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국내 연예인 유튜버 순위 8위권이었던 한혜연 스타일리스트였다. 7월 15일 “이걸 모으느라 돈을 무더기로 썼다”면서 자신이 산 것처럼 갖고 온 상품들을 꺼내보였다. ‘내돈내산’, 다시 말해 ‘내 돈 내고 내가 산’ 제품인 것처럼 리뷰했던 제품들은 사실 돈을 받고 만든 광고였다. 해당 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광고비를 받고 협찬을 받아 보여준 것이다.
최근 급격히 떠올랐던 유튜버 쯔양이 뒷광고 논란으로 은퇴까지 선언했다. 사진=쯔양 유튜브 캡처
이후 한혜연 씨의 유튜브 채널이 카카오M 자회사에 약 70억 원에 인수됐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대중들은 분노했다. 거짓말을 지속적으로 해온 데다 이제 더 이상 개인 채널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혜연 씨 채널의 구독자는 85만 명에서 현재 78만 명 정도로 줄었다.
한혜연 씨 논란이 터지면서 다른 패션 유튜버들도 줄줄이 문제가 됐다. 그룹 다비치 소속 가수 강민경 씨는 3월 ‘매일 쓰는 것들’이라는 영상에서 특정 속옷 브랜드를 공개했다. 이 영상은 곧 해당 속옷 브랜드 광고에 사용됐다. 강민경 씨 역시 광고 표시는 하지 않았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강민경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PPL(간접광고)을 통해 받는 금액은 약 200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뒷광고 논란 후폭풍은 임여진 11am 대표, 문정원 플로리스트, 유명 유튜버 야생마TV 등으로 번져갔다. 개그맨 이휘재 씨 아내 문정원 플로리스트는 인스타그램에서 100만 팔로어를 보유한 스타급 인플루언서다. 문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다수의 브랜드 PPL을 진행해 왔지만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무성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명 유튜브 채널을 여럿 운영하는 회사 대표는 “누군가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크리에이터와 별개로 회사 운영 대표나 관리자가 따로 브레이크를 걸 수 있어야 한다”면서 “최근 언급된 정도의 채널들은 기업급인데 한 명도 제대로 법이나 규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크리에이터 대부분이 사회생활 없이 곧바로 유튜버나 BJ가 된다. 이들은 그냥 ‘안 걸리겠지’라고 생각하는 터라 리스크 관리 자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몰아치던 뒷광고 논란이 이번엔 먹방 유튜버를 덮쳤다. 시작은 130만 구독자 채널 애주가TV 참PD의 폭로였다. 8월 4일 참PD는 유튜브 생방송에서 여러 먹방 유튜버를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먹방 유튜버들이 뒷광고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폭로 이후 순위권 먹방 유튜버가 다수 사과 영상을 올렸다.
253만 구독자 유튜버 양팡은 “2년 전 구독자분들께 ‘협찬은 협찬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유료광고 표시의 중요성과 파급에 대해 사려 깊고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채 초심을 잃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으며 반성한다”고 전했다. 약 2년 전 양팡은 치킨 브랜드 관련 뒷광고 의혹이 나왔을 때도 ‘협찬은 협찬이라고 말하고 먹는다’, ‘불편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댓글을 썼다. 하지만 양팡이 쓴 댓글과 달리 협찬을 받았기 때문인지 영상은 삭제됐다.
과거 양팡은 ‘협찬이면 협찬이라고 말한다’라는 글을 올리 바 있다. 사진=양팡 유튜브 캡처
광고업계 전문가 A 씨는 ‘터질 게 터졌다’는 입장이다. A 씨는 “광고업계에선 뒷광고를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다 알고 있었는데 이제 터진 것이다”라면서 “뒷광고에는 크리에이터와 광고주 모두 연관돼 있다”라고 말했다. A 씨 설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광고주는 영상에 웬만하면 광고라고 표시하지 않길 바란다. 광고라고 표시돼 있으면 소비자들이 거부감부터 갖게 된다. 이에 비해 실제 해당 인플루언서가 쓰는 제품이라고 알려질 경우 광고 효과가 상당히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회사들은 광고라고 표시하는 것을 오히려 필수 조건으로 삼는데 국내 브랜드들은 은근히 안 쓰길 바라는 회사가 많다고 한다.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유튜브 같은 경우 알고리즘 때문에 영상이 한 번 선택되지 않으면 해당 크리에이터 영상을 다시 추천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같은 경우 광고라고 표시하면 해당 영상의 조회수가 떨어지게 되고 그러다보면 다음 영상 조회수도 순차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에 광고 표시 붙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때 리스크 관리가 되는 곳은 그럼에도 광고 표시를 붙이지만 관리가 안 되는 곳은 광고 표시를 하지 않고 넘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참PD는 어떻게 뒷광고 사실을 알았을까. A 씨는 “그건 참PD 입장에서 너무 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A 씨는 “사람이 광고를 각인하기 위해서는 몇 번 정도 해당 광고를 봐야 인지할 수 있다. 그래서 광고를 집행할 때에는 일정 기간 쏟아내듯이 한다. 여러 유튜버가 특정 기간에 맞춰 해당 브랜드 신제품을 들고 나오면 광고 표시를 안 해도 광고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A 씨는 “특히 참PD는 먹방 유튜버인 만큼 자신에게 들어오는 광고 브랜드가 뭔지 뻔히 알고 있다. 이때 그 시기에 다른 유튜버가 광고 표시 안하고 해당 브랜드를 광고하면 100%라고 알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