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이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고 건설·석유화학 사업으로 개편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일 출범한 대림건설이 향후 대림산업을 분할하고 합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해욱 회장은 대림산업의 지주회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림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대림산업의 낮은 지분율이다. 이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은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62.3%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림코퍼레이션의 대림산업 지분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다 합쳐도 23.12%에 불과하다. 외국인과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이 각각 40%, 13.5%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언제든지 경영권 위협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림그룹의 최근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선 대림그룹은 대림C&S, 대림오토바이 등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에 있고 석유화학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서정 SK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미국 오하이오주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에서 철수했지만, 1조 8500억 원가량을 새로운 석유화학 분야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17일 대림산업은 해외 자회사 카리플렉스 브라질 공장의 합성고무 라텍스 생산 용량을 2배로 늘리기 위해서 약 6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앞서 지난 3월 9일 대림산업은 미국 크레이튼 사의 카리플렉스 사업 인수작업을 최종 완료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약 6200억 원이다. 카리플렉스는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소재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또 대림산업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합성수지·포장재 등을 제조하는 필름사업부를 분할해 대림에프앤씨를 설립했고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난해 폴리머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대림피앤피를 세웠다.
대림코퍼레이션 혹은 분할된 석유화학 계열사와 대림산업의 석유화학 부문의 합병 등을 통해 이해욱 회장의 그룹 지배력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이 석유화학 사업을 분리한 후 주택, 토목, 플랜트 중심의 건설사업회사로 재편하고 대림코퍼레이션 직상장으로 지주사 체계를 갖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림그룹 지배구조 강화의 본질적 해결책은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의 합병이 될 것”이라며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이 합병한다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대림산업 지분율은 약 29~31%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림산업을 건설과 석유화학 부문으로 분할하는 것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복잡하게 얽힌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대림산업 매출의 80%를 자치하는 건설부문의 비중을 낮추고 대림코퍼레이션과 관계가 깊은 석유화학부문을 육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주목을 받는 것이 대림건설이다. 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해 출범한 대림건설은 합병과 동시에 시공능력 순위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림산업 건설부문과 관계 설정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있다. 대림산업의 한 관계자는 “대림건설이 대림산업의 건설 매출을 뺏어오는 것이 목표라는 이야기는 사내에 공공연하다”며 “대림건설이 e편한세상 브랜드를 활용한 주택 수주뿐만 아니라 대형 SOC사업, 토목사업 등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림건설은 최근 기세를 올리고 있다. 대림건설은 최근 대림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전 삼성1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권을 따냈다. 총 공사비는 3951억 원이다. 지난 7월 30일에는 690억 원 규모의 용인 죽전70근린공원 특례사업 비공원시설 공동주택 신축공사도 수주했다. 약 1240억 원 규모의 송월아파트구역 재개발 사업의 계약도 앞두고 있다.
이러한 관측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삼호와 고려개발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얼마 안 돼서 대림건설로 합병하게 됐다. 특히 건설 경기가 꺾이고 있어서 작은 회사로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라며 “회사 규모에 따라 수주할 수 있는 게 다르고 대림산업에 수주를 몰아주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림산업을 쪼개서 합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계획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해욱 회장은 예전부터 합병을 통해 경영권 승계에 성공했다. 2008년 대림코퍼레이션은 이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대림에이치앤엘을 1 대 0.78 비율로 흡수·합병했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이 32.12%로 증가해 단숨에 2대 주주에 올랐다. 2015년에는 이 회장이 99.2%의 지분을 보유한 대림아이앤에스를 1 대 4.19 비율로 흡수·합병했다. 이 회장의 지분은 52.26%로 상승해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가 됐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