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전 한은 총재가 3일 모교인 김제시 백석초에 장학기금 10억원을 전달했다
[김제=일요신문] 한은 총재를 지낸 노 경제학자가 폐교 위기에 처한 시골 모교에 전 재산을 장학기금으로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박승(84) 전 한국은행 총재가 그 주인공으로 3일 하나은행 평창동지점에서 박 전 총재와 문홍민 교장 등 백석초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모교인 전북 김제시 백석초등학교에 10억원의 장학기금 기탁식을 가졌다.
이날 장학금은 하나은행에 신탁해 매 분기 이자를 학교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신탁자산은 KB금융지주의 조건부자본증권 은행채영구채권에 투자돼 표면금리 연 3.17%의 이자를 매 분기별로 백석초등학교에 지급된다.
박 전 총재는 2018년부터 하나금융그룹 사회가치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하나금융의 신탁을 활용해 기부함으로써 신탁을 통한 기부문화 활성화를 희망했고 본인이 모범을 보인 것이어서 새로운 장학금 기부방식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이번 기부는 5남매의 자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 전 총재가 평소 밝혀왔던 재산 사회 환원 약속을 실행한 것이다. 박 전 총재는 지난 2010년에 백석초 도서관 건축비 5억원을 비롯해 2018년 김대중 평화센터 3억원, 2019년 모교 이리공고 장학금 7억원 등 꾸준한 기부로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해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기부한 백석초 장학금 10억원은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전 재산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감동을 더하고 있다. 박 전 총재는 20년 된 소형차를 직접 운전하고 오래된 양복을 입으며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 전 총재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 반산반야의 농촌마을인 전북 김제시 흥사동 313번지 제내 마을에서 2남 4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소작농의 아들로 초등학교 때부터 논일과 밭일, 땔감 마련 등 농사일을 하면서 자랐으며 1948년 백석초를 졸업(20회)했다.
당시 6년제인 이리공고를 어렵게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미국 뉴욕주립대 올바니(SUNY Albany)에서 경제학석사와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로서 중앙대 정경대학장, 한국경제학회장,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건설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등을 지냈다.
백석초는 전교생이 99명인 농촌학교로 한때 폐교 위기에 처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최근 매년 신입생들이 증가하고 있어 이번 박 전 총재의 장학금이 학교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홍민 교장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금액을 장학금으로 기부해 박 전 총재에게 전 교직원과 학생들의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박승 장학기금위원회를 구성해 박 전 총재의 뜻에 맞게 기금을 사용, 학교를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