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이엘’ ‘데이아웃’ 등 소규모 여행사들이 ‘국내여행 조기예약 할인상품 지원사업’에 대해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소를 제출했다. 사진=이엘 여행사 제공
하지만 이 지원정책이 발표되자마자 지원금 수령 여행사 선정의 공정성 문제로 시비가 일고 있다. 몇몇 여행사를 필두로 “애초에 공정하지 않은 판 아래서 공정하지 않은 심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7월 21일 세종시에 위치한 ‘이엘’ 여행사와 서울시 광진구의 ‘데이아웃’ 여행사 등이 행정법원에 이 지원사업에 대한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소까지 제출한 상태다.
KATA의 지원사업 주관에 반발하고 나선 지방 여행사 대표는 “KATA는 전국 여행사에 공평한 혜택을 주기보다 몇몇 회원사의 사익 추구에 더 관심이 많다. 저리 대출과 마케팅 지원 등 문체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문체부 후원 ‘우수여행사 선정’에서도 늘 몇 안 되는 회원사에게 돌아가면서 혜택을 줬다. 이번 지원사업 역시 전국 2만 여 여행사보다 한국의 대표적 중대형 여행사가 속해 있는 600여 개 밖에 되지 않는 KATA 회원사들에게 특혜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염려했다. 그는 “실적이 많지 않아 폐업 위기에 몰린 소규모 여행사가 열심히 상품을 준비해봤자 지원금은 다른 곳으로 돌아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처음 여행업을 시작할 때 마땅한 협회가 없어 KATA에 가입했다가 이권이 대부분 협회에 도움이 되는 대형 여행사에게로 몰리고 자신은 회비만 내는 들러리라 여겨져 탈퇴했다는 서울 소재 한 소규모 여행사 대표는 “회원사가 600개에 지나지 않고 그마저도 실제 참여사는 300개 정도가 될까 말까 한 KATA가 그동안 문체부의 각종 지원을 독식했다. 만약 이번 정부지원사업으로 인해 시장의 물량이 중대형 여행사로 쏠리게 된다면 오히려 중소여행사의 폐업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며 걱정했다.
KATA는 1991년 12월 21일에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실제로 1997년부터 2015년까지 문체부에서 진행하던 ‘우수여행사(옛 외국인 관광객 유치 우수여행사) 선정’은 2016년부터 KATA가 문체부로부터 이관 받아 진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우수여행사에 선정된 여행사를 분석해보니 100% 모두 KATA 임원사이거나 KATA의 회원사였다. 이번 지원사업에서도 우수여행사에 선정된 이력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게 된다.
2016년부터 우수여행사에 선정된 회사를 분석해보니 100% KATA 임원사이거나 KATA 회원사였다.
문체부와 KATA의 미심쩍은 연결고리는 또 있다. 2019년 4월 KATA는 신임 상근부회장으로 문체부 출신인 백승필 씨를 임명했다. 백 씨는 문체부에서 보조금 특별감사 등의 업무를 봤던 문체부 감사관실 감사담당관을 지냈다. 2년 동안 공석이었던 KATA의 상근부회장 자리를 문체부 출신 인사에게 내준 셈이다. KATA는 공공기관이 아닌 사익 추구를 위한 여행사들의 협회다. 그럼에도 문체부는 매년 여행업의 각종 지원금과 지원사업 등을 KATA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원사업을 주관하고 진행하는 KATA가 처음부터 자격요건과 심사규정을 정할 때 서울 지역 대형 여행사들에 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서울 대형 여행사가 KATA의 실질적 지분권자이기 때문에 몇 십년간 알게 모르게, 크고 작게 정부의 여행업에 대한 각종 혜택과 이권들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번 지원 사업의 집행정지처분 소를 제기한 법무법인 현 박지훈 변호사는 “대형 여행사들이 매년 거액의 회비와 기부금을 협회에 내고 있으며 돌아가면서 임원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협회로 들어오는 각종 이권들을 대형 여행사가 독식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지원사업의 심사규정만 봐도 여행사 신뢰도 항목에서는 규모와 재무상태, 업력을 평가하고 홍보 및 참여도 항목에서는 홍보 여건과 할인율의 여행사 분담률 등에 상당한 배점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규모가 크고 유동자금이 있는 대형 여행사에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이라며 “지원 업체 선정 시 작은 점수에서 당락이 결정된다고 한다면 이러한 심사기준 자체가 공정성 결여”라고 지적했다. 이번 지원사업 공지를 띄운 KATA의 공고문에는 유의사항에 “기타 심사와 관련된 사항은 협회에서 진행하며 관련 자료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KATA, 유일무이한 문체부 산하 여행협회?
문체부는 “KATA가 관광진흥법 제45조에 의거한 문체부 승인 사단법인으로 여행업 관련 유일한 업종별 협회이며 동법 제46조에 의거해 이 같은 지원사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히며 이를 근거로 한국여행업협회가 정부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더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문체부 산하에 여행업 관련 업종별 협회가 몇 십년 동안 단 하나라는 것만으로 협회 이권자들에게 문체부의 각종 지원책이 돌아갔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 더구나 문체부는 KATA가 설립된 1991년 이후 각종 협회의 승인요청에도 불구, 여행업 관련 협회 설립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한국공정여행업협회(KAFT)는 “문체부 산하에는 체육 관련 사단법인과 협회가 6000개가 넘는다. 여행업 관련해 몇 십년 동안 문체부 승인 사단법인이 KATA 단 한 개뿐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이며 짜고 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내 여행사 개수가 2만여 개에 달하지만 그 가운데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노랑풍선 등 대형 여행사 20곳을 제외하면 직원 10명 내외, 혹은 5명 이하의 중소규모가 여행사가 대부분”이라며 중소여행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사이트
문체부는 8월 4일 정책브리핑에서 “이번 지원사업에 대해 외부의 공정한 심사를 통해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KATA와의 의혹에 대해서는 “협회는 여행업계를 대표해 관광 진흥, 각종 제도 및 여행시장 환경개선 사업을 추진하는 등 1999년부터 공공사업을 수행하고 있고 현재 관광통역안내소 운영, 여행정보센터 및 여행불편처리센터 운영, 궁 및 박물관 중국어 전담안내사 배치 등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그동안 경쟁 입찰 없이 협회에 공공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제기를 낳을 수 있는 부분이다.
문체부는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향후 사업정산 등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두루뭉술한 답변에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엘 등 중소여행사가 소를 제기한 지원사업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8월 14일 집행정지 심문을 열어 양측의 입장을 확인한다. 그 사이 KATA는 국내여행 조기예약 할인상품 지원사업 신청을 8월 10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