2018년 2~3월 2회에 걸쳐 국사산단 보상협의회를 실시했지만,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기존 토지계약율은 50.4%였으나 계약금은 지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9년 11월 17일 국사산단 조성 미진행에 대한 청문을 실시하고 올해 1월 27일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고시를 했다. 이어 3월 17일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취소 소송을 진행해 4월 6일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6월 5일 사업 시행자 2차 공모 공고를 거쳐 30일 산업단지계획 변경 승인을 했다.
이에 따라 사업기간은 2017~2021년 6월까지로, 사업시행자는 청주국사일반산업단지㈜ 대표이사 유모 씨로 변경됐다. 올 7월부터 사업시행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23일 청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국사산단 사업자 지정 취소’의 건에서 원고인 전 사업시행자의 청구가 기각됐다.
판결에서 재판부는 “전 사업시행자인 이모 씨가 사업기간내 토지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청주시의 독려에도 성실한 사업추진의지를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씨가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의 신빙성 및 실현 가능성이 없어 산업단지 기반시설 조성을 위한 국비지원사업까지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며 ”사업시행 취소로 인한 이 씨의 피해보다 공익을 우선한다“고 판결했다.
이 씨는 판결에 불복해 즉각 고등법원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전 사업시행자로 인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 현재까지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온 옥산면 국사리 주민들의 불편을 빠른 시일 내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새로운 사업시행자를 모집한 결과 ㈜대흥종합건설, ㈜호반건설, ㈜호반산업, 교보증권㈜으로 구성된 청주국사일반산업단지㈜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청주 국사산단 전경(북사일반산업단지). 남윤모 기자
청주시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새로운 사업시행자인 청주국사일반산업단지㈜ 주주사 대표들로 하여금 협의 등을 실시, 향후 사업추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재산권 행사의 제한으로 피해를 입어 침체된 지역 분위기 쇄신을 위해 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는 공문도 발송했다.
또 전 사업시행자가 사업을 성실히 이행하지 못한 원인이 토지보상을 수행할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 보고 새로운 사업시행자 선정 시 사업자금 중 60억원을 시 금고에 예치토록 하는 한편 예치금의 향후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새로운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청주국사일반산업단지㈜ 측에서는 지역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어려운 결단을 내린 시의 입장을 고려, 사업정상화를 위해 매진하는 한편 지역발전의 가속화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추진위원들과의 접촉 등을 통한 주민과의 공감대 형성 ▲주주간 협의 등을 통해 사업정상화를 위한 사업추진 방향 제시 ▲자금 확보 노력 등 사업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 시에 사업정상화를 위한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사업시행자인 국사산단 대표 이모 씨는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산단조성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준비행위를 이행했고 시의 처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며 “이 과정에서 약 73억원의 돈을 투자했고 이중 32억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투자사와 건설사의 내부적인 문제로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주민들의 민원 등이 발생, 시와 주민들에게 어려움을 끼친 부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난 3월 17일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해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4월 6일 집행정지 결정을 통해 판결 선고 시까지 집행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이 씨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청주시가 산업단지 지정해제를 하지 않고 새로운 공모를 통해 현재까지 이뤄놓은 사업 진행 성과에 편승한다면 이는 재산권 및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사산단 조성지 내에 있는 토지주들이 개발행위 및 처분 등의 행위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사산단 조성에 토지주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빨리 토지보상 절차를 진행하기를 원하고 타 업체가 진행해 긴 세월이 걸리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국사산단 조성지인 옥산면 주민들은 “(전 사업시행자 이모 씨가) 2006년부터 10년 고시 후 4년 동안 토지주와 국사리 주민들이 협조했음에도 무책임한 사업 진행과 지켜지지 않은 약속과 협의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약금 10원도 없는 토지매수협의 계약은 토지주 302명 중 46%가 법무법인 재상에 위탁해 산단 조성에 적극 협조한 것”이라며 “하지만 토지보상금은 3년여 동안 미뤄졌고, 국사산단 이 대표가 토지의 60~70%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마저 한 푼도 받지 못한 계약서 원본은 주민대책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토지주와 주민은 보상금을 약속한 국사산단㈜를 믿고 대토계약으로 재산권 행사를 못해 대출을 받아 이자를 갚는 지경에 이르러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다”며 “주민들은 국사산단 조성 재공모로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는 데 적극 찬성했으며, 새로운 사업자와 하루속히 산단 조성 및 사업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남윤모 충청본부 기자 ilyo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