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사거리 한 모퉁이에 위치한 지하 7층 지상 16층 대형 쇼핑몰인 굿모닝시티. 우여곡절 끝에 2009년 개장해 11년간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유령 건물’로 불린다. 사진=박현광 기자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도 아니다. 굿모닝시티는 지하철 2, 4, 5호선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 지하로 연결돼 있고 맞은편엔 국내 최대 복합문화공간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있다. 전방 100m 내에 두타(doota), 에이피엠플레이스(apm place), 밀리오레, 현대시티아웃렛 등 대형 쇼핑몰이 몰려 있다. 목 좋은 곳에 위치한 굿모닝시티가 지금까지 ‘유령 건물’로 남은 이유는 뭘까.
#에스컬레이터는 4층까지만…임대료도 안 받아
일요신문이 찾은 7월 14일 굿모닝시티 쇼핑몰은 쉬는 날이었다. 지하철과 통하는 지하 2층과 3층 문은 물론 1층 광장과 통하는 문도 잠겨 있었다. 3번 게이트 쪽문으로 사람들이 드나들었는데, 9층 영화관과 4층 카페는 영업하고 있었다. 당일은 화요일이었다.
굿모닝시티에 입점해 있는 판매점 점주 대부분은 손님이 없어 출근조차 하지 않는다. 사진=박현광 기자
다음 날인 7월 15일 오전 다시 쇼핑몰을 찾았다. 1층부터 3층까지는 여성, 남성 옷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곳곳에 공실이 눈에 띄었다. 쇼핑몰을 둘러보는 1시간여 동안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옷 판매점 점주들이 출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쇼핑몰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사장님들이 2~3일에 한 번씩 출근한다. 코로나 이후엔 아예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하 2층은 출입이 가능했지만 통째로 공실이었다. 6, 7, 8층은 폐쇄돼 있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로 출입 자체가 불가했다. 4층부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없었다. 건물에 에스컬레이터는 두 대가 있었지만 4층에서 5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한 대뿐이었다. 나머지 한 대는 5층 볼링장 레일 한 가운데 있어 사실상 연결이 끊긴 상태였다.
쇼핑몰은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건물 전체의 조명 조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점을 문의하는 사람은커녕 입점해 있던 상점도 문을 닫는 실정.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료조차 받지 않는다고 했다.
4층과 5층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는 무용지물이었다. 올라올 순 있지만 내려가기 위해선 볼링장 레일을 지나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했다. 사실상 폐쇄된 상태였다. 사진=박현광 기자
굿모닝시티 쇼핑몰에서 5년 동안 단체복 판매점을 운영해온 B 씨는 “있던 사람도 나간다. 그러면 임대인들이 좀만 더 있으라고 말린다”며 “나는 임대료를 내지도 않는다. 5년 전부터 임대료 낸 적 없다. 임대인 입장에선 내가 대신 관리비를 내니까 좀 더 있으라고 하는 거다. 관리비라도 아끼려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점 없어도 관리비 들어오는 구조
굿모닝시티가 ‘유령 건물’이 된 궁극적 원인은 기이한 소유 구조에 있다. 굿모닝시티는 3200여 명이 공동 소유한다. 각각의 개인을 구분소유자라고 부른다. 2002년 윤창열 굿모닝시티 대표가 3200여 명에게 4400여 ‘구좌’를 ‘쪽분양’한 결과다. 구좌는 약 1.5평(4.9m²)에 대한 권리다. 윤 대표는 분양 대금 3700억 원을 횡령해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3년 만기 출소했다. 대표 자리에 공백이 생기자 구분소유자들은 투표로 대표 격인 관리인을 뽑았다.
6층과 7층은 2009년 개장 이후 입점이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굿모닝시티가 ‘유령 건물’이 된 궁극적 원인은 기이한 소유 구조에 있다. 구분소유자가 3200여 명이나 돼 의견을 모으기가 어렵다 보니, 관리인이 전권을 휘둘러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사진=박현광 기자
문제는 구분소유자가 3200여 명이나 돼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워 관리인이 전권을 휘둘러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일부 구분소유자들은 실제로 2009년부터 6차례 바뀐 역대 관리인들이 의도적으로 상점을 입점하지 않고, 구분소유자들에게 관리비를 청구해 자신들의 배만 불려왔다고 주장한다. 관리할 상점이 없지만 관리비를 받았고, 그 돈으로 관리인단이 월급을 챙겼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구분소유자가 개인적으로 상인과 임대차계약을 맺는 것을 관리인이 방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분소유자가 상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으려고 하면 관리인이 구분소유자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뒤 계약을 무마하고 나 몰라라 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굿모닝시티 내의 관리인단과 구분소유자들의 마찰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한 구분소유자는 “상점이 들어오면 실제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상인이 입점하지 않아도 관리인 입장에선 구분소유자들에게 관리비를 받을 수 있다. 관리인 입장에선 상인을 들일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구분소유자들은 2009년 개장 때부터 지금까지 매달 관리비 6만~15만 원을 관리단이나 관리단 법인에 납부해왔다.
6대 관리인 C 씨는 “구분소유자가 상인과 개인적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으면 된다. 그러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관리인단이 미리 알고 임대차계약을 훼방 놓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관리인으로서 공실을 두고 보는 건 답답하다. 하지만 쇼핑 패턴이 바뀌고 있고 아무도 입점을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공실이 생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상점이 아닌 오피스 수요는 아직 동대문에 남아 있다. 오피스를 받으려고 해도 1개 층에 491구좌가 있다. 3%만 동의를 안 해도 못 받는 상황”이라며 “구분소유자들이 ‘알 박기’를 하다가 임대료를 더 받으려는 개인 욕심 때문에 같이 사는 방법을 저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구분소유자는 “구분소유자들 가운데 노후를 해결하기 위해 번 돈을 다 쏟아 부은 경우가 많다. 관리비가 밀렸다며 관리인이 재산명시 등 압류 절차를 밟기도 한다”며 “구분소유자가 3200명이나 되는 기이한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구분소유자 전체의 의견을 모아 통매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