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센터원 빌딩 전경. 사진=미래에셋대우 제공
미래에셋이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데는 세 가지 환경이 작용했다. 외환위기 직후라는 최적의 투자기회, 자본시장 개방, 그리고 펀드의 대중화다. 특히 은행 창구에서의 펀드 판매는 박현주 회장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박현주 회장과 동향에다 동원증권에서도 함께 근무했던 당시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박 회장의 미래에셋을 파트너로 삼는다. 2004년부터 국민은행에서 적립식 펀드는 마치 적금처럼 팔려나갔고, 이후 중국발 글로벌 호황에 힘입어 국내 펀드는 물론 해외펀드에서도 엄청난 수익을 낸다. 미래에셋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모을 수 있었고, 은행권은 자산관리가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부상한다.
네이버 플랫폼을 통한 미래에셋캐피탈의 대출상품 판매는 2004년에 버금가는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직접 대출업을 수행할 면허가 없다. 미래에셋캐피탈의 대출을 네이버파이낸셜이 중개하는 형태다. 미래에셋대우의 CMA(
종합자산관리계좌) 통장이 ‘네이버통장’이 된 것처럼, 미래에셋캐피탈의 대출이 ‘네이버대출’이 되는 모양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통장’은 수신에 해당된다. 비용이다. 반면 ‘대출’은 수익이 되는 여신이다. 사실 미래에셋대우가 ‘네이버통장’으로 얻는 직접적 수익은 크지 않다. 소액인데다 대부분 결제에 사용될 용도여서 자금 조달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출은 이자가 들어온다.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뒤 네이버파이낸셜에 말 그대로 ‘쏴주면 끝’이다. 심사 기능은 지정대리인이 네이버파이낸셜이 수행한다. 쉽게 말해 미래에셋캐피탈은 네이버라는 거대한 대출 고객을 확보하는 셈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의 1분기 자금조달 금리는 2.36%다. 1년 이내 단기차입은 연 1.92%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얼마나 정교한 신용평가 모델을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위험이 거의 없는 차주라면 은행 수준의 최저 4%대 대출도 가능하다.
네이버 측은 자체 구축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으로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 등록된 사업자들의 매출 흐름과 판매자 신뢰도 등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1등급 대상자가 기존 신용평가회사(CB) 등급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네이버 ‘윈윈’…변수는 금소법?
네이버는 카카오와 달리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를 택했다. ‘직접’ 진출이 아닌 만큼 금융 법령의 직접 적용을 받지 않는다. 건전성 규제나, 금융당국의 검사 및 감독을 받을 부담을 덜 수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글로벌투자전략책임자(GISO) 겸 홍콩 회장. 사진=미래에셋대우 제공
변수는 있다. 금융위원회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법령상으로는 금융회사가 아닌 빅테크 기업에 대해 적용할 규제가 마땅치 않다. 하지만 내년 시행될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가능하다.
금소법 제2조는 이 법의 적용을 받을 금융회사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현재 법이 존재하는 금융 업종 외에 ‘기존 금융업종과 유사한 자로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를 포함한다. 정부의 시행령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를 금융소비자보호법 대상에 지정할 수 있다. 금소법은 또 금융상품판매업자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빅테크가 금융서비스를 취급하려면 직접판매, 판매대리, 중개, 상품자문 등 범위에서 금융위에 등록하여야 한다. 금융위는 이르면 10월께 금소법 시행령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행법령으로는 금융과 관련해 빅테크를 견제할 방법이 금소법이 유일해 보인다”면서 “일단 금융위가 금소법 적용 방침을 정하면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 정부가 핀테크 육성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시행령에서 빅테크 기업들에 얼마만큼의 여지를 줄지는 또 다른 변수”라고 꼽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