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은 대지 내 건축물의 바닥면적을 모두 합친 면적의 비율을 말한다. 바닥면적의 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높이의 개념이다. 상향된 용적률 적용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층수 제한 규제 역시 깰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35층으로 묶여있던 서울 주택 층수 제한이 완화된다는 것은 강남 한강변 고밀재건축 단지를 50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1기 신도시에서는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급선회가 가능할지도 따져보고 있다.
지난 8월 4일 정부가 주택공급확대 방안으로 수도권에 총 13만 2000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신규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용적률을 500%까지 풀고 층수도 기존 35층 제한에서 50층까지 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일요신문DB
하지만 용적률을 올리리면 재건축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해야 한다. 또 증가된 용적률의 50~70%는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정부는 고밀재건축을 통해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마디로 민간이 아닌 공공참여형 재건축에서만 용적률과 층수 제한 완화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요 재건축 조합들은 정부가 제시한 공공재건축의 기부채납 비율 등이 과도해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남권의 한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공공주택 공급 등을 조건으로 아파트를 더 지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인데 과연 사업성이 나올지 의문”이라며 “주택으로 돈 버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기 때문에 상향되는 용적률로 인한 추가공급분의 절반 이상을 공공주택 비율로 넣었다. 이렇게 되면 공공재건축 조합원의 수익이 크지 않아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개발이익 기부채납과 과도한 공공 비중 등을 근거로 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규제완화라는 생색만 냈다는 것이다.
압구정 미성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번 정부대책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조합원들의 참여 의지가 높지 않다”면서 “재건축은 아파트 집주인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임대주택과 섞일 경우 아파트 가치가 하락할 것을 염려하는 주민들도 많아 공공참여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굳이 층수를 높이지 않더라도 기존 35층으로 재건축을 하는 게 더 실효가 있다는 판단이다”고 전했다. 용적률과 층수 규제를 풀면 주택 규모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공재건축이 현실화된다 해도 초고층일 경우 일조량과 조망권 등에서 주거의 쾌적성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 인프라 개선 없이 주택밀집지역 고밀화만 가중할 수 있다”며 “또 몇 십 년 뒤 아파트가 다시 노후화됐을 때 추가 재건축이 어려워 장기적으로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 공공재건축의 타깃은 재건축에 미온적인 강북권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러한 실효성 의문에 대해 “공공재건축은 조합 입장에서는 속도가 빨라지고 물량이 많아지는 장점이 있다. 용적률 상향분은 주로 공공에 풀리겠지만 특정 지역의 용적률을 완화해 주는 것은 그만큼 혜택을 주는 것“이라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참여 재건축의 실효성 의문에 대해 “공공재건축은 조합 입장에서는 속도가 빨라지고 물량이 많아지는 장점이 있다”고 답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한편 참여연대는 정부의 정책이 공공주택 확대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다소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여연대 부동산 전문가는 “우려했던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나 민간 재건축 단지에 대한 규제 완화가 빠져 다행이지만, 공급 확대 물량 가운데 분양주택과 공공임대 공급 비율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자칫 ‘로또 분양’을 양산하고 주변 시세까지 동반 상승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공급하는 공공임대, 공공분양, 민간분양주택 물량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참여형 고밀도재건축을 통해 늘어나는 공공물량을 다시 쪼개서 공공분양주택으로 절반을 공급하는 것도 문제”라며 “용적률 상향에 따라 재건축 조합원들의 일반 분양 물량이 늘어나 수익성이 더 높아졌는데 여기에 공공분양 물량이 가세할 경우 다시 수도권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했다.
재개발사업과 도시재생 사업이 따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 대한 도시재생 전문가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주택공급 대책뿐 아니라 공공주도 재개발사업이 단기적 주택공급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도시재생사업 방향에서 계획되고 그 모델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이번 대책이 공공성에 있어 구체적 방안이 부족하다고 하고, 재건축 조합에서는 과도한 공공성으로 인해 실효성이 크지 않은 대책이라고 불평하는 목소리다. 향후 8·4 부동산 대책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