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일 뿐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상태다. 더욱이 ‘미담 제조기’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할리우드에서 인성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행크스가 소아성애자라니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미국인들은 앞다퉈 팩트체크를 통해 행크스의 누명을 벗겨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는 누가, 왜 퍼뜨리는 걸까. 이에 미 언론들은 그 배후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있으며, 이들의 목표는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있다고 보도했다.
톰 행크스가 소아성애자라는 근거 없는 괴담으로 피해를 입었다. 지난 2월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톰 행크스-리타 윌슨 부부. 사진=EPA/연합뉴스
“이제 톰 행크스와 리타 윌슨은 자랑스러운 그리스 국민입니다.”
지난 7월 25일,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깜짝 소식을 하나 전했다. 평소 그리스와 인연이 깊었던 행크스 부부와 자녀들이 그리스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이로써 온가족이 명예시민에서 공식 시민이 됐다는 소식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행크스 부부는 미초타키스 총리 부부와 함께 촬영한 사진 속에서 손에 그리스 여권을 들고 있었다.
행크스 부부가 그리스 시민권을 취득하게 된 것은 2018년 7월 아테네 인근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 때문이었다. 당시 101명이 사망한 국가적 참사에 행크스 부부는 앞장서서 적극적인 모금 운동을 벌였고, 결국 국제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리스 정부는 행크스 부부의 이런 공로를 인정해 명예시민 자격을 부여했다.
이 밖에도 행크스 가족은 평소 그리스와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행크스의 아내인 윌슨의 어머니는 그리스계 혈통으로, 윌슨은 어릴 때부터 독실한 그리스 정교회 가정에서 자랐다. 이에 따라 1988년 행크스도 그리스 정교회로 개종했다. 이런 각별한 애정 때문에 행크스 부부는 평소에도 그리스 안티파로스섬에 있는 별장에서 종종 휴가를 보내왔으며, 윌슨이 제작한 2002년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 역시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 일부 극우파들이었다. 행크스가 소아성애자라고 줄기차게 말해온 이들은 행크스 부부가 그리스 시민권을 취득한 것이 도피성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올해 초 호주에 머물다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와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도 사실은 범죄 혐의로 구금됐던 것이라는 엉뚱한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페이스북에 행크스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올리면서 “누가 새로운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지 보시라! 톰 행크스다. 여러분 가운데 몇몇은 모르고 있겠지만 행크스는 소아성애 혐의로 호주에서 체포됐었다. 행크스는 TV에 출연해서 코로나에 감염돼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호텔방에서 체포됐고 한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그는 도주 위험성이 있는 인물이다”라고 주장했다.
톰 행크스가 소아성애자라는 괴담은 구겨진 바지 아랫단이 전자발찌 때문이라는 SNS 주장에 의해 촉발됐다. 몇 주 후 행크스가 반바지를 입은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는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사진=SNS
그가 의심스럽다고 제시한 사진 속에서 행크스는 녹색 스카프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이 바지 아랫단이 구겨진 이유가 전자발찌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근거 없는 주장은 곧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사진이 올라온 지 불과 몇 주 후에 행크스가 LA에서 반바지를 입고 걸어다니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확인 결과 발목에 전자발찌 따위는 없었다. 그후에도 행크스는 여러 차례 반바지 차림으로 목격됐으며, 그때마다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누가, 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걸까. 이에 대해 ‘로이터’는 이런 가짜 뉴스는 유명 연예인들이 아동 성매매 조직의 일원이라는 ‘큐아논’의 음모론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의 팩트체크팀은 과거에도 오프라 윈프리와 엘렌 드제너러스가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파헤쳐 진실을 확인한 바 있다.
