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가협회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협회는 29일 ‘법무부 장관에게 공개 해명 요청 성명서’를 통해 “정치 입장을 떠나서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하는 현실 앞에서 이 땅에서 문학을 융성시키는 일은 참 험난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협회는 추 장관이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을 제기한 윤한홍 의원에 “소설을 쓰시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소설가들은 놀라움을 넘어 자괴감을 금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소설 쓰는’ 것을 거짓말 하는 행위로 빗대어 발언해 소설가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준 정치인들에게도 엄중한 각성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이어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다. 소설에서의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라며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라며 거짓말과 소설의 정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소설의 기능과 역할을 안다면, 어떻게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소설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더 나쁘고, 모르고 했다면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하는 말을 어떻게 신뢰해야 할지 안타깝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설 문학을 발전 융성시키는 데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는가”라면서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했다.
또한, “이에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는 인터넷에서까지 난무하고 있는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무부 장관의 해명과 함께, “소설 쓰시네”라고 한 것에 대해 소설가들에게 공개 사과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