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통합당 안팎에선 ‘여당의 폭주를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말이 거꾸로 나오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까지 참석한 연이은 긴급 의원총회에도 명확한 대여 투쟁 전략을 정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동시에 감독의 작전 지휘력, 선수의 실력, 프런트의 지원 역량에 대한 총체적 점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진=이종현 기자
#감독 작전 지휘력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 3법’ 등을 밀어붙이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밀리자 미래통합당은 7월 29일과 30일, 연이틀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29일 의총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이 급박한 상황에 김종인 위원장은 왜 의총에 나타나지 않느냐”는 원성이 나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중진 의원들과 회의를 가졌지만 의총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 의총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급박한 상황과 의원들의 원성을 감안한 것으로 읽혔다. 이날 의총에서는 강경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국회부의장까지 거부한 5선의 정진석 의원은 “장외로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미 전날 김 위원장과 중진 의원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원내·외 병행 투쟁을 제안한 바 있었다.
정 의원은 “원내에서만 모든 일을 하려다 보니 민주당이 원내에서 막아버리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하고 속수무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SNS에도 글을 올려 “저들은 정치공작·국정농단을 서슴지 않는다. 권력이 국민에 맞서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는 투쟁을 시작하자”고 적었다.
영남을 지역구로 둔 통합당 한 의원도 “이번주에 만난 90% 이상 지역구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통합당이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되느냐’였다. 뭔가 행동으로 민주당의 폭정을 막아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도부는 매일 의총만 열어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다. 그렇게 시끄럽게 비대위원장을 모셔왔는데 결단의 시점에서 결단이 없고 회의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연이틀 의총에서도 당 지도부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더욱이 지도부 내에서도 투쟁방식에 대한 온도 차이가 나왔다. 김종인 위원장은 장외 투쟁과 관련 “우리 국민의 수준이 옛날과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무조건 국회에서 밖으로 튀어나가 장외투쟁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정상은 아니다. 최종적 수단이 장외투쟁인 건데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장외투쟁 불가’ 방침을 밝혔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7월 30일 의총에서 “언론에서는 장외투쟁에 본격적으로 나가느냐고 많이 묻는다. 우리가 장외투쟁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가능성을 닫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7월 30일 의총 이후 통합당 내부는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 커지는 양상이다. 지도부가 지금 무엇하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거세게 밀고 나오는 외부동향 파악을 못하는 것은 물론, 당 내부의 투쟁 전략 수립도 너무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의 ‘장외 투쟁 불가·원내 투쟁 우선’이 논리적으로 성립하려면 여당이 양보한다고 했던 상임위원장 7개 자리를 받았어야 했다. 이를 획득해 7개 상임위에서라도 위원장 권한을 행사해 여당의 입법 폭주를 최대한 막아야 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하는 식물정당이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프런트의 지원 역량은
민주당은 통합당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적 원성이 터져 나오자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들고 나오더니, 임대차 3법까지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의회 민주주의 파괴, 절차적 민주주의 탈선 등의 비판이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통합당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자회견이 전부”라고 토로하는 중이다. 실제 7월 28일부터 이틀 동안 민주당이 부동산 법안을 상임위에 무더기로 상정해 반나절 만에 통과시키는 과정에도 통합당이 한 것은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항의의 뜻을 밝힌 것뿐이다.
