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에 따르면 에브리쇼 모회사 효성중공업이 1272억 원, 데이터센터 사업 합작투자사가 1908억 원, 총 3180억 원이 에브리쇼에 투입된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어디랑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6년에 걸친 투자 계획을 세웠고, 최종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효성중공업이 에브리쇼 지분 40%를 확보하고, 합작투자사가 60%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브리쇼는 2008년 설립된 영화, 비디오, 방송프로그램 등 콘텐츠 제작 업체로 데이터 사업과 이렇다 할 연관성이 없었다. 에브리쇼의 대표작으로는 2012년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 2014년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 등이 있지만 최근에는 히트작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에브리쇼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100%의 갤럭시아에스엠이었지만 2019년 10월 효성중공업이 1억 2900만 원에 에브리쇼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갤럭시아에스엠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2.41%의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이고, 조현준 회장도 갤럭시아에스엠 지분 7.07%를 갖고 있다.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는 조 회장이 지분 80%, 동생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현상 효성 사장이 각각 지분 10%씩 갖고 있다. 따라서 당시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손자회사였던 에브리쇼는 조현준 회장이 굉장히 애착을 갖던 회사였으며, 이를 효성그룹 계열사가 인수한 것이다.
효성중공업은 에브리쇼를 데이터 관련 기업으로 전환할 목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피인수 3개월 전인 2019년 7월 에브리쇼는 사업목적에 ‘데이터센터 구축 및 관련 서비스업’을 추가했다. 데이터 사업에 대한 전망도 나쁘지 않다. 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수요 증대와 투자 선호 현상이 강화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데이터센터 관련 지원 의지가 강력해 향후 디지털 인프라의 투자 활성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에브리쇼의 기존 사업인 드라마 제작 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존 플랫폼 드라마의 성장이 제한적인 상태”라며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제작비 상승 부담도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관점에서 (드라마 제작 업체에) 투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도 “드라마 제작 관련 사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현준 회장 개인회사인 에브리쇼를 인수한 이유와 인수 후 데이터 회사로 변신시킨 까닭에 대해 효성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그러나 효성 측은 에브리쇼를 인수한 이유와 인수 후 데이터 회사로 변신시킨 까닭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에브리쇼를 인수하지 않아도 데이터 사업부나 법인을 신설해 데이터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에브리쇼에 데이터 관련 인프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산도 2019년 말 기준 3800만 원에 불과한 소규모 법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브리쇼는 2010년대 초중반 매년 수십억 원의 연매출을 기록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부터는 매출도 급감하기 시작했고, 2018년 매출은 3000만 원에 불과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가까웠다. 2018년 말 기준 에브리쇼의 종업원은 1명뿐이었고, 2019년 말 기준으로는 그 1명마저 퇴사했다.
또 2018년 말 기준 에브리쇼의 자본총액은 마이너스(-) 2억 9700만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나마 효성중공업이 인수한 2019년에는 3억 원의 흑자를 거뒀고, 2019년 말 기준 자본총액도 1400만 원으로 늘어 자본잠식을 벗어났지만 영업활동이 아닌 자산 매각 등에 의한 수익이기에 큰 의미가 없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효성중공업이 수소충전소 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 있다”면서도 “공시에 나온 것 이상으로 아는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굳이 에브리쇼를 통해 데이터 사업에 진출해야 한다면 갤럭시아에스엠보다 효성중공업 자회사일 때가 유리하다. 갤럭시아에스엠의 자본총액은 수백억 원 수준으로 수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감당할 만한 자본력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2016년부터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등 갤럭시아에스엠의 최근 실적도 좋지 않다.
이 때문인지 갤럭시아에스엠은 적자 자회사를 잇달아 정리하고 있다. 2019년 4월 갤럭시아에스엠은 해외 자회사인 IB차이나와 IB아메리카의 청산을 결정해 올해 초 청산 완료했다. IB차이나와 IB아메리카는 2018년 각각 2040만 위안(약 35억 원), 7만 8279달러(약 93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조현준 회장은 갤럭시아에스엠 매각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갤럭시아에스엠을 통해 에브리쇼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갤럭시아에스엠은 지난 2월 “지분 매각을 검토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공시한 바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