‘큐아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단이 만든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로, 설립자가 누구인지는 비밀에 싸여 있다. ‘큐아논’ 추종자들이 믿고 있는 이 음모론은 ‘피자게이트’와 연관이 있다. ‘피자게이트’는 2016년 대선 막판에 퍼졌던 음모론으로, 워싱턴 DC의 피자 가게인 ‘카밋 핑퐁’이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포함한 민주당의 고위 인사들이 연루된 아동 인신매매 조직의 본거지였다는 주장이다. 요컨대 ‘카밋 핑퐁’의 지하실에서 주기적으로 만나 비밀리에 아동 성매매 및 아동 성학대 행위를 즐겼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피자’라는 단어가 소아성애, 즉 아동인신매매를 암시하는 암호 가운데 하나라는 믿음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이 괴담은 대선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번져 나갔고, 급기야 한 남성이 피자 가게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하는 사건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당시 이 남성은 피자 가게에 총을 쏜 이유에 대해 “인터넷에서 ‘카밋 핑퐁’ 지하실에 아동 성노예들이 감금되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정말 그런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감금된 아이들을 구출하고자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자 가게에서는 지하실은커녕 의심스런 점은 찾아볼 수 없었고, 미국 언론들은 이를 가짜 뉴스로 단정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괴담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극우 성향 인사들은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는 진보 성향의 유명 인사들을 상대로 소아성애자라는 혐의를 씌워왔다. 오프라 윈프리와 엘렌 드제너러스가 그랬고, 행크스도 마찬가지였다. 행크스가 음모론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소아성애자 혐의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였다. 바로 그가 공개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였다.
그리스 여권을 들고 있는 톰 행크스 부부(오른쪽). 왼쪽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부부. 음모론자들은 행크스 부부가 그리스 시민권을 취득한 것도 도피성이라고 주장했다. 사진=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인스타그램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근 다시 퍼지기 시작한 이 가짜뉴스는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불법 아동 성매매 혐의로 기소되어 수감되어 있던 제프리 엡스타인이라는 상류층 인사가 지난해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자 ‘피자게이트’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다시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요컨대 그가 자살을 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런 류의 음모론이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서둘러 ‘큐아논’ 관련 계정을 폐쇄하거나 제재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실제 트위터는 ‘큐아논’과 관련된 계정 7000개를 삭제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이런 음모론을 믿게 되는 이유는 뭘까. 가짜뉴스가 어떻게 퍼지는지를 연구하고 있는 노팅엄 트렌트대학의 리 해들링턴 박사는 잘못된 정보를 바이러스에 비유한다. 해들링턴 박사는 “포토샵으로 조작된 사진들은 분명 가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음모론에 흥미를 갖고 있고,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짜처럼 보인다”고 말하면서 “이는 확증편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확증편향이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서 그에 반대되는 것은 믿지 않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또한 해들링턴 박사는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현혹되는 이유는 ‘밴드왜건 효과’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유행에 따라서 사람들이 구입하는 상품을 따라서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일컫는 말로, 많은 사람이 어떤 사진이나 글을 많이 공유하면 할수록 덩달아 더 믿게 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 많은 사람이 호감을 표시하고 공유한 포스팅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믿고 좋아하고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행크스의 경우에서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런 음모론은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날 때가 더 많다. 이에 미 언론들과 시민운동 단체들은 대선을 목전에 둔만큼 당분간 음모론자들이 악의를 갖고 가짜뉴스를 퍼뜨릴지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여기에 휘둘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언제나 친절’ 톰 행크스에 동료들도 시민들도 ‘엄지 척’ 톰 행크스는 길이나 식당에서 만나는 팬들에게 다가가 함께 셀카를 찍는 등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모습으로 감동을 주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에브리맨(보통 사람)’이라고 불릴 만큼 톰 행크스는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는 몇 안 되는 배우로 정평이 나있다. 배우 인생 40년 동안 이렇다 할 스캔들 한 번 없었으며, 늘 예의 바르고 겸손하며 친절한 성품으로 유명했다. 동료 배우는 물론이요, 길가다 만나는 팬들에게도 늘 친절하게 대하는 행크스의 이런 성품은 많은 목격담을 통해 증명됐다.