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스낵컬처 콘텐츠’. 사진=커뮤니케이션북스
스낵컬처라는 용어의 시작과 전파는 2007년부터였지만 현상은 이미 있어 왔다. 문화 향유 행태적 측면으로는 지하철역이나 병원 등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음악회, 직장인의 점심시간 등과 같은 자투리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문화 공연이나 레포츠 등에서 시작됐다. 큰 규모의 음악회나 공연장을 찾아가지 않고도, 두껍고 어려운 문학 서적을 읽지 않고도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욕구가 커지면서 작은 활동들이 확산되었다.
포털사이트에서의 스낵컬처 콘텐츠는 기존 콘텐츠를 잘라서 짧게 편집한 것이다. 이 스낵컬처 콘텐츠의 특징은 TV 프로그램의 주요 장면을 제공하거나 제작 비하인드를 보여 주는 것이 목적인데, 수용자는 특정한 콘텐츠에 충성도를 가진 사람이 타깃이다. 이들은 전날 놓쳤던 프로그램의 주요 장면이나 이미 시청했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다시 보고 싶어서 보기도 한다. 그러므로 상영 길이 못지않게 수용자가 무엇을 위해서 포털사이트에서의 스낵컬처 콘텐츠를 이용하는지를 파악하여 편집하는 것이 관건이다.
초기의 국내 웹드라마는 텔레비전 방송 콘텐츠를 짧게 편집하여 전송하는 것에 그쳤으나 점차 웹 특성에 맞는 스토리와 빠른 전개, 인터넷과 모바일을 주로 자주 사용하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성화되었다. 그 이유는 인터넷, 모바일, SNS의 발달과 활성화로 인해 사람들이 더 이상 TV에만 집중하지 않게 된 때문이다. TV는 고정된 장소에서 방송을 볼 수밖에 없는 매체인 반면 인터넷, 모바일, SNS는 시청각을 이용해서 즐기는 것 외에도 인터랙션이 가능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향유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TV 매체의 속성상 시청자가 컨트롤할 수 없는 수동적 입장에 있었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시청자가 사용자가 되어 콘텐츠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서 능동적 사용자로 변신하였다.
‘빙의’ 글은 SNS 중심의 한국 웹소설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다. 빙의 글은 빈칸에 주로 여성 혹은 여성의 역할을 하는 인물에게 설정되어 있다. 이유는 웹소설 중 빙의 글이 팬픽을 주로 소비하는 여성 독자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빙의 글은 SNS 형식을 차용해 채팅 앱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를 연재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것은 빈칸의 주인공, 즉 독자가 등장인물과 메신저로 채팅한다는 설정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기존 소설의 문법과 달리 시공간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고 인물 사이의 담화 중심으로 웹소설이 구성된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