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가 경기도 부동산 주요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제공
[일요신문]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거 분야에서 자기 색을 내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본 시리즈인 기본주택이다. 소득, 자산, 나이 같은 입주 자격의 제한 없이 무주택자면 누구든 입주할 수 있는 경기도형 기본주택은 현재까지는 없던 개념이다.
지금까지 LH 한국주택도시공사나 SH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사회적 약자에게 우선 공급돼왔다. 게다가 소득, 자산 등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무주택자라도 입주가 어려웠다. 수십 대 일에 달하는 경쟁률과 턱없이 낮은 공급량도 기존 임대주택의 문제였지만 일정 소득을 갖춘 무주택 중산층은 소득 기준에 걸려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는 맹점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무주택자의 주택 수요는 점점 커졌다. 현 정부 들어 시장이 요동치며 주택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자꾸 오르는 집값에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집을 사려 했다. 하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장은 투기 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했다.
경기도가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에도 주택 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도민은 46%에 달했다. 떨어질 것(16%)이라는 응답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가속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경기도 기본주택은 이들처럼 주택 수요를 가진 무주택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다. 이재명 지사는 “소득, 자산은 상관없다. 무주택자면 된다. 집 사서 이자 내느라 평생 허덕거리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기본주택은 주택 구매를 원하던 중산층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주택 구매 수요를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줄어들면 투기 세력의 움직임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측면 지원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경기도 기본주택의 첫 번째 유형은 장기공공임대형이다. 장기공공임대형 기본주택은 역세권 등 좋은 입지에 자격 제한 없이 무주택자에게 공급하는 초장기 공공임대주택이다.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주택 면적과 품질은 중산층까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급하고 임대료는 주변 시세를 감안해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임대주택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조식 서비스, 육아용품 렌털 등 주거 서비스 제공도 검토 중이다.
두 번째 유형은 임대 조건부 분양주택으로 토지는 임대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3기 신도시에 임대 조건부 분양주택을 시범사업으로 도입하고 사업성과를 분석해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본주택의 안정적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 재원 문제를 비롯해 현행법에 존재하지 않던 기본주택의 개념을 만드는 것도 과제다. LH 등 공공사업자들이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게 막던 지방공기업 부채비율 산정 방식도 현실화해야 한다.
이 지사는 “공공주택특별법 등 관련 법률 개정, 용적률 상향, 주택도시기금 융자율 인하 등을 위해 정부에 충분히 협력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기본주택 사업을 주관하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이헌욱 사장은 지난달 21일 “경기도에만 475만 가구 중 44%에 달하는 209만 가구가 무주택 가구다. 이 중 취약계층 및 신혼부부 등 약 8%의 가구만이 정부 지원 임대주택 혜택을 받고 있어 나머지 무주택 가구 36%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경기도형 기본주택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면서 “무주택자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경기도형 기본주택 대량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품질의 임대주택인 기본주택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도 높다. 기본주택에 대해서는 76%의 도민이 잘한 조치라고 답했으며 중산층 임대주택을 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72%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기도가 주택(주거)을 개인의 능력 여하에 의해 소유할 수 있고 없는 대상이 아닌 ‘보편적 공공서비스’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점이다. 수돗물을 사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대단한 복지가 아닌 시민이 누리는 당연한 공공서비스이듯 안정된 주거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으로도 읽힌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