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는 현재 ‘월드컵 4강 재현 기원 막걸리 프로젝트’와 ‘G20 정상회의 건배주용 햅쌀막걸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월드컵 막걸리 프로젝트는 전국의 533개 막걸리 업체 중 16개 브랜드를 선정해 월드컵 16강을 기원하고 8강주, 4강주에 이어 우승주까지 선정해나간다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건배주로 쓰기 위한 작업으로는 햅쌀 막걸리 사업자(현재 34개 업체)를 대상으로 선정 작업을 벌여 20개의 햅쌀 막걸리 후보군을 선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정상회담 관례로 볼 때 막걸리의 건배주 채택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상회의 공식만찬 때는 화이트 와인을 사용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다. 최근에는 이러한 관례가 완화되면서 전통주를 쓰는 경우가 늘었지만 이러한 전통주도 화이트 와인에 가까운 투명한 술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막걸리의 경우 탁한 데다 외국인들이 꺼려하는 신맛을 지니고 있고, 마신 뒤 트림이 나는 문제점이 있어 G20 정상회의 만찬 건배주로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정상회의 공식 만찬 건배주로는 화이트 와인만 사용됐지만 근래 들어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4년 한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자국 민속주인 모리주로 건배를 제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건배주로 금산 인삼주가 사용됐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만찬에서는 부산 향토주 ‘천년약속’이 건배주로 쓰였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평양 모란관에서 남쪽이 베푼 만찬의 건배주로 문배주가 사용됐다. 러시아에서는 보드카, 중국에서는 마오타이, 멕시코에서는 데킬라의 일종인 메스칼 등이 종종 만찬주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들 술들은 모두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투명한 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2005년 APEC에서는 만찬주가 교체되기도 했다. 당초 정부에서는 당시 한창 유행이던 복분자주를 APEC 공식 만찬주로 사용하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국제 관례상 화이트 와인을 공식 만찬주로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부랴부랴 부산 향토주인 천년약속으로 바꾸었다.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대일 정상회의 때 갖는 만찬에서는 레드 와인이 사용되는 등 예외도 있지만 다국 정상과의 만찬에서는 여전히 화이트 와인이 대세”라며 “막걸리보다는 천년약속이나 인삼주 약주 등 외국 정상들이 보기에 화이트 와인과 비슷해 보이는 술이 공식 만찬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막걸리는 만찬주보다는 식사주나 후식주 등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만찬주만큼 시선을 모으는 것이 정상들이 사용할 차량이다. 정상들의 차량으로 선정된다는 것은 그만큼 차량의 안정성과 편의성이 높게 평가되는 것이어서 자동차 회사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차량을 후원한다. 현재까지 G20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에게 제공될 차량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국산 최고급 차종인 에쿠스다.
에쿠스는 이미 지난 2005년 APEC에서 각국 정상들이 사용해 검증을 마친 차량이다. 그러나 정상 부인들이 타게 될 차량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정상들의 차가 국산으로 결정되면 정상 부인들의 차량은 외국산 차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외국 자동차 회사들에게 한국 자동차 시장의 벽이 높은 것으로 인식된 상황에서 둘 다 모두 국산을 사용하기는 눈치 보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APEC 때 정상 부인들에게는 BMW의 최고급 승용차인 뉴760Li가 제공됐다.
공식의전 차량은 자동차 회사와 정부가 후원 약정식을 맺고 안전점검 등을 위해 한 달 먼저 인도되는 것이 관례다. 문제는 사용한 뒤 차량의 처리다. 자동차 회사는 한 달 정도 사용한 차량을 돌려받아 다시 판매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APEC 당시 정상들이 사용할 에쿠스4.5와 에쿠스3.5를 비롯해 오피러스, 쏘나타, 그랜드 카니발, 스타렉스 등 모두 227대를 제공했다. 이때 사용한 차량은 중고차 가격으로 할인 판매했다. 정상들이 사용한 에쿠스의 경우 APEC 엠블렘을 부착하고, 인증서를 발급한 뒤 일정 금액 할인을 해서 일반인들에게 팔았다.
반면 BMW는 사용한 차량을 정상가격을 다 받고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BMW는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정상 부인들이 사용한 뉴760Li에 ‘APEC 리미티드(한정판)’란 표식을 달아 정상 가격에 시장에 내놓았고 현대·기아차가 ‘중고’ 에쿠스 예약에 들어갈 즈음 이미 판매를 마쳤다.
정부 당국자는 “BMW가 APEC 한정판 표식을 달아 정상가격에 판매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대·기아차에도 BMW와 같은 방식을 한 번 사용해보라 권유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측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똑같이 엠블렘을 달고도 가격을 할인해서 팔았다”면서 “아마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도 국산 자동차 회사와 외국산 자동차 회사가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