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재형 감사원장. 사진=이종현 기자
뉴스테이는 서울 구로구의 옛 영등포교도소 부지 약 10만 5000㎡에 주택 2214가구와 판매시설 등 주상복합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만 1조 3000억 원으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LH와 HUG가 출자해 설립한 토지지원리츠가 부지를 매입한 뒤 민간건설사와 HUG가 출자해 설립한 뉴스테이 임대리츠에 부지를 임대하는 형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민간건설사로 정식계약을 체결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진행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중견쇼핑몰 업체 엔터식스에 ‘갑질’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6년 현대산업개발이 엔터식스를 상가시설 임대사업자로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했다가, 2년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엔터식스를 일방적으로 배제했다는 것이다(관련기사 주택도시보증공사 국감에 정몽규 HDC 회장이 긴장하는 까닭).
엔터식스가 빠지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 유지조건에 부합하지 않게 됐음에도, LH와 HUG가 이를 문제 삼지 않고 민간건설사로 정식계약을 체결한 것은 위법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뒤를 이었다.
이런 논란들이 끊이지 않자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결국 감사원의 감사까지 요청하게 된 것이다. 정치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HUG에 대해서는 감사가 진행됐으며, LH는 아직 진행 전인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LH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졌다고 한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사계획이 늦춰지거나 변경될 수 있어, LH 감사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감사원이 7월 중순 HUG 감사를 진행했다”며 “그 내용을 두고 감사위원회에서 심의와 의결을 해야 한다. 감사보고서 작성까지는 통상 1~2달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의결을 거친 감사 요구는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며 “LH와 HUG에 대한 감사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가 지적되고 감사가 요청됐다. 이러한 건은 연간 감사계획에 따라 감사가 진행돼 따로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감사로 밝혀진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감사를 통해 이번 뉴스테이 개발사업뿐 아니라 다른 HUG 내부 문제점들도 꽤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며 “감사원 내부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내부 논의를 거칠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HUG 감사는 기관 정기감사였다. HUG의 전반적 상황을 들여다봤다. 이은재 전 의원 측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한 부분을 감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감사 내용에 대해서는 “진행 중인 사안이라 따로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감사원 사정과 맞물려 감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등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감사를 두고 문재인 정부 및 여권과 각을 세우며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사항을 최종 의결하는 감사원 최고위 협의체로, 감사원장 포함 총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됐다. 감사위원은 지난 4월 이준호 전 감사위원이 퇴임한 후 한 석이 공석으로 남아있다. 4개월여 동안 감사위원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일부 언론 등에서는 청와대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해 달라고 두 차례나 요구했지만, 최재형 감사원장이 ‘친정부 인사’라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HUG에 대한 감사위원회가 언제 열려 의결이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감사위원회는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최소 정족수만 채우면 개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아파트 공급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을 감사원 감사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통합당 관계자는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중 국내 최대 규모로 알고 있다. 이런 사업에 문제가 불거지면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조용히 넘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한편,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가 8월 4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관련 공기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조속히 이뤄져 투명한 운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월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 향후 5년간 수도권 내 신규 주택을 13만 2000호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단지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건물 각층 면적 총합 비율)을 현행 250%에서 500%로 높이고, 35층 이하인 층수 규제도 50층으로 완화했다. 이를 위해서는 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공공재건축 형식이 돼야 하며,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공공이 환수하는 조건이다.
이 대책으로 공기업과 건설업계는 막대한 이득을 기대하게 됐다. 공기업의 투명한 운영실태와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부의 8·4 부동산대책에 대한 성명을 통해 “과거 참여정부 시절 판교 위례신도시 등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고분양가가 책정되면서 LH, SH 등 공기업과 건설업계만 수조 원의 막대한 이득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의 신도시개발은 서민주거안정으로 포장된 공기업과 건설업계의 먹잇감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