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7월 30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인사위 일정을 취소한다고 알린 것은 29일 오전. 법무부 검찰과는 16일 검사장, 차장검사 승진 대상인 사법연수원 27~30기를 대상으로 인사검증동의서를 받았었다. 그리고 추미애 장관은 “7월 중 인사를 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혔기 때문에 30일 인사는 기정사실이었다. 통상 법무부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당일 오후 4~5시쯤 검찰 내부와 언론에 인사 사실을 공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연기 결정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인사위가 열린다는 것은 대략적인 인사안이 확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인사에서 최대 관심사는 ‘친문’ 성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승진 및 자리 이동 여부다. 사진=일요신문DB
특히 법무부는 위원들에게 취소 사유를 밝히지 않았고, 일정을 다시 정해 알리겠다고 밝혔다. 여러 추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등 주요 요직과 관련해 아직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장 지배적이다.
‘친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번에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할지가 주된 관심사였다. 하지만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 주요 사건 처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씩 고개를 들던 상황이었다.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내면서 수사가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이 지검장을 ‘고검장’ 급으로 높이되 유임시키기 위해 인사안 수정이 불가피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과의 검찰 인사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얘기도 있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거의 배제된 상황에서 이뤄진 인사이기 때문에 향후 논란을 우려해 법무부가 급히 취소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윤 총장의 힘을 빼는 인사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추미애 장관은 지난 2월 인사 전 윤석열 총장과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 검사장 이상급 공석은 모두 11자리다. 인사를 앞두고 김영대 서울고검장과 양부남 부산고검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 이정회 인천지검장, 조상준 서울고검 차장 등도 사의를 표했다. 그럼에도 검찰 내에서는 법무부가 다른 여타의 검사장들에 대해서도 사직 의사를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인사 폭을 키우기 위함이라는 추론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별개인 듯 연결돼 발생한 이번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부장검사의 몸싸움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이성윤 지검장이 ‘수사 강행’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서울에 근무 중인 한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은 현재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고발인 면담 취소 의혹도 있고, 거기에 검언유착 사건 수사 강행 및 몸싸움 논란까지 불거져 책임론이 제기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검언유착 수사 지휘 중인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박원순 전 시장 고발 관련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를 모두 다 승진시키면 적지 않은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