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로 돌아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인터뷰에서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코스피3000 3법’ 통과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최준필 기자
―2년 만에 정무위로 돌아와서 그런지 표정이 밝아 보인다.
“돌아와서 기쁘다. 20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에서 나갈 때 저의 개인적인 의사에 반해 등 떠밀려 나갔다. 그동안 와신상담,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이를 꽉 깨물며 지냈다.”
―21대 정무위 활동 계획은.
“20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통과시켰던 ‘유치원 3법’이 ‘박용진 시즌1’이었다면, 시즌2는 21대 국회 정무위에서 통과시킬 ‘코스피3000 3법’이다. 기업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하고 방만 경영에 대한 예방적 조처로 기업 가치를 높이자는 것이 이 법안을 발의한 취지다.”
―코스피3000 3법이란.
“코스피3000 시대를 열자는 의미에서 ‘코스피3000 3법’이라 이름 지었다. 국내 재벌과 대기업의 지배구조에는 큰 문제가 있다. 적은 지분을 가진 재벌 총수가 방만 경영을 일삼으며 배당에는 인색하고 자회사를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로 이득을 취한다. 기업이 신뢰받지 못한 환경이 만들어지니 국내 주식시장에는 장기 투자보다 단기 투자가 횡행한다. 코스피3000법은 경영진의 책임성을 확보하고 주주 권리 보장을 뒷받침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을 투명하게 만들고 국내 증시를 활력 있게 만들어야 한다. 3법 중 상법개정안은 발의된 상태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과 금융지배구조 개선안은 발의 준비 중이다.”
―‘유치원 3법’이 통과된 이후 달라진 게 있나.
“유치원 3법은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사립유치원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은 유예기간임에도 예상보다 많은 유치원이 참여했다. 아직 법안이 시행되지 않았음에도 사립유치원들이 자발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만, 유치원 3법이 통과된 이후 유치원을 통한 돈벌이가 시원찮으니 학원으로 바꾸는 등 편법 운영이 드러나기도 한다. 당시 관심을 가져주던 시도교육청과 교육감들의 관심이 지금은 좀 식은 것 같다.”
‘재벌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의원은 “삼성이 망하길 원치 않는다. 더 많은 이익을 내서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최준필 기자
“사실 소관 상임위를 떠났으니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유치원 3법과 사학개혁, 교육계 취업비리 등에 대한 감시 감독은 이어갈 것이다. 책임감은 여전히 갖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재벌저격수’로 불린다. 정무위에서 이뤄낸 성과가 있었는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냈고 수사를 통해 추가적인 차명계좌를 더 찾아내는 데 기여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인 분식회계와 삼성의 편법 경영권 승계 수사가 시작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저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도 아닌데 3년을 싸워서 대한민국 최초로 현대·기아차 강제 리콜, 자발적 리콜도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이 기업을 죽인다’는 반발도 많았다.
“그런 반발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현대·기아차가 제작결함을 숨긴다면 이득을 얻겠지만, 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현대·기아차도 당시에는 박용진이 미웠겠지만 박용진의 조치가 현대·기아차의 신뢰를 회복하고 점유율 높이는 데 기여한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저는 삼성이 망하길 원치 않는다.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 아마존 등과 경쟁해야 한다. 2016년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GDP(국내총생산)의 14%를 차지할 정도다. ‘삼성전자가 망하면 대한민국도 망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더 많은 이익을 내서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 여부가 곧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 정의가 살아 있다면 이런 엄청난 경제‧기업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검찰이 당연한 일을 두고 좌고우면하는 이 상황이 오히려 씁쓸하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에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이 이를 받아들일까.
“만약 불기소한다면 지난 1년 7개월 동안 아무 죄 없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을 괴롭혔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지 않나. 검찰의 인지수사도 아니고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한 것이니만큼 검찰의 결단을 기대한다.”
박용진 의원은 “목표는 재벌개혁 너머의 경제혁신”이라고 밝혔다. 사진=최준필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험업법을 어기고 특혜를 본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3% 이상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6조 원 정도만 가져야 하지만,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무려 8%, 시가로 따지면 24조~30조 원이 되는 돈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에 충격이 오면 삼성생명은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것이다.”
―박용진 의원이 20대 국회에서도 이를 지적했는데.
“금융위원회가 여러 핑계를 대며 삼성그룹에 대한 황제 특혜를 유지, 방치했다. 보험업법 시행령 아래에 있는 감독 규정만 바로 잡으면 되는데, 그걸 안 한다. 이제는 진짜 고쳐야 한다.”
―결국 박용진 의원의 최종 목적지는 삼성 아니냐는 말이 있다.
“삼성을 잡자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제도의 안전성과 공정성을 바로잡고 혁신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박용진의 재벌개혁은 재벌개혁 그 너머를 본다. 경제혁신을 만들어야 하는데 재벌이 독과점으로 시장의 합리성을 무너뜨리면 이 경쟁은 끝나는 것이다. 저는 삼성을 사랑하고 한국 경제가 잘 되길 바란다. 경제의 혁신적인 발전을 위해 코스피3000법을 통과시킬 것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