통합당이 원내 투쟁과 장외 투쟁을 동시에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는 장외 투쟁을 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 내부의 중론이다. 감독이 선수들을 이끌고 상대와 치열하게 싸우도록 뒤에서 도울 프런트의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통합당은 행사 때마다 고가의 음향기기 설치비용 등을 댈 만한 재무적 능력이 안 된다. 최근 국회 바로 앞에 있는 새 여의도 당사를 매입하면서 통합당은 매입비용 대출을 위해 전국의 일부 시도당 당사까지 담보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 동원 능력도 턱없이 모자란다. 지난해 통합당이 전국에서 인원을 모아 서울시내 장외 집회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전국 규모 선거가 당분간 없어 공천권을 담보로 한 인원 동원이 쉽지 않다. 더욱이 통합당은 지난해 장외 투쟁에서 ‘열심히 뛰어준’ 지구당 위원장들을 지난 4·15 총선 공천에서 전혀 우대해주지 않은 전력이 있어 당원들의 참여력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통합당 당협위원장을 지낸 한 인사는 “황교안 체제 등장 이후 얼마나 많은 장외 투쟁을 벌였나. 그러나 돌아온 것은 ‘토사구팽’이라는 단어였다. ‘배신당했다’는 심리가 통합당 당원들 사이에는 팽배해 있다. 통합당이 이번 기회에 당 내부 구성원들을 보살피는 계기도 만들어야 한다. 보수정당은 진보정당과 달리 열성적 지지를 보이는 시민사회단체가 없어 장외 투쟁을 선도해줄 세력도 찾기 힘들다. 지금 통합당이 대여 투쟁 카드를 찾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당과 맞서야 하는 통합당의 ‘속수무책’ 딜레마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7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 토론이 시작되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선수들은 믿을 수 있나
온 나라가 부동산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7월 28일 통합당에 ‘뼈아픈’ 자료 하나가 나왔다. 통합당(미래한국당 포함) 소속 21대 국회의원 10명 중 4명은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라는 조사 결과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재산 신고내용을 분석한 결과 21대 미래통합당 의원 103명 중 39.8%인 41명이 다주택자였다”고 밝혔다.
의원 본인과 배우자 주택 보유 현황을 보면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의원이 41명(39.8%)이고, 이 중 5명은 3채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택자는 9명(8.7%)뿐이었다. 통합당 의원 전체의 부동산 신고총액은 2139억 원으로 1인당 평균 20억 8000만 원이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포함) 의원 1인당 평균 부동산 재산 9억 8000만 원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통합당 의원 중 신고액(공시지가) 기준 보유 부동산재산(건물 및 토지 포함)이 가장 많은 의원은 288억 9000만 원을 신고한 박덕흠 의원이었다. 백종헌(170억 2000만 원) 김은혜(168억 5000만 원) 한무경(103억 5000만 원) 의원 등 통합당 내 10명의 부동산재산 상위 보유자의 신고총액은 1064억 원으로, 1인당 평균 106억 4000만 원에 달했다.
통합당 지도부 역시 수십억 원대 부동산 자산가로 분석됐다. 경실련이 주택으로 신고된 아파트 및 연립주택에 시세를 적용해 계산한 결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50억 2500만 원 상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19억 300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됐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2017년 20대 국회의원 당시 신고한 부동산을 기준으로 시세를 반영하면 24억 4200만 원의 부동산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주호영 원내대표는 서울 은마아파트를 팔아 차익을 남기고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를 샀다. 주 원내대표가 보유한 아파트값은 치솟고 치솟아 불과 15년 사이에 약 30억 원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지난 총선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맞붙었던 김부겸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7월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강남집값이 오르는 사이 대구 수성구 만촌동 우리 동네 아파트는 소폭 내렸다”고 꼬집기도 했다.
당 내부에서는 통합당이 각종 이슈에서 민주당에 끌려가는 이유는 통합당 구성원들의 변화 의지 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7월 초 미래통합당을 향해 “통합당도 집 팔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원 지사는 7월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공적 권력을 갖고 대다수 국민의 사적영역을 규제하려면 먼저 자기들의 손부터 깨끗해야 한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나 고위공직자들이 약속한 대로 국회의원들이 집을 팔아야 되는 건 당연한 것이고, 이건 자격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합당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반시장적 정책을 쏟아내는데 통합당이 속수무책인 것은 우리 당이 도덕적으로 민주당에 우월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청문회에서 철지난 색깔시비에 휘말리는 등 제대로 된 검증타도 날리지 못했다. 도덕적 우위를 보일 수 있는 통합당 구성원들의 결단, 그리고 원내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언제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똥볼 차는 것만 기다릴 것인가”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강민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