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 노조는 사측의 임금삭감 요구에 반발해 지난 1~2일 파업 집회를 진행했다
[익산=일요신문] 코로나19가 노사분규까지 유발했다. 호남고속도 여산휴게소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설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벌이는 등 노사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4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여산휴게소분회에 따르면 사측인 ㈜한남상사가 현행 단체협약에 합의사항을 협의로 전환해 노조를 사실상 부정하고 임금삭감을 요구하고 나서 지난 주말 파업을 벌이는 등 노동쟁의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측이 단체협약에 노사 합의사항으로 돼 있는 규정의 제정과 개폐, 하도급 및 용역의 전환 등을 합의로 개정하려는 것에 노조를 말살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사측이 취업규칙이나 규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조합원이 근무하는 매장도 하도급 전환시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도록 해 노조의 권리를 박탈하려 한다는 것이다.
임단협에서 가장 큰 쟁점은 임금협상이다. 사측이 현행 통상임금의 110%를 8시간으로 계산해 지급하도록 돼 있는 연차수당을 100%로 하향하고 6~15만원까지 차등 지급하고 있는 근속수당을 6만원으로 일원화를 요구하면서 대립하고 있다.
2018년 임금협상에서 이전 사측으로부터 받았던 상여금 600%를 포기한 대신 근무 연수별로 6~15만원까지 근속수당을 받았으나 이를 모든 직원이 동일하게 6만원으로 조정해 사실상 코로나19를 핑계로 임금을 삭감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또 자격수당 3만원을 신설하고 자격증 2개까지 수당을 지급하도록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것고 수용불가 입장. 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 7월 10일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내고 같은 달 16~17일 쟁의 찬반투표를 거쳐 전원 찬성으로 쟁의를 의결했다.
그러나 사측인 ㈜한남상사는 근속수당 산정이 부적정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노조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근속기간 산정의 경우 한남이 휴게소 운영을 시작하면서 기존 사원 65명에 대해 고용을 승계했으나 전 운영사와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이 정산된 상태여서 이전 근무기간을 근속기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휴게소 운영을 시작한 2018년 12월부터 새롭게 근무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근무기간을 산정해야 하면 이를 기준으로 전 직원이 근속기간이 3년이 되는 내년부터 근속수당 6만원을 동일하게 지급하겠다는 입장.
또 2019년 임단협에서 근속수당의 최고액을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조정하면서 주말수당 12만원과 교통비 3만원 등 15만원의 새로운 수당을 지급한 만큼 직원들의 평균 임금삭감 폭은 4.7% 정도에 불과하고 현 회사 경영상태를 감안하면 부당한 요구가 아니라는 것.
사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단축과 매출감소로 인한 경영 악화도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요인이라고 호소했다. 지난 1~2월 매출이 반토막나면서 경영이 급격하게 악화되기 시작했으며 7월에 70% 수준까지 회복됐으나 약 20억의 적자가 발생해 월평균 적자규모가 2억 7,500여만원에 달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한남상사 관계자는 “IMF보다 심각한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해고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용비용을 줄이는 것이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조금이나마 조정하자는 것인데 노조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를 노동자들이 만든 것도 아니고 매출 손실을 노동자가 일으킨 것도 아니며 여산휴게소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다”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임금 삭감 없이 정상 운영하는 휴게소도 많고 매출이 70~80% 회복돼도 노동자들이 피고름을 짜듯 양보해야 하냐”고 불만을 표출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