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판타지 웹툰’. 사진=커뮤니케이션북스
Z세대의 또 다른 소비재는 판타지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가 세상에 나온 2001년부터 마지막 편인 2011년까지 약 10년간 총 여덟 편의 해리포터를 섭렵한 Z세대는 해리포터뿐만 아니라 ‘반지의 제왕’(2001), ‘아바타’(2009), ‘호빗’(2012) 등 판타지 장르의 유행을 소비하고 경험한 세대다. 이들은 타임슬립과 영웅의 모험과 여정, 판타지 캐릭터, 게임 스토리텔링에 익숙하기 때문에 Z세대를 타깃으로 한 판타지 장르의 유행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시공간 초월 판타지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역행함으로써 바꾸고 싶은 과거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크고 작은 실수로 인해 생명을 잃기도 하고, 누군가를 해치게도 하며,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 후회가 생기지 않도록 과거를 바꾸는 설정은 그로 인해 달라진 현재를 만든다. 그러나 그런 선택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결국 인간은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거나 자신이 바꾼 과거로 인해 달라진 현재의 상황에 당황한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 온 저승차사의 역할이 죽은 망자를 인도해서 죽음 이후의 세계로 인도하고, 내세에 환생할 수 있도록 잘 이끄는 신적 존재로 묘사됐다면 ‘죽음에 관하여’에서는 죽음 이후 처음 만나는 절대자의 존재로 기존 관념을 전복시킨다. 일단 이 자의 외형을 보자. 콧수염을 기르고 자유분방한 옷차림을 한, 전형적인 신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존재는 스스로를 신, 혹은 절대자라 칭하며 죽은 자들을 맞이한다.
‘좀비딸’에는 ‘트와일라잇(Twilight)’(2008)이나 ‘웜바디스(Warm Bodies)’(2013) 같은 꽃미남 좀비가 등장하지도, 극적인 장면도 별로 없다. 좀비 서사에 좀비가 없는 것이다. 대신 잔잔한 일상성의 판타지가 존재한다. 효자손을 사용한 무술에 가까운 신기(神技)를 보여 주는 밤순 할머니나 난리통에서도 배낭에 챙겨 데리고 온 고양이도 꽤 출연 비중이 높다.
초현실적인 상황과 현실의 경계에서 판타지를 꿈꾸는 대중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판타지가 일상이 되는 시대를 만든다. 판타지 웹툰의 기능은 피폐한 삶과 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갔다 나옴으로써 일상의 중요성을 깨달음과 동시에 힘들고 고단한 현실을 이겨 낼 힘을 얻는 것이다. 판타지 웹툰이 가진 위로와 치유의 기능은 대중문화 속에서 당분간 독자적인 위치를 점유하며 대체물 없이 지속될 것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