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은 최근 ‘5성급 애견 호텔’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곳에서만큼은 모든 반려동물이 VIP 고객으로서 최상급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백만장자 부럽지 않은 럭셔리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쾌적한 스위트룸, 사시사철 따뜻한 물이 나오는 수영장, 그리고 근사한 코스 요리. 독일의 반려동물 전용 호텔인 ‘푀트헨호텔 야데’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이다. 사진=푀트헨호텔 야데 페이스북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 쾌적한 스위트룸, 사시사철 따뜻한 물이 나오는 수영장, 그리고 근사한 코스 요리. 독일 니더작센주에 위치한 반려동물 전용 호텔인 ‘푀트헨호텔 야데’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이다. 물론 반려동물 호텔인 만큼 모든 서비스는 오로지 동물들만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이 호텔에 생후 6개월 된 반려견 ‘루나’를 데리고 온 신시아 존스(49)는 “다섯 시간 동안 ‘루나’를 호텔에 맡겼다”면서 “늦여름에 며칠 동안 웨이크보드를 타러 바다로 떠날 생각이다. 그 전에 ‘루나’가 이 호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미리 데리고 왔다”고 밝혔다.
호텔 이용이 처음인 ‘루나’에게는 먼저 오락프로그램이 실시됐다.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령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다른 반려견과 함께 어울려 놀도록 하거나 존스가 집에서 가지고 온 ‘루나’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사육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뒤뜰 잔디마당으로 가 다른 반려견과 신나게 뛰어놀기도 했다. 어떤 개들은 놀다가 지쳤는지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앉거나 누운 채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2만 5000m²(약 7563평)의 부지에 자리잡은 이곳은 과거 말 사육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2002년, 건축가이자 사업가인 볼프강 괴르겐스가 매입해 반려동물 호텔을 설립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괴르겐스가 이 호텔을 짓기로 결심한 것은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경험 때문이었다. 과거 자신의 반려견 두 마리를 맡기기 위해 인근 호텔을 찾은 그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고 말았다.
건축가이자 사업가인 볼프강 괴르겐스가 설립한 ‘푀트헨호텔 야데’. 이용료는 소형견 한 마리의 경우 1박당 41유로(약 6만 원)부터 시작한다. 사진=푀트헨호텔 야데 페이스북
호텔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반려견들은 창고 안 창살로 된 칸막이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로 창고 안은 시끄러웠고, 개들의 분비물로 악취가 코를 찔렀다. 괴르겐스는 “이게 애견호텔 표준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충격을 받은 그는 직접 반려견을 위한 호텔을 짓기로 결심했다. 단, 인간이 이용하는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럭셔리 호텔이어야 했다. 프런트 데스크는 물론, 세탁실과 미용실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꼼꼼하게 신경썼다. 한켠에는 유기견들을 위한 자그마한 숙소도 마련했다.
이렇게 노력한 결과 현재 이곳은 인근 지역의 중상류층이 단골로 이용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주인들은 매년 휴가철마다 이 애완호텔에 반려견을 맡기고 간다. 주인들이 남쪽지방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동안 반려견들은 호텔의 럭셔리한 51개의 싱글룸과 더블룸에 묵으면서 넓은 야외 놀이터와 수영장, 그리고 웰빙 라운지에서 주인 못지않게 안락한 휴가를 보낸다.
신시아 존스와 라이너 로게-카트만은 올여름 반려견 ‘루나’를 호텔에 맡기고 바닷가로 휴가를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진=슈테른 인스타그램
이용료는 소형견 한 마리의 경우 1박당 41유로(약 6만 원)부터 시작하며, VIP 회원권이 있는 경우에는 할인 가격이 적용된다. 다만 계절, 동물 종류, 몸무게, 동종과의 친화력(성격)에 따라 가격은 조금씩 달라진다. 이 호텔을 이용할 수 있는 동물은 개뿐만이 아니다. 고양이, 새, 기니피그, 토끼 등과 같이 작은 동물들도 이용 가능하다.
