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 엄정화의 5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 ‘오케이 마담’은 그의 제대로 된 첫 액션 코미디 영화 도전으로 먼저 눈길을 끌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오는 12일 개봉을 앞둔 ‘오케이 마담’은 2015년 ‘미쓰 와이프’ 이후 엄정화의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난 데 없는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으로 비행기 구출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엄정화 분)과 컴퓨터 수리 전문가 ‘석환’(박성웅 분) 부부가 숨겨왔던 내공을 드러내는 순간, 스크린에는 그간 이 두 배우에게 기대하기 어려웠던 액션과 코미디가 절묘하게 버무려진 한상이 차려진다.
등장만으로 스크린 안팎의 흐름을 사로잡는 엄정화도 그렇지만, 박성웅의 연기 변신에도 좋든 싫든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내 안의 그놈’을 이어 정통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 박성웅이 사정없이, 온전히 망가지는 모습은 아마 과거에도 미래에도 ‘오케이 마담’ 외에는 없어 보이니까. 그의 첫 출세작이었던 ‘신세계’(2013) 속 이중구에게 아직 익숙해 있을 관객들을 경악하게 하는 박성웅의 물불 가리지 않는 코믹 연기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밖엔 할 말이 없다.
앞서 다양한 작품에서 그에 맞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엄정화에 비해 박성웅은 ‘신세계’ 이후 주연이든 조연이든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맡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바 있다. 그런 ‘박성웅스러운’ 캐릭터에 진력이 난 관객이라면 지난해 ‘내 안의 그놈’ ‘그대 이름은 장미’에 이어 올해는 ‘오케이 마담’으로 이전까지 쌓아올려진 박성웅의 이미지를 한 번에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 안의 그놈’ ‘그대 이름은 장미’에 이어 3연발 코미디 장르 작품으로 ‘굳히기’에 들어간 박성웅의 열연도 관전 포인트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오디오가 빌 틈이 없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떠들고, 배정남보다 더한 오두방정을 떨어대는 등 단 한 순간도 진지할 수 없는 캐릭터는 아마 박성웅의 연기 인생에서도 첫 도전일 터다. 특히 사랑하는 아내 미영 밖에 모르는 ‘귀여운 연하남’ 박성웅을 볼 기회는 이번이 아니라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첫 10여 분 간 익숙한 이중구가 낯선 주책을 떨고 있다는 불협 화음을 잘 견뎌낼 수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머릿속을 비워놓고 즐길 수 있는 나머지 90분이 펼쳐진다.
기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도 제약 없이 뻗어나가는 엄정화의 화려한 액션도 이 영화에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 중 하나다. 박성웅이 주로 ‘입으로 하는 액션’에 치중하고 있는 반면 엄정화는 정체를 드러내는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으로 싸우는 ‘실생활 액션’으로 리얼리티를 살린다. 특히 이번 작품 촬영을 위해 2개월 여 간 액션스쿨을 다녔다는 자신만만한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고 시원시원한 액션이 눈에 띈다.
3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오케이 마담’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한 엄정화는 “액션 연습을 할 때 통쾌했다. 연습할 때도 공간을 좁게 만들어 놓고 연습했는데, 내부가 쇠로 돼 있어 공포심은 있었지만 타격이 잘 맞을 때 쾌감이 있고 많이 흡족했다. 관객 분들도 액션 신으로 통쾌하고 시원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으셨으면 한다”며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무서운 얼굴 뒤 절묘한 개그 영혼을 숨기고 있던 박성웅도 이날 시사회에서 “정화 누나는 캐스팅되기 전에 액션스쿨을 다녔는데 나는 애교를 연습했다”며 “난 액션이 하나도 없고 구강액션과 손가락 액션만 있더라.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누나의 파트너였다. 케미를 맞추기 위해 촬영 들어가기 전에 누나와 술자리도 좀 많이 가졌는데 그 결과로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된 것 같다”며 뿌듯해 하기도 했다.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조연들부터 단역들에 이르기까지 단 한 명도 허투루 볼 수 없는 ‘꽉 찬 이야기’가 ‘오케이 마담’의 차별화된 지점이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조연부터 단역까지 단 한 사람도 놓칠 수 없는 면면들도 이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자, 비슷한 코미디 영화와의 차별화 지점이다. 코미디 영화에 등장하면서도 시종일관 진지한 면모만을 보여 오히려 더 눈에 띄는 북한 테러리스트 리철승 역의 이상윤, 첩보 요원을 꿈꾸지만 현실은 구박덩어리 신입 승무원 현민 역의 배정남, ‘오케이 마담’의 히든카드 이선빈까지 어느 한 명 허투루 넘길 배역들이 없다.
여기에 더해 비행기 안의 다채로운 승객 캐릭터들이 적극적으로 던져주는 각자의 서사는 극중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주로 주조연들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내려지기 마련인 기존 코미디의 전형성을 타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를 두 배로 즐기고 싶다면, 포커스 바깥에 위치해 있는 캐릭터에도 계속해서 주의 깊은 시선을 던져주는 것이 좋다.
한편 영화 ‘오케이 마담’은 평범한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엄정화 분)이 가족과 함께 떠난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북한 테러리스트 리철승(이상윤 분)의 주도로 이뤄진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코믹 액션을 그린다. 사랑하는 아내 미영 밖에 모르는 철부지 남편 석환(박성웅)이 보여주는 현란한 구강 액션과 신입 승무원 현민(배정남 분)의 깨알 같은 감초 액션, 반전의 미스터리 캐릭터(이선빈 분)는 물론, 단 한 명도 빼놓을 수 없는 하와이행 비행기 속 승객과 승무원들의 꽉 들어찬 서사에 주목. 관객들의 머리를 비워 놓고, 액션이든 코미디든 고정관념이든 뭐가 됐든 시원하게 터뜨린다.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12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