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관리비를 깎아달라는 게 1차 목표가 아니에요. 받아가는 관리비를 어떻게 썼는지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는 겁니다.”
두타 상인들이 연일 상공회의소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태현 기자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상공회의소 앞 시위를 매일 이어가고 있다. 시위는 8월 4일로 50일차를 맞이했다. 이들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일 때부터 대두된 일이다. 상공회의소 회장이라면 남의 상공인 보호 관리에 앞서, 물러났다 해도 본인 책임이 있는 두타를 제대로 보호 관리하란 의미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며 “두타몰 지분 100%를 두산그룹이 갖고 있고 박 회장이 두산그룹 회장 재임 시 두타에서 두산그룹으로 4년 동안 1100억 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으니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시위하는 상인들은 “8월 7일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집 앞에 집회 신청을 해뒀다. 두타 상황을 꼭 알려야겠다”고 말했다.
사진=김태현 기자
이번 시위도 과거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졌다. 두타 측과 상인 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이 다시 한 번 마찰음을 내고 있고 있는 셈이다. 시위하는 상인 가운데 한 명인 A 씨는 “1999년 두타몰 개점부터 약 20년 동안 이곳에서 점포를 해왔다. 사드 배치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을 때도 버텨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버텨내기 어렵다. 주변 매장들도 하나둘씩 짐 싸서 이제 절반이 될까 말까다”라고 토로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높은 관리비와 임대료의 자세한 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상인들은 “약 12평(40㎡) 기준 관리비가 옆 H 몰은 50만 원 정도 나온다. 그런데 두타는 250만 원 정도 나온다. 12평 상가의 임대료와 관리비를 합하면 1000만 원이 넘는다. 매출이 400만 원 나오는 지금 상황에서 너무 힘들다. 관리비가 너무 높다고 하면 다시 깎아주기도 한다. 관리비 항목을 보면 일반관리비, 특별관리비라고만 적혀 있다”라고 말했다.
두타 측도 관리비가 높은 건 인정한다. 두타 관계자는 “관리비가 다른 매장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백화점과 일반 상가의 관리비가 다르고 호텔도 등급마다 숙박료가 다르다. 두타는 최고 등급의 용역 계약으로 관리비가 좀 많이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상인들은 “도대체 어떤 고급 용역 계약을 했기에 관리비가 그렇게 비싼 거냐. 그만큼 관리에 신경 쓴다면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한 두타 상인이 바로 옆 가게 7월 임관리비와 비교하고 있다. 이 임관리비는 양측의 말이 엇갈린다. 사진=김태현 기자
이에 두타 측은 “B 씨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두타가 상인들과 상생 차원에서 임대료 30% 인하에 추가로 20% 유예 방안을 세워서 다른 상인들은 임관리비가 약 50% 정도 깎여 나간 것이다. B 씨는 여기에 동의를 안 해 원래대로 나갔다. B 씨가 동의를 하면 반영해 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B 씨는 “동의를 하라는 통보도 받지 못했다. 우리라고 왜 돈을 깎아준다는데 동의를 하지 않겠나. 그런데 두타 측에서 시위에 참석한 몇몇 가게만 빼고 동의를 받으러 다녔다. 동의를 받으러 다니는 경비가 우리 가게를 피해 지나가는 영상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시위에 두타 측은 “상인들이 임대료 할인을 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계약은 계약이다. 우리도 상황이 어렵고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런 말에 시위 상인들은 “우리 주장은 임대료와 관리비를 깎아달라는 게 첫 번째 요구는 아니다. 깎아주는 것도 바라고 있지만 그건 나중 문제”라면서 “계약할 때와 달라진 게 너무 많다. 면세점이 들어오면서 매장으로 오는 엘리베이터가 6대에서 2대로 줄었다. 주차장도 항상 만차라 쓸 수가 없다. 처음 계약과 다르다. 그래서 관리비가 왜 이리 비싼지부터 파악해 보고 싶다. 임대료와 관리비 할인은 둘째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인들은 “최근 두타 매각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20년 젊은 시절 청춘을 함께한 두타가 매각된다면 우리도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오래 함께한 상인들에게도 투명하게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두타 측은 “매각과 관련돼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