호텔에서 일하는 사육사 크리스틴 린데(28)는 “우리는 여기서 인류의 가장 신성한 존재와 함께 일하고 있다”면서 “주인에게 애완동물은 가족 구성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 번에 열 마리의 동물을 케어하고 있는 린데는 현재 호텔 지배인 역할을 비롯해 객실 관리 및 목욕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역시 사육사이자 동료 직원인 티모 프렌(34)은 프런트 데스크에서 접수 및 안내를 맡으며 컨시어지 서비스와 함께 고객들을 위로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주인이 반려동물을 호텔에 두고 떠날 때 눈물을 보이는 등 감정적으로 동요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떨어져야 한다는 서운함과 미안함 때문에 눈물을 보이는 주인들은 호텔을 떠나기 전 잠시 감정을 추스르면서 위로 받는 시간을 갖는다.
원래 이 호텔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아홉 명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시적으로 이용객이 줄면서 현재 린데와 프렌만 출근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이 멀리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하고 독일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틀면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다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린데와 프렌의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한 번 주인에게 사진을 찍어서 전송하는 것이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보낼 경우에는 반려견의 안부를 묻는 고객들의 전화가 쏟아진다.
프렌은 “이곳을 찾는 고객들의 기대는 저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령 어떤 고객은 반려견을 깨끗이 목욕시키고 빗질까지 해서 돌려보내길 원하는 반면, 또 어떤 고객들은 그와는 정반대의 상태를 원하기도 한다. 마치 지프차에 올라탄 사냥꾼처럼 지저분한 모습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프렌은 “이런 고객들은 반려견이 온몸이 더러워지지 않은 채 돌아온다면, 아마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말라’와 ‘수니바’(타이어 위)는 거의 항상 호텔에 머물고 있다. 이곳의 사육사이자 주인인 크리스틴 린데는 반려견들과 함께 직장에 출근한다. 사진=슈테른 인스타그램
“많은 사람들에게 애완동물은 자식을 대신하는 존재다”라고 말하는 린데는 이를 위해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일례로 ‘애견 학교’ 프로그램에 등록할 경우 다양한 맞춤형 개인 교습을 받을 수 있다. 가령 ‘클리커 훈련’은 ‘앉아’ ‘엎드려’ ‘짖지마’ 등과 같은 명령어 대신 ‘클리커’의 클릭 소리에 따라 행동하면 칭찬해주는 식으로 이뤄지는 훈련 프로그램이다.
‘애견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수영 등 각종 스포츠를 배울 수 있다.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반려견들은 누구나 마음껏 수영을 즐기거나 테니스공을 물고 달리는 식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린데는 “매주 토요일마다 수영장에서는 물리치료도 실시된다”고 덧붙였다.
주인들은 호텔에서 시간을 보낸 반려견들이 한결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온다며 흡족해하고 있다. 사업가이자 단골 고객인 로베르트 크링케(58) 역시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최근 함부르크로 출장을 가면서 반려견 ‘리케’를 이틀 동안 호텔에 맡겼던 그는 “30℃가 넘는 무더운 도심은 ‘리케’에게는 좋지 않다. 그래서 이곳에 맡겨두고 가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오면 ‘리케’는 늘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상쾌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간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반려묘인 ‘카를헨’은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는 스위트룸에 묵고 있다. 주인이 그를 위해 특별히 예약해준 호화로운 객실이다. 이곳에서 ‘카를헨’은 하루종일 캣타워에서 뒹굴거리거나 수족관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방학 때는 TV를 더 많이 봐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새, 기니피그, 토끼 등 작은 동물들도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푀트헨호텔 야데 페이스북
린데는 “이곳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한번은 투숙객이었던 앵무새 고객을 위해서 동네 가게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앵무새 고객이 좋아하는 피칸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소개했다.
사실 이 호텔은 통해 치유받는 대상은 동물뿐만이 아니다. 동물들을 돌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두 마리 반려견을 품에 안고 따뜻한 햇볕 아래 누워 있던 프렌은 “동물들이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어릴 때 종종 게으름을 피우면서 학교를 빼먹곤 했다. 학교에 가지 않은 날에는 공원에서 낮잠을 잤다. 그러던 어느 날 동물보호소 앞을 지나가는데 울타리 너머로 한 여성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 일을 계기로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보더콜리 믹스종인 ‘셰리’와 ‘샐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프렌은 얼마 전 여자친구에게 결별을 선언했다. 여자친구가 개를 싫어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슈테른’은 동물과 사람의 관계에서 종종 그렇듯이 궁극적으로는 누가 누구를 돌보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게 된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앞으로 애완동물과의 교감이 더욱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