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부진에 선수단 내 사건사고까지 일어나며 SK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년 전 챔피언, 전년도 2위의 ‘드라마틱한 추락’
SK의 부진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는 불과 얼마 전까지 우승을 다투던 강팀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2년간 연속으로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랐다. 2018시즌에는 플레이오프전을 거쳐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챔피언의 위용은 2년 만에 사라졌다. 72경기를 치른 7월 31일 현재 SK는 24승 47패 승률 0.334로 선두와 22.5게임 차 9위로 처져 있다. 바로 한 계단 위의 롯데 자이언츠와도 무려 11게임 차이가 난다.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한화가 아니었다면 10위가 어색하지 않은 성적이다. 지난해 최하위 롯데(승률 0.340)보다 승률이 낮다.
부진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꼽히고 있다.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34승(각각 17승)을 합작한 김광현-산체스를 각각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로 보냈다. 이에 일정 수준의 부침이 예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격력마저 하락한 점은 의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시즌(2018), SK는 ‘슬러거의 팀’이었다. 144경기에서 233개라는 압도적 팀 홈런(2위 KT 위즈 206개)으로 결실을 보았다. 하지만 올 시즌 홈런 5위(69개), 장타율 9위(0.372)로 평범 또는 빈약한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SK는 사령탑의 건강 이상으로 박경완 대행체제가 1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안한 대행체제…경기장 밖 사고까지
부진이 이어지던 지난 6월 SK에는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팀의 사령탑 염경엽 감독이 경기 도중 쓰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5월 중순 최하위였던 SK는 6월에 접어들면서 벗어났고 한때 8위로 한 단계 더 순위를 올리기도 했지만 이내 9위로 떨어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성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염 감독이 결국 경기 중 쓰러졌다. 이 경기 전까지 SK는 7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구급차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염 감독은 “심신이 극도로 쇠약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약 2개월간 회복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경완 감독대행이 1개월 넘게 팀을 이끌고 있지만 반전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한 달 새 승점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10구단 체제 이후 최저 순위를 기록할지도 모르는 시즌(이전 최저 기록은 2013시즌 6위), SK는 경기장 밖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다. 선수단 내 폭행 사건이 터진 것이다. ‘퓨처스 선수단에서 신인급 선수들의 일탈이 있었고 이를 훈계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일어났다. 구단은 일종의 ‘귀양’으로 사건을 처리했다’는 풍문이 팬들 사이에 돌았다. 곧 보도가 이어졌고 KBO 상벌위원회의 징계가 나오며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을 한 젊은 선수, 폭행을 가한 베테랑 등이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구단에도 징계가 내려졌다. KBO는 SK가 사건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지적과 함께 제재금 2000만 원을 부과했다. 침체된 팀 분위기를 더욱 차갑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박경완 감독대행은 “팀의 기강을 잡겠다”며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SK는 징계가 내려진 시점, 주중 3연전 전패를 당했다.
#충격 안긴 선수단 내 폭행
선수단 내 폭행 사건은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2020시즌, 프로야구 태동 이후 40년 가까운 역사가 흘렀지만 여전히 선수 간 폭행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앞서 2018년 키움 히어로즈 야수 이택근이 2015년 문우람을 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종목은 다르지만 최근 실업팀에서 행해지던 폭행에 선수가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다.
일각에선 이번 징계를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소수의 폭행 건을 두고 징계를 내린 듯한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일부 SK 선수들은 ‘머리 박고 밟혔다. 슬리퍼로 뺨을 맞았다’며 ‘야구 못하겠다’는 토로를 이전부터 수차례 주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을 당한 선수의 부모가 구단에 항의하기도 했다.
구단 내 폭행 사실이 일부 알려졌음에도 ‘살벌한 분위기’는 지속됐다. 폭행과 관련한 보도가 나온 이후 선수들 사이에서 ‘얼차려’가 이어졌다는 소식은 다시 한 번 팬들을 놀라게 했다. 한 관계자는 “피해자는 ‘고자질쟁이’가 될까봐, 가해자는 폭행 사실이 알려질까봐 양쪽 모두 전전긍긍했던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스포츠 인권 분야 한 관계자는 “학원 스포츠에서도 폭력이 근절되는 시대에 국내 최고 레벨 리그에서 폭행이 일어났다는 점이 놀랍다”며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인데, 왜 선수협에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SK 구단은 KBO 징계 이후 사과문을 발표하며 “향후 품위 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적발시 즉각 퇴출(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이야기하며 ‘잘못의 정도에 따라’라는 조건을 달기도 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SK가 어떻게 남은 시즌을 헤쳐 나갈지, 아직은 첩첩산중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