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 나머지 훼손된 시신도 발견됐다. 용인동부경찰서는 기동대 1개 중대와 형사 등 100여 명, 수색견 3마리를 동원해 경안천변을 수색했고 31일 오전 11시 50분 무렵 한 교각 아래에서 잘려진 A 씨 시신 일부를 발견했다. 이로써 피해자의 훼손된 시신이 모두 수습됐다. 훼손된 시신이 발견된 두 곳은 약 2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채 비닐 등에 담겨 있었다. 끔찍한 토막 살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영화 ‘암수살인’의 한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훼손된 시신이 전부 발견되기 전에 경찰은 유력 용의자를 체포했다. 시신이 발견된 두 곳은 용의자가 거주하는 원룸에서 각각 2km와 3km 남짓 떨어진 지점이었다. 바로 그 용의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신상이 공개된 중국 국적의 50세 남성 유동수다.
경찰 수사는 7월 26일 A 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A 씨는 식당에서 일을 했는데 25일 유동수를 만난 뒤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인 26일 A 씨가 식당에 일하러 나오지 않자 동료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실종신고 접수한 경찰은 A 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과 금융기록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살인사건 수사에 돌입했다. A 씨의 전 남자친구였던 유동수가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수사 선상에 올랐고, 경찰은 7월 27일 유동수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긴급체포됐을 당시부터 유동수는 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자신의 집 부근에서 훼손된 시신이 발견됐음에도 유동수는 “A 씨를 만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며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수의 수사 비협조에도 경찰 수사는 거듭 속도를 냈다. 우선 경찰은 유동수의 용인 처인구 집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오염된 이불을 버리는 등 그의 수상한 모습을 포착했다. 시신이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메고 이동하는 모습도 CCTV에 담겼다. 집에서는 여러 개의 공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동수는 A 씨와 만난 적이 없고 행방도 모른다고 버텼다. 집에서 발견된 공구에 대해서는 일용직으로 일하는 조경 작업에 필요해 가져다 둔 것이라는 등 관련 증거는 부인하고 피해자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경찰은 유동수 집 인근을 대대적으로 수색하는 과정에서 훼손된 채 두 곳에 나눠 방치돼 있던 시신을 발견했다.
결정적으로 유동수의 집에서 A 씨의 혈흔까지 발견됐다. 이후 경찰은 범행 발생 시각이 유동수와 A 씨가 만난 이후인 7월 25일 오후에서 26일 오전 사이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밝히는 등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유동수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경찰은 프로파일러까지 투입해 자세한 범행 동기 및 경위 등을 파악해 관련 피의자 진술을 받아낼 방침을 세웠다.
경찰이 신상을 공개한 중국 국적의 50세 남성 유동수는 자신의 집 부근에서 훼손된 시신이 발견됐음에도 “피해자를 만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며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유동수의 얼굴은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8월 5일 용인동부경찰서 앞에서 언론에 공개됐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유동수를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등 혐의로 수원지검에 송치했고 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호송되는 과정에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검정 점퍼에 검정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수갑을 찬 채 경찰서를 빠져 나온 유동수는 “범행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전히 “네”라고 답했다. 이어 경찰이 확보한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하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어떤 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검찰 가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 “피해자 가족들에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유동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렇게 그는 경찰서를 떠났다.
유동수는 10여 년 전 재외동포비자(F4)로 입국해 일용직 등으로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 배우자가 있는 유동수는 피해자 A 씨와 국내에서 알게 돼 서로 의지하며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피해자 A 씨 역시 중국에 배우자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들이 헤어지면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유동수와 헤어진 뒤 A 씨는 최근 다른 남성과 교제를 시작했고 유동수가 그 사실을 알게 된 뒤 상당한 분노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유동수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아직 범행 동기를 특정할 수 없다”면서도 “피해자와의 관계, 주고받은 메시지 등에 비춰 치정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