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이 암 입원 보험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삼성생명 건물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삼성생명은 자살보험금을 시작으로 연이어 금융감독원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 금감원이 폐지됐던 종합검사를 4년 만에 재개한다고 예고하자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첫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한화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먼저 실시했고,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는 지난해 하반기 진행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시 금융당국과 자주 부딪히던 삼성생명이 유력한 첫 타자로 지목됐지만 보복성 검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워밍업 단계로 업계 2위 한화생명을 먼저 검사하고 삼성생명을 검사하려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생명은 2018년 시작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문제에서 가장 먼저 금융당국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나 나머지 다수 보험사 또한 같은 문제로 소송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의 이슈가 됐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2018년 7월 26일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금감원의 즉시연금 일괄지급 권고를 거부했다. 미지급금 규모가 4300억 원으로 가장 큰 삼성생명이 가장 먼저 권고를 거부하자 다른 보험사들은 금감원과 삼성생명의 온도를 살피며 일괄지급 여부 결정을 미뤘다. 나머지 빅3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삼성생명에 이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에 금융소비자연맹은 2018년 10월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즉시연금 판매사 15곳에 대해 공동소송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시작된 삼성생명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각 사의 상황이 다르겠지만 삼성생명의 소송 결과가 나머지 보험사들의 재판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즉시연금 소송의 쟁점은 결국 약관의 명확성인데, 삼성생명이 타 사와 비교했을 때 가장 불리한 부분”이라며 “삼성생명이 승소하게 될 경우 다른 보험사의 상황 또한 훨씬 유리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암 입원 보험금 문제에서만큼은 삼성생명이 ‘모난 돌’이 되는 모양새다. 보암모는 지난 5월 26일 국회에서 ‘삼성생명의 보암모 집회 등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생명을 규탄했다. 앞서 삼성생명이 본사에 점거농성 중인 일부 보암모 회원에 대해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보암모는 “항암 치료 중인 암환자들이 130일 넘게 삼성생명 사옥에서 농성하고 있지만 삼성은 사과는커녕 법적 조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암 입원 보험금 문제와 관련, 삼성생명이 특히 많은 지적을 받는 이유는 금감원의 지급권고에 대한 전부 수용률이 타 보험사보다 현저히 낮은 탓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같은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암 입원 보험 분쟁조정 안건 908건 중 551건에 대한 지급권고 결정을 내렸으나, 삼성생명은 217건(39%)에 대해서만 암 입원비를 전부 지급해 생보사 평균 수용률(55%)을 밑돌았다. 또 나머지 263건은 일부 수용하고 71건의 경우 지급권고를 거절했다.
지난해 금감원의 지급권고에 대한 수용률을 살펴보면 타 보험사들과의 차이가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 5월 24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고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296건의 금감원 지급권고 가운데 186건(63%)에 대해서만 전부 수용했다. 그러나 나머지 빅3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90.9%, 95.5%의 전부 수용률을 보였다. AIA생명과 미래에셋생명, 푸르덴셜생명, 오렌지라이프, 농협생명 등 나머지 보험사 10곳은 금감원의 지급권고를 100% 수용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다른 회사의 상황을 몰라 비교는 어렵지만, 일부 수용도 수용이라고 봐주시면 수용률에 큰 차이는 없다“며 ”암 수술 이후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무조건 지급하라는 주장이지만, 암 치료와 관련 없는 입원에 대해서는 지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암 입원 보험금과 관련해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30일 금감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앞서의 삼성생명 관계자는 ”2년 사이 폭을 넓혀나가며 암 입원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며 ”집회 시 주변 상가나 주민의 소음 피해가 큰 탓에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지금도 원만히 해결하려는 취지는 있다. 대화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