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행크스에 대한 할리우드 동료들의 칭찬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행크스에 대해 “만일 노먼 록웰이 아직 살아있었다면 톰의 초상화를 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4년 케네디 센터 아너스 시상식 연설에서 절친인 행크스에 대해 “사람들은 톰을 할리우드의 에브리맨이라고 부른다. 아니면 이 시대의 지미 스튜어트나 게리 쿠퍼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저 톰 행크스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충분함 그 이상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2년 후, 오바마 전 대통령은 행크스에게 미국 시민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수여했다. 행크스를 인터뷰했던 ‘뉴욕타임스’의 태피 브로데서-아크너는 “행크스는 기자인 나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 배우들은 늦게 도착하곤 한다”며 놀라워했다. 또한 아크너는 인터뷰를 마친 후 우울증이 완화됐다고 말하면서 이는 행크스의 긍정적인 면과 선한 영향력 덕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지인들의 미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의 마리엘 헬러 감독은 행크스를 가리켜 “모든 사람들을 사람처럼 대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으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 함께 출연했던 멕 라이언은 ‘어마무시하게’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시트콤 ‘보솜 버디’와 브로드웨이 연극 ‘럭키 가이’에서 함께 작업했던 피터 스콜라리 감독은 행크스를 ‘신도 감동한 특별한 사람’이라고 칭찬했으며, 배우 샐리 필드는 톰 행크스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실제로 만나면 오히려 기분이 안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크스를 가리켜 ‘내 평생 단 한 명인 톰’이라고 불렀다. 촬영을 중단시키고 신부와 아버지를 예배당까지 에스코트해주는 톰 행크스. 일반인들의 목격담은 더 감동적이다. 실제 행크스를 만난 사람들이 SNS에 전하는 미담들은 현재 꼬리에 꼬리를 물 듯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 행크스가 로마 판테온 근처에서 ‘천사와 악마’를 촬영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소란스러운 촬영 현장 때문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신부의 아버지는 도무지 인근 예배당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가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행크스는 촬영을 중단시켰고, 직접 신부와 아버지를 예배당까지 에스코트해주었다. 당시 이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고 말한 한 여성은 “우리 가족은 그때 판테온 관광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그 현장을 지켜봤다(엄마와 나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로 나는 톰 행크스의 팬이 됐다”라고 증언했다. 그런가 하면 행크스는 한번은 길에서 걸스카우트 여학생이 팔고 있는 쿠키를 직접 몇 박스 산 다음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셀카를 같이 찍자고 제안하는 식으로 쿠키를 팔아주는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또한 공원에서 주운 여학생의 학생증을 자신의 트위터 피드에 올려서 주인을 찾아주기도 했다. 행크스의 통 큰 선물 세례도 유명하다. 백악관 기자실에서 밤낮 없이 일하는 기자들을 위해 벌써 세 번째 에스프레소 머신을 기증한 행크스는 그 이유에 대해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을 방문했는데 당시 기자들이 하루종일 기자실에서 머물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기증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시 선물과 함께 행크스는 “백악관 기자단 여러분들에게. 계속해서 진실과 정의, 그리고 미국을 위해 싸워주십시오. 무엇보다 진실을 위해서”라는 메모를 남겼다. 행크스는 일반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동네 주민은 어느 날 오후 아버지와 함께 공원 산책을 나갔다가 행크스 부부와 우연히 마주쳤다고 말하면서 당시 평범한 주민인 양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 남성은 폭설이 내리던 날 타이어에 구멍이 나서 교체를 하던 중에 한 남성이 다가와서 교체 작업을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강추위에 눈을 맞으면서 겨우 작업을 마친 그는 그제야 자신을 도와준 사람과 통성명을 했고, “저는 톰 행크스라고 합니다”라는 말을 듣고는 놀라 기절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동부에 사는 친척들이 LA를 방문했을 때 함께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거주하는 부촌을 돌아보던 중 신기한 경험을 한 사람도 있었다. 할리우드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잠시 멈춰선 순간, 차를 타고 지나가던 한 남성이 창문을 내리고 웃으면서 이렇게 물었다. “오늘 만난 영화배우 있어요?” 바로 그는 행크스였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경기를 직관하던 남성은 뒤에 앉은 남자가 “타자가 어떻게 1루로 나간 거예요?”라고 묻자 뒤를 돌아보지 않고 “볼넷으로 걸어나갔어요”라고 덤덤히 대답했다. 그리고 나중에야 그가 행크스란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고, 이를 믿지 않는 여자친구에게 행크스는 직접 통화를 하면서 자신이 맞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이처럼 보통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또 한 명의 ‘보통 사람’인 행크스는 길에서, 혹은 식당에서 만나는 팬들에게 다가가 함께 셀카를 찍는 등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모습으로 감동을 주고 있다. 그를 직접 만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할리우드의 국보급 나이